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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병영의 위기, 인간의 위기

  • 김종대 | 군사평론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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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검사 받을 사람은 관심병사 아니라 군 수뇌부

GOP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이 7월 8일 현장검증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병영인권연대가 최근 군내 사망자 3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그중 90% 이상이 관심병사였다. 그런데 이 관심병사라는 개념을 살펴보면 어떤 특정한 조직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한 부적응자라도 다른 기능, 예컨대 사격이나 특수전, 정비, 통신 등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우수 병사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의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관심병사 등급을 정하고 형식적인 관리에 그치는 이 제도는 인성검사라는 보조적 수단에다가 지휘관 재량으로 관심병사를 정하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행정적 업무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상담 기록을 유지하고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이 사고가 터졌을 때 지휘관의 책임을 완화하는 방편으로 악용된다는 점이다.

이런 임시방편적 제도는 군이 문제가 많고 비정상적인 병사를 관리하기 위해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는 일종의 자기 정당화 기제다. 이것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병영의 구조적 문제란 가장 경험이 없는 초급간부와 징집병에게 지원을 소홀히 하면서 과중한 짐을 지운다는 것이 핵심이다.

“30년 전보다 더 나쁘다”

2011년 7월의 해병 2사단 총기난사 사건을 보면 가장 큰 원인이 해당 부대에 비정상적으로 가중된 업무다. 해병 2사단의 경우 총 11개 대대 중 9개가 전방 경계에 투입됐다. 통상 육군의 경우 1개 대대가 경계에 투입되면 1개는 예비, 1개는 교육훈련이라는 3교대 시스템으로 6~12개월 단위로 순환된다. 그런데 해병의 경우는 그런 교대 개념 자체가 없다. 병력이 영세한 소군의 현실이다. 여기에 당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군이 해병대사령부를 주축으로 서북도서방어사령부를 창설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 판에 새로운 사령부 창설에 또 병력이 차출돼 고충은 더욱 가중됐다. 총기난사 사건 직전에 해병 초병이 여객기를 북한 전투기로 오인하고 사격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조직이 붕괴되는 하나의 신호였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22사단은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철책을 넘어 GOP 생활관에 제 발로 찾아 온 일명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부대다. 이전부터 잦은 총기 사건과 더불어 이 부대는 ‘작전에 실패한 부대’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그러나 마냥 이를 질타하기에는 이 부대가 처한 독특한 환경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22사단은 6·25전쟁 당시 오직 국군의 힘으로만 수복한 점령지로 군사분계선이 급격하게 북쪽으로 휘어 올라간 곳에 있다. 서쪽을 보면 북한군 초소가 우리 남쪽으로 내려와 있다. 즉 등 뒤와 전방에 모두 북한군 초소가 있어 군사적 긴박성이 남다르다. 여기에다 험준한 산악과 해안을 끼고 있어 작전 범위가 여타 보병사단에 비해 5배 이상 넓다. 관광지를 끼고 있어 민간의 왕래가 잦고 민·군 간에도 분쟁과 갈등이 자주 발생한다. 험준한 지형으로 서부전선에 비해 보급이 늦으며 실수요에 비해 70~80%에 불과한 경계병력 등 모든 여건이 열악한 부대로 손꼽힌다.



그런데 최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 군은 가장 격오지에 위치한 이 부대에도 예외 없이 외출과 외박, 휴가를 일부 제한하고 음주와 회식까지 금지했다. 장병들이 일상을 빼앗긴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점점 내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군이 아무리 보호관심사병 제도를 운용한다 해도 객관적인 여건 자체가 열악하다면 인간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총기 사건으로 사망한 한 병사의 아버지가 현장을 둘러보고 “30년 전 내가 군 생활할 때보다 여건이 더 나빠진 것 같다”는 한탄이 나왔다는 건 이 사건의 일차적 배경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경계와 작업을 번갈아하는 고달픈 전방 GOP의 생활은 이미 정상적인 인간으로서 감내하기에 벅차다. 열악한 상황에서 조직이 너무 많은 짐을 떠맡은 게 불행이 시작된 지점이다.

이런 현상은 조직이 설정한 목표와 그 구성원을 관리하는 한국 징병제의 가장 어두운 면이다. 그동안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병영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말해온 국방부의 공언이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이 확인된 게 이번 사건이다.

전투원의 생명 가치 경시

그렇다면 이번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간편하게 정리할 경우 앞으로 더 끔찍한 사건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실 지구상에서 한국과 같은 징병 문화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대만의 경우 2016년부터는 완전 모병제로 전환된다. 각종 구타와 부조리로 악명이 높았던 러시아군의 실상이 몇 년 전부터 세계적인 화제로 떠오르자 러시아는 최근 모병제를 확대하고 군에서 애완동물 기르는 것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으로 병영 문화 개선을 시도했다. 우리 주변국만 보아도 중국과 일본이 대규모로 병력을 감축하면서 현대적인 군으로 구조와 문화를 바꾼 지 오래다. 심지어 북한군조차 군 구조 개편, 신세대로 군 지휘관의 세대교체 등 문화가 바뀌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처럼 전근대적인 징병의 문화를 간직한 나라가 이제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이것이 과연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누가 믿을까. 그런데도 정말 불가사의한 것은 우리 지상군의 고위 장교단이 이러한 병영 문화를 바꾸자는 주장에 극도로 혐오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군은 그간 논의되어왔던 병영 문화 개선과 장병 기본권 증진 대책에 눈감았으며, 병력 감축과 군 구조개편과 같은 국방개혁도 무력화했다. 그러면서 병사들을 체벌과 교화, 반복적인 국가관 주입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인간관을 고수한다. 아직도 많이 죽이고 많이 죽는 근대의 전쟁관, 즉 대규모 소모전과 진지전의 사고방식을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전투원의 생명 가치가 총체적으로 경시되는 한국 군부의 전쟁관, 인간관, 굴절된 애국심이 그 주범이다.

이런 지휘부는 병영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오직 애국심만으로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하라며 병사들을 윽박지르고 몰아붙인다. 이런 완고한 태도는 장병의 기본권을 끊임없이 침해하면서 더 큰 재앙을 예고한다. 정작 인성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관심병사가 아니라 바로 변화에 둔감한 군 수뇌부다.

신동아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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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 군사평론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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