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장 역시 중국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한다. 그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의사면허를 취득해 주말마다 해외 진료에 나선다. 요즘처럼 바쁜 성수기에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보내는 날이 더 많다. 그는 “해외 출장에선 상담 위주로 진료를 하고 현지 의사면허가 있으니까 수술도 종종 한다”며 “상하이에는 격주로, 베이징과 싱가포르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가고, 다른 대도시엔 돌아가며 간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상하이, 청두, 톈진 같은 대도시에는 이 병원과 제휴한 협력병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수술한 중국인 환자는 현지 협력병원에서 계속 치료받을 수 있다. 이 병원엔 성형의술을 배우러 오는 외국인 의사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현지 협력병원장들은 이 병원에서 일정 기간 실무를 경험한 K원장의 제자이기도 하다. 병원 홈페이지에는 이 병원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하는 외국 의사가 연수를 신청하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병원에서는 이들에게 숙식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월급도 준다. K원장은 “외국 의사는 한국 의사면허가 없어 진료나 수술을 직접 할 순 없지만 환자를 상담하고 수술 과정을 참관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3개월간 연수한 중국 정저우 대학병원 성형외과 주치의 장란(36) 씨는 “중국 국가 차원에서도 한국에서 성형의학을 공부하기 바란다”며 “수술을 참관하며 좋은 성형기술을 많이 익혀 현지로 돌아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원장은 “중국의 성형의술이 우리보다 뒤처지지만 무섭게 따라오는 중이다. 규모와 의료서비스의 질이 강남 성형외과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중국에서 실패한 한국 병원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에 진출했다가 사기 당한 한국 의사가 적잖다고 귀띔했다. K원장도 그런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K원장은 한국 의사들이 중국에 진출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중국에 진출했다는 병원은 다 중국인 명의를 빌려 설립했을 것이다. 중국정부에서 지난 10년 동안 외국인에게 성형외과를 내도록 허가하지 않아서다. 한국인이 투자했더라도 중국인 명의로 설립해야 하는데, 중국인이 배신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중국 병원들은 한국 의사들이 전수한 성형의술과 경영 노하우를 발판으로 급속도로 성장한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10년 후면 중국이 한국의 현 상황까지 따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은 수많은 성형외과가 죽기살기로 경쟁하는 구조여서 그때 가면 성형의술이 지금보다 월등히 발전해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국내 병원들 못지않게 정부도 의료관광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의료관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는 저마다 국내 의료기관 홍보 책자를 만들어 해외에 뿌리는 한편 부정기적으로 행사를 연다.
하지만 자금력과 인력 수급이 원활한 대형 병원에 행사 참여 기회가 편중돼 소규모 개인병원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뿐 아니라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해외 행사에 단골로 참여해온 대형 병원도 불만이 크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행사에 초청하면 다음에 안 불러줄까 싶어 거절할 수 없다. 부스는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지만 해외 체류비와 항공료 등은 모두 병원이 부담해야 해서 한번 참여할 때마다 적잖은 비용과 인원이 동원된다. 정부기관과 지자체 등이 개별적으로 행사를 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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