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호

‘자국민 보호’ ‘대량학살 방지’는 명분 정부·반군·쿠르드 견제용 고차방정식

미국의 이라크 반군 공습

  • 김영미 | 분쟁지역 전문 PD

    입력2014-08-20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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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 미국이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한 이래 첫 공습이었다. 공습 지역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KRG) 수도인 아르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인 IS는 6월 초 이라크 제2 도시인 모술을 사실상 장악했다. 미군은 IS가 아르빌을 방어하는 쿠르드군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 직후 공습을 개시했다.

    오전 10시 45분경, 미군 F/A-18 전투기 2대는 아르빌 근처 IS 반군의 이동식 야포와 야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226kg의 레이저 유도 폭탄을 투하했다. 미군 전투기는 걸프 해역에 머무는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에서 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공습으로 3차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IS가 공습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라크 정부군도 이미 모술과 티크리트, 사마라 등지에서 반군을 겨냥한 공습을 수차 실시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군의 공습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민간인 희생자를 초래하거나 반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정밀도나 위력 면에서 세계 최강의 공군력을 자랑하는 미군의 이번 공습은 IS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한 뒤 정치적 부담 등을 우려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IS가 파죽지세로 이라크 북서부를 장악하고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라크 내전에 뛰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이대로 놔두면 이라크 전역이 반군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번 공습의 명분은 ‘제노사이드(대량학살) 방지’와 ‘자국민 보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 전날인 7일 오후 IS가 아르빌로 진격할 경우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막기 위해 미군이 공습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선별적 공습안에 사인했다. 공습은 그 후 몇 시간 만에 단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을 승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군은 방심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IS)이 아르빌에 있는 미국 영사관과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 등 이라크 어디에서든지 미국 국민과 시설물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다.”

    미국은 당분간 지상군 투입은 자제하면서 구체적 목표를 타격하는 ‘제한적 선별 공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모술 댐과 하디사 댐

    미국이 공습에 나선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의 ‘댐’이다. 이라크에서 가장 큰 모술 댐은 모술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티그리스 강 상류에 있다. 원래 이라크 정부군이 경계를 섰는데, 지난 6월 IS가 모술을 점령한 이후부터는 쿠르드 자치정부 군대인 ‘페슈메르가(Peshmerga)’가 지킨다.

    8월 5일, 무장한 IS가 모술 댐으로 진격해 페슈메르가와 전투를 시작하며 모술 댐 점령에 나섰다. 이들이 댐을 점령하려 한 이유는 영토 대부분이 사막인 이라크에서 물과 전기를 확보하면 주민에 대한 영향력 확대도 쉬워지는 데 있다. 댐이 붕괴할 경우 모술은 물론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댐이 붕괴할 경우 모술은 몇 시간 내에 완전히 물에 잠기고, 15피트(4.57m) 높이의 홍수가 바그다드를 덮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위험을 아는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IS가 모술 댐을 공격하자 공군에 쿠르드군 지원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군과 페슈메르가 연합군은 IS에 모술 댐을 빼앗겼다. 3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댐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이라크 북서부 안바르에 있는 하디사댐도 문제였다. 바그다드 지척에 있는 이 댐이 전기 생산을 멈추면 바그다드 전체는 암흑천지가 된다. 만약 IS가 하디사 댐을 장악하려 댐 근처 농지와 마을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전투를 시작하면, 그 자체만으로 미국과 이라크 정부가 상당한 위기를 느낄 상황이었다. 현재 IS는 하디사댐 10㎞ 전방까지 접근하며 모술 댐과 마찬가지로 점령을 코앞에 둔 상태. 이런 위기가 결국 이번 공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IS는 최근 모술 인근의 소도시 주마르와 신자르, 와나 등 3곳과 아인 잘라, 바트마 유전까지 장악했다. 이라크 북부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들 두 유전에서는 하루 3만 배럴의 석유가 생산된다. 이라크 정부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지역에 사는 이라크 기독교인과 소수민족이다.

    이미 IS는 이라크 최대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시를 비롯해 탈카이프, 바르텔라, 카람레슈 등 이라크 서북부 지역에서 20개에 가까운 마을을 장악했다. IS는 기독교 주민 10만여 명과 신자르 지역에 거주하던 예지디족 수만 명에게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세금을 내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기독교 주민들은 인근 돌산으로 피란을 떠나고 있다. 최근 필자와 간신히 통화가 이뤄진 피란민 제난(이라크 기독교 칼다니안족)은 “피란민 대다수는 거의 빈 몸으로 집을 떠났다. 의약품과 식음료 부족, 더위로 어려움을 겪는다. 제발 우리를 구해달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지디족의 상황은 더 열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믿는 종교인 예지디교는 고대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와 이슬람 수피즘이 혼합돼 만들어졌다. 이들은 전능한 존재의 천지 창조를 믿지만 “하나님의 뜻은 7명의 천사가 이룬다”고 믿으며 7명의 천사 중 ‘대장’격인 공작신(지상으로 추락한 천사)을 숭배한다.

