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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성매매특별법 10년…어둠의 거래는 계속된다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3人3色 성매매 여성 밀착취재

  • 특별취재팀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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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둘

8월 6일 14:30

서울 마포구 전화방

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하늘엔 구름이 낮게 드리웠다. 대기는 습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전화방. 각종 유흥업소가 빼곡히 늘어선 왕복 8차로 대로변의 번잡한 상가건물 2층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특별한 상호는 없다. 그냥 ‘성인PC 컴퓨터 전화방.’ 업소 안으로 들어서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카운터 남자 직원이 안내한다. “동영상만 보는 건 시간당 6000원, 전화 대화까지 겸하면 1만5000원요.” “전화 제대로 오느냐”고 묻자 힐난조의 답변이 돌아온다. “오니까 (손님들이) 찾아오죠.”

대관절 뭔 소리? 이미 사흘 전 새벽 1시에 한 차례 들렀던 곳. 그땐 그 직원이 그랬다.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각이라 전화 오는 여자들 거의 없을 걸요.”



취재팀에겐 이번이 2차 시도다. 20개 남짓한 방 중 문 열린 곳은 고작 두어 개. 성업 중인 게다. 1만5000원을 지불한 뒤 19번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엔 각기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두 평이 채 못 될 것 같은 좁은 공간. 비치된 것이라곤 낡디낡은 데스크톱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헤드셋, 어정쩡하게 몸을 기대야 하는 의자, 소형 선풍기, 슬리퍼, ‘물 먹는 하마,’ 싼 티 풀풀 풍기는 구형 전화기, 메모지와 볼펜, 두루마리 휴지와 휴지통. 거기에 덤으로 어두컴컴하고 칙칙한 조명. 마치 핏기 서린 1970년대 정육점 분위기와 흡사하다.

“오빠, 빨리 ‘연애’ 안 해? 예약 잔뜩 밀렸는데…”

서울 마포구의 한 전화방 내외부.

“휴가 중인데 심심풀이로…”

모니터 바탕화면엔 폴더가 두 개 깔려 있다. ‘성인1’ ‘성인2.’ 야동 폴더다. 그중 한 폴더를 열자 22개의 하위 폴더가 주르륵 뜬다. ‘서양 시리즈물’ ‘방송사고편’ ‘스타킹 아줌마’ ‘명작 영화 속 노출 모음’ ‘동물’….

방 내부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아마도 아날로그적 향수를 좀체 잊지 못하는 30~40대 남성들에겐 어쩌면 이런 살풍경한 모습이 낯설지 않을 터다. 그런데 그 추억 속 전화방, 아직도 건재하다. 오감(五感)이 오로지 전화기로만 쏠린다. 단절에 익숙지 않은 세상이어서 일까. 외부와 단 1시간의 차단에도 왠지 긴장감에 빠져든다.

“뚜르르르르~뚜르르르르~.”

“여보세요?”

들어간 지 30분쯤 됐을까. ‘신호’가 감지되는 통화가 연결됐다. 끈적이는 듯한 목소리.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한다.

“‘(조건) 만남’ 하고 싶은데…서대문구 대현동이니 되게 가깝네요. ‘용돈’은 8만 원이면 돼요. 비도 오는데 신나게 ‘연애’ 한번 하면 좋잖아요?”

자신을 48세 주부라고 소개한 여성. 이름도 성도 알 길 없다. 전화방은 그저 익명의 공간일 뿐. 제안에 동의하자 그녀는 즉각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전화방에선 번호를 먼저 공개하는 사람이 ‘약자’다. 안 걸면 그뿐인 일방적 관계여서다. 먼저 달라고 하자 가르쳐준 그녀의 번호는 ‘010-5XXX-XXXX.’ 옷차림새를 말해주니 30분 후 지하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서 만나잔다.

약속 시각. 자잘한 호피 무늬 원피스에 비슷한 톤의 양산 겸 우산을 든 중년 여성이 손짓을 한다. 150cm를 갓 넘을 듯한 키, 상체와 뱃살이 도드라진 몸매까지 전형적인 ‘아줌마’의 모습이다. ‘조건 만남’을 즐기는 남성들은 이런 스타일을 흔히‘폭탄’ 내지 ‘오크족’(영국 작가 톨킨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추하게 생긴 생명체)이라는 속어로 일컫는다.

인근 모텔까지 함께 걸으면서 “어떻게 전화하게 됐느냐”고 묻자, “휴가 중인데,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심심풀이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모텔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먼저 씻겠다면서 원피스 지퍼를 내려달라고 했다. 급히 만류하면서 취재 중임을 밝히자 그녀는 무척 당황하면서도 “나름의 사정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오래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저도 일하는 엄마예요. 애는 둘. 중학생, 고등학생. 근데 가끔 남자 몸이 그리워 만나고픈 생각에 전화방을 통해 접속하곤 해요. 보통은 낮엔 일해야 하고 밤엔 집에 들어가면 파김치가 되니까. 오늘은 휴가라서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싶었는데….”

실망하는 눈초리. 남편에 대해 묻자 말꼬리를 흐린다. “그냥 사정이 있으니 이런다고만 생각하세요.” 자신이 일하는 곳의 직원도 죄다 여성뿐이라 남자들과 직장에서 접촉할 기회도 거의 없단다. “이 바닥 용어로 ‘많이 굶은’ 것 아니냐”고 묻자, “그건…사실이죠. 그렇다고 매번 남자를 만나는 건 아녜요. 하지만 이왕 만날 거면 즐기면서 돈까지 벌면 더 좋잖아요”라고 답한다.

남자를 만날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은 건 아니냐고 농을 건네자 화난 듯한 답변이 돌아왔다, 즉각적으로. “그까짓 거, 못할 건 뭐 있어요? 하지만 애들도 있고 하니 쉽게 하긴 힘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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