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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리포트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군폭(軍暴)과의 전쟁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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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살인으로 봐야 할 것을 치사로 판단했다면 기소 축소 시비가 일 수 있다. 교통사고나 과실로 사람을 숨지게 한 경우는 살인할 의도가 없었기에 보통 치사로 판단한다. 그러나 감정이 크게 얽혀 사람을 때리다 숨지게 한 폭행치사(상해치사)는 살인과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데 법원은 살인죄로 판결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이러한 경우 대개 치사로 판결해왔다. 그러나 가해자가 급소를 때렸거나 흉기를 사용한 경우, 피해자가 쓰러졌는데도 살리려는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엔 살인으로 본다.

4인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윤 일병이 쓰러진 후에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병원으로 이송한 사실이 있다. 진실은 은폐하려고 했지만 나름대로는 윤 일병을 살려보려고 노력한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하면 이들을 치사죄로 기소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적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4월 6일 윤 일병이 하루 종일 폭행을 당하고 가래침과 음식물을 핥아먹는 모욕을 당한 것을 떠올리면 생각이 달라진다. 4인은 그전에도 윤 일병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그가 쓰러지면 수액주사로 회복시킨 후 다시 때리는 잔인한 면모를 보였다.

이렇게 폭행하면 사람은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행위가 범죄인 줄 알면서도 저지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문제는 공소 내용을, 살인을 주위적(主位的) 범죄, 치사를 예비적 범죄 사실로 변경한 후 군사재판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군사재판도 3심제로 치르는데, 최종심은 국가조직인 대법원에서 한다. 민간 법원은 살인죄를 좁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으니 어떤 판결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

처음 누려보는 ‘절대적 리더십’

‘군대 고생은 내무반 생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병사들끼리 모인 내무반 생활은 근무나 훈련보다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적응하지 못해도 피할 수가 없다. 졸병에게 내무반은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무반에서 해야 할 일을 놓고 선임병과 후임병으로 갈려 지시와 복종이 있기 때문이다.

내무반 폭력은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는데 그중 하나가 지역감정에 의한 괴롭힘이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출신 병사들이 갈리면, 우세한 쪽이 약한 쪽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윤 일병 사건에서는 이런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 4인의 주소지는 부산, 경남 밀양과 마산(창원), 인천이고 윤 일병의 주소지는 서울이다. 윤 일병의 선임으로, 처음에는 윤 일병처럼 맞다가 윤 일병이 후임으로 온 뒤에 윤 일병에 대한 폭행에 가담한 병사의 주소지는 전북 군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남 및 부산 출신 3인이 주력을 형성한 사실은 눈에 띈다.

병장을 비롯한 고참 병사 세력과 분대장을 맡은 젊은 하사 세력 간의 갈등도 심하다. 윤 일병 사건에서는 ‘거꾸로’병장과 하사 간의 유착이 발견된다. 의무반 관리 책임자인 유 하사는 3살 많은 이 병장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그와 한 편이 돼 윤 일병을 폭행했다. 함께 성매매도 했다. 이는 유 하사가 이 병장에게 크게 밀리면서 ‘야합’했음을 의미한다.

군대에선 계급이 최고다. 학창 시절 리더를 경험해보지 못했어도, 학력이 낮아도, 돈이 없어도, 힘 좋고 뱃심이 세면 하급자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곳이 군대다. 젊은이 대부분은 입대 후 처음으로 리더 노릇을 해보게 된다. 그러나 그릇된 리더십 중독증에 걸린 병사를 제어하지 못하면 사고가 일어난다.

잘못된 리더십에 중독된 병장이 분대장과 소대장까지 지배하면 지옥 같은 군대 생활이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GP, GOP, 해안소초처럼 고립된 부대에서 일어나기 쉽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해안소초의 소대장이 “소대원들에게 맞았다”며 무장 탈영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윤 일병 사건은 초급지휘자인 분대장과 소대장이 소속원을 어떻게 통제해야 하느냐는 화두를 던진다.

자유로운 내무반

8월 11일에는 윤 일병 사건이 일어난 28사단의 관심병사 두 명이 휴가를 나왔다가 ‘○○○를 죽이고 싶다’는 메모를 남기고 자살했다. 죽이고 싶다는 감정은 내무반 생활에서 싹트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갈등이 적은 내무반, 즐거운 내무반을 만드는 것이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의 재연을 막는 길이라고 진단한다(임 병장은 지난 6월 22사단 GOP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병사). 이는 병사들과 바로 접촉하는 부사관과 초급지휘자들의 역량 강화로 풀어가야 한다.

우리 군은 참모총장-3군사령관 전역, 28사단장-포병연대장-포병대대장-포대장 보직해임으로 윤 일병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역순으로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병사들과 직접 접촉하는 초급지휘관의 능력을 강화하고 책임도 무겁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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