    그러나 이슬람은 이 공작신이 사탄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악마숭배자’라 부르며 예지디족을 박해해왔다. IS는 이미 예지디족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 대량 학살을 예고한 상태다. 신자르 주변 산악지대로 도망간 수만 명의 예지디족 피란민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2만50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예지디족 피란민은 신자르 주변 산악지대에서 오도가도 못한다. 물과 위생용품 등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지디족의 상황은 미국에 ‘제노사이드 방지’라는 명분을 주었다. 피란민을 돕기 위한 구호 작전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현재 이라크 북부에서 피란길에 오른 주민은 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현지 소식통들은 전한다.

    무기력한 정부軍

    미국이 공습을 단행한 아르빌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수도다. 한때 한국의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기도 했다. 미국 영사관과 미군 특수요원이 투입된 작전센터도 이곳에 있어 ‘자국민 보호’라는 미국의 명분과 딱 맞아떨어지는 지역이다. 이곳은 현재 모술과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온 피란민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쿠르드족은 IS의 세력이 커가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라크 정부와 IS가 벌이는 내전을 틈타 이라크 제2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점령한 것이다. 쿠르드족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의 공격으로 키르쿠크를 빼앗긴 바 있다. 당시 후세인은 화학무기까지 동원해 쿠르드족을 학살했다.

    페슈메르가라는 방위군을 갖고 있지만, 쿠르드족의 자체 전투력은 IS를 막을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 그나마 모술 댐 사수 작전을 거치면서 전투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술 댐 인근에서 IS와 페슈메르가가 전투를 벌일 당시 페슈메르가의 최정예 부대인 ‘제르바니(빨간 모자를 쓴 최정예 부대)’조차 속수무책으로 IS에 밀렸다. 기독교 마을인 카라코쉬 등 쿠르드 지역, 신자르 등에서도 페슈메르가는 IS에 밀려 철수해야 했다. 미군의 공습이 아니었다면, 쿠르드족은 절대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군하기 전 미군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이라크군을 정비하고 훈련시켰다. 그러나 막상 내전이 시작되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투가 벌어지자 이라크 정부군은 제대로 된 전투 한번 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졌다. 정부군 병사를 체포해 집단 처형하는 IS의 잔인함에 화들짝 놀라 도망가기 바빴다.

    IS에 대항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았지만,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라크 중앙정부는 사실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IS의 세력이 커지기 전까지만 해도 석유수출 배당금 등을 두고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감정싸움을 벌였다. IS 세력이 커지면서 이라크 정부가 공황상태에 빠져들자 쿠르드 자치정부는 몰래 독자적인 석유 수출까지 진행해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게다가 쿠르드 자치정부는 중앙정부의 노른자위인 키르쿠크 일대를 장악하고 동서로도 관할 지역을 대폭 늘린 뒤 독립 추진 의사마저 밝힌 상황이었다.

    적과의 동침

    쿠르드의 행태에 격분한 알 말리키 총리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이슬람 수니파 반군의 비호세력이라고 비난하며 쿠르드 자치정부에 즉각 키르쿠크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며 각료회의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정부 관할이던 키르쿠크와 바이 하산 등 북부의 주요 유전 2곳을 장악한 뒤 대놓고 석유 수출에 나선 것이다. 하루 2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KRG는 5월 터키 남부 항구도시 제이한에서 보관 중이던 100만 배럴의 원유 수출을 강행했고, 반군 봉기 이후 석유 수출량을 더욱 늘리겠다고 선포했다.

    7월 이라크 중앙정부는 허가 없이 이뤄진 쿠르드의 원유 수출에 대한 보복으로 쿠르드 자치정부에 할당된 연방정부 예산 17% 중 일부를 삭감하고 파리 국제상업회의소(ICC)에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또 미국 텍사스 해안에 있는 유조선에 선적된 쿠르드산 원유에 대한 압류 명령을 텍사스 법원에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IS로 인해 시작된 내전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자체 군대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라크 중앙정부는 쿠르드족 병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라크 정부로서는 자존심은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라크 정부는 모술 댐을 사수하고 쿠르드족 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 공군기까지 띄웠다. 적대적 관계인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IS라는 ‘공공의 적’이 나타나자 손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라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복잡한 계산

    6월 IS의 이라크 진입 초기 때 미국은 이라크 정부의 군사개입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게 당시 미국의 방침이었다. 완전 철군한 마당에 다시 이라크 전쟁이라는 늪에 발을 담그기도 꺼려졌을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난처해했다. 미국의 군사개입 없이는 IS를 퇴치할 뾰족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서방 세계에 이라크에서 또다시 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미국과 서방의 군사 개입을 유도했다. IS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이라크를 전멸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처음 시작될 당시 미국이 화학무기 같은 대량 살상 무기가 전 세계를 위협할 수도 있음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을 상기시켰다.

