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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인터뷰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美 뉴욕 9·11추모박물관 그린월드 관장

  • 뉴욕=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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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 기념관 만들어야”

9·11테러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을 보여주는 ‘얼굴의 벽’(위)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두 빌딩 자리는 추모의 연못으로 바뀌었다.(아래)

사람들은 2983명의 죽음 위에 세워진 이 특별한 박물관에서 마치 어제 일처럼 사건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고 각각의 특별한 삶을 산 희생자들의 부재를 더 절감할 수 있으며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지구촌 세계의 현실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이 박물관이 감정적으로 9·11에 몰입하게 만든다고 본다. 대신 냉정하고 이성적인 비평은 잠시 유보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대학교수는 “이 박물관은 미국 정부가 알 카에다의 성장을 도왔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다른 일부 사람들은 “사건의 당사자임에도 어느 정도 보편적 시각으로 9·11을 다루려 노력한 것 같다”고 평한다. 이어지는 그린월드 관장과의 대화다.

▼ 관람객의 관점에선, 무엇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 전시물일까요?

“사람마다 전시물에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한번에 45명이 들어가는 방이 있어요. 여기선 희생자 가족, 끔찍한 경험을 한 생존자, 철거와 복구에 나선 사람을 인터뷰한 10분짜리 영상이 상영됩니다. 이들의 경험담은 사람들이 9·11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죠.”

▼ 이 박물관은 여러 유형의 수많은 수집품을 통해 9·11에 관한 스토리를 말해주는 것 같네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수집했나요?



“당국과 빌딩 관계자들은 잔해를 보존하기로 했어요. 왜 빌딩이 무너졌는지를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죠. 이것은 박물관에 전시할만한 의미 있는 물건을 확보할 굉장한 기회가 됐어요. 우리는 2006년부터 유가족, 생존자, 사고 당시 활동한 관계자들로부터 9·11 관련 소장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물품들이 스토리를 말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니까. 또 이런 일을 도와줄 파트너도 갖게 됐고요.”

▼ 그 파트너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요?

“9·11헌사회(9·11 Tribute Center), 화요일의 아이들(Tuesday‘s Children), 9·11의 목소리(Voice of September 11th) 같은 조직인데 희생자 가족이 설립했어요. 이분들은 희생자의 소장품을 저희에게 기꺼이 기부했죠. 이들 중 일부는 저희 박물관 조직에 참여하거나 관람객 가이드로도 활동해요. 우리는 희생자 가족과 협력하려고 굉장히 노력해왔어요.”

9·11 추모박물관은 비정부기구인 9·11추모재단이 건립했으며 일부 공적 자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린월드 관장에 따르면 이 박물관은 희생자 2983명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기린다. 또 희생자 가족과의 소통으로 내실을 다졌다. 이런 모습은 세월호 사건을 겪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기억의 의무

▼ 세월호 침몰 사고를 들어봤나요?

“네. 수많은 학생과 교사가 목숨을 잃은 끔찍한 사고죠. 세월호 사고와 9·11 테러는 모두 비극입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 겁니다. 이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전혀 몰랐을 거예요.”

▼ 한국인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기념관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네. 내 생각엔 그렇게 하는 건 매우 중요해요.”

▼ 왜 그런가요?

“무엇보다, 한국인에겐 그 수백 명의 억울한 희생자를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그것은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근원적 요구입니다. 희생자를 기려야 할 다른 이유도 있어요. 거기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니까요. 직업윤리와 안전의 문제에선 철저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환기하는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봐요.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사람들이 늘 생각할 수 있도록…. 기념관을 안 지을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겠어요.”

미국인은 ‘미국 땅에서 늘 풍요롭고 안전한 삶을 누릴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2001년 9월 11일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낙관적 세계관은 종말을 고했다. 인간의 악마성과 이타성은 동시에 목격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도 비슷한 체험을 했다.

9·11 추모박물관이 개관한 지 한 달여 만에 30만 명이 이 박물관을 찾았다. 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9·11과 세월호 사건은 우리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동아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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