    7월 30일, 무함마드 알리 알하킴 유엔 주재 이라크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같은 달 11일 IS가 화학무기 공장을 지키는 정부군을 구금하고 무기를 빼앗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공장의 창고에는 치명적 신경가스인 사린가스로 채워진 2500대의 로켓, 180t의 사이안화 나트륨, 화학전의 시초가 된 신경작용제 타분 가스 등이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 시설에 보관된 장비는 매우 낡아 당장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화학무기를 IS에 빼앗긴들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이라크 정부로서는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미군의 군사적 개입을 요청하며 IS가 자행하는 ‘집단 처형’ ‘여성할례 강요’ ‘기독교 주민 학살’ ‘유적지 파괴’ 등의 위험을 부각했다. 결국 미국은 거듭된 이라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대량 학살 방지’ 등을 이유로 공습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이번 공습을 결정하면서 여러 가지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르빌에 있는 자국민 보호는 사실 명분에 불과했다. 아르빌 공항에는 아랍에미리트 항공 등 각종 국제 항공사가 취항한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군 수송기를 동원하더라도 아르빌에 있는 자국민을 탈출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단지 쿠르드 군대와 이라크 정부의 무능함으로 이라크가 테러리스트 그룹인 IS에 넘어가게 되면 4400여 명이 전사하며 고전했던 8년간의 이라크 전쟁이 헛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 같다. ‘제한적 공습’이라는 방패막이를 치고 직접 개입은 하지 않으면서 명분은 살리는 전쟁을 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궁극의 목표는 IS 궤멸

    이번 공습 이전에 많은 전문가는 미국이 IS에 대항하기 위해 이란과 공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공습은 그러한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 사실 미국이 이란과 공조해 IS를 퇴출시킨다 해도 이라크 정부와 이란의 시아파 정부가 득세하는 더 심각한 ‘종파분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걸 미국은 누구보다 잘 안다. 미국으로선 이란과의 공조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결국 미국은 그 모든 걱정을 비켜가며 이라크 전쟁의 명분도 지키고 IS의 세력 확대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공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최종 목표인 ‘쿠르드 독립 국가 건설’도, 이라크 정부의 목표인 ‘시아파 정권 장악’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모든 종파와 종족이 연합전선을 형성해 IS를 전멸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미국의 바람일 뿐이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IS가 퇴출되면 그 다음엔 쿠르드족과의 전면전에 나설 것이 뻔하다. 쿠르드족에게 빼앗긴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재탈환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의 허락 없이 쿠르드 자치정부가 석유를 몰래 팔아먹는 이 상황을 이라크 정부가 절대 두고 보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미국으로서는 어렵게 군사개입을 해서 이라크의 안정화를 꾀한다 해도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는 난처한 처지인 셈이다. 이라크 정부의 안정화를 바란 미국으로선 불편하기 짝이 없다.

    IS가 본격적으로 이라크 북서부를 침공한 7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 총리 알 말리키를 만나려 바그다드로 날아갔다. 그리고 정권 안정화와 계파 간 연합을 제안했다. 또 쿠르드 자치정부 수장인 마수드 바르자니를 만나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알 말리키 총리의 고집

    4월 30일 치러진 총선 결과에 따라 구성된 이라크 의회는 최근 새 국회의장과 대통령을 뽑는 데 성공했다. 수니파 아랍계의 살림 알주부리가 국회의장이 됐고 쿠르드계 정치 원로인 푸아드 마숨이 새 연방 대통령에 선출됐다.

    하지만 시아파 아랍계 몫인 차기 총리가 문제였다. 이라크 총리인 알 말리키 총리는 국내외에서 퇴진 압력에 시달려왔다. 이라크 국민 다수를 구성하는 이슬람 시아파 총리임에도 시아파 내부에서조차 물러나라는 요구가 거셀 정도였다. 시아파의 최고 성직자인 알리 알시스타니조차 금요 예배 강론에서 “자리에 집착하는 것은 중대한 실수”라면서 3선 연임을 고집하는 알 말리키 총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이라크 헌법에 따르면, 마숨 대통령은 취임 후 15일 안에 최대 정파 지도자를 새 총리로 지명하고 새 내각 구성을 요청해야 한다. 알 말리키 총리의 법치연합은 4월 총선에서 최다 의석인 92석을 차지했다. 7월 24일 취임한 마숨 대통령은 8월 8일까지는 알 말리키 총리를 새 총리로 지명해야 했다. 그러나 마숨 대통령은 8월 11일 하이데르 알 아바리 국회부의장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 국내외의 시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미국 정부는 환영했다. 3선을 노렸던 말리키 총리는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말리키 총리가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미군의 공습, 북부 지역에서의 IS 반군의 득세, 미국의 또 다른 카드인 이라크의 통합 정부 구성 등 이라크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언제 이라크 국토 전역이 불바다가 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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