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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신의주 고속철 추진하다 ‘계약사기’로 中 공안에 체포

한 대북사업가의 추락으로 본 남북관계 현주소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개성-신의주 고속철 추진하다 ‘계약사기’로 中 공안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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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_ 경협 기업 G한신의 추락

개성-신의주 고속철 추진하다 ‘계약사기’로 中 공안에 체포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문건. 2010년 1월 G한신과 맺은 계약을 해약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한신 사장은 남북관계가 막힌 이명박 정부때도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신동아 취재 결과, 김한신 사장은 지난 5월 중국 공안에 체포돼 현재 중국 감옥에 수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적용된 혐의는 ‘계약사기’다. 김 사장과 대북 사업을 함께 한 K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을 함께 진행한 중국 기업 상지관군유한공사를 비롯해 여러 군데에서 고발한 것으로 압니다. 김 사장의 북한 인맥이 장성택 사망 이후 제거된 것 같은데, 중국 쪽 합작회사들이 ‘(계약해놓고) 이게 뭐냐’ 한 거죠. 사업이 현실화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한국 정부가 못하게 해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대북사업가 D씨는 “북한에서 자원을 가져다준다고 돈을 받았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돈을 변제하면 석방될 것 같아 모금 운동을 준비하는데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지인 H씨는 “김한신이 국정원과도 가깝게 지냈는데 국정원 인사가 국가 간 문제가 될 수 있어 못 도와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를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김한신 사장은 김고중 전 현대아산 부사장과 함께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김 전 부사장은 현대종합상사 베이징지사장으로 일할 때 금강산 관광 사업이 성사되도록 실무 차원에서 처리했고(1998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과 개성공단 설립에 합의할 때도 실무를 맡은 남북경협의 산증인이다. 김 전 부사장이 옛 인맥을 통해 현대건설 쪽에 김한신 사장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합의한 대로 이행이 안 되면서 김한신 사장이 말려들어갔다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은 못하지만 그간 우리가 한 일이 많아요. 개성-신의주 고속철도는 철도 주권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구한말 프랑스 러시아 일본이 한반도의 철도 이권을 갖고 다투지 않았습니까. 현대건설도 관심이 있었어요. 일본이 북한 철도에 주목합니다. 북한 철도가 향후 남북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가 엄청납니다. 김 사장을 이렇게 내버려두면 안 됩니다.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민족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어요.”

김한신 사장이 구상한 그림은 상지관군유한공사가 북한 지하자원 개발권을 얻어 자금을 대고 현대건설이 설계와 공사를 맡는 것이었다. 현대건설 측은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사업을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 대북사업가는 “중국 기업이 앞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지 그들 나름대로 조사를 해보고 고발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4_ 남북관계 현주소

김한신 사장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북한 사업을 벌인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중국에서 유리공장을 운영하다 김대중 정부 때 북한 유리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대북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식품 가공, 무산광산 개발 등에 나섰으나 성공한 사업은 없다. 다른 대북사업가들이 정치 상황 탓에 대북 사업을 포기하거나 망한 상황에서도 그는 소신을 갖고 움직였다.

북한의 대남 공작기구 관료들은 브로커로서의 유용성을 검증하고자 남측 고위 인사나 대기업에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한 후 대북사업가를 상대한다. 김 사장 역시 대북 사업을 위해 대기업 및 정치인들과 접촉했다. 북한 체제 특성상 큰 비즈니스를 성사시킬 경우 사업권의 일부나 지분을 얻을 수 있다.

김한신 사장의 추락은 남북관계의 비극적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이 온전하게 소통하지 못하다보니 온갖 대북 브로커가 판치고, 때로는 그들로 인해 남북관계가 왜곡됐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 브로커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냉전 시기 소련과 미국, 서독과 동독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른바 ‘백(back)채널’이 돌파구 구실을 한 적이 많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현대그룹의 대북 사업은 재일동포 기업인 요시다 다케시 씨의 작품이다.

김한신 사장은 요시다 씨 같은 역할을 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길정우 새누리당 의원은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난해 6월 “특사든, 메신저든 북한에 보내 대화 창구를 열어야 한다. 김한신 사장 같은 대북사업가라도 북한에 들여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북한 당국의 공식 경제 교류가 활발하면 중개인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 박근혜 정부는 백채널을 통해 남북대화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공식 채널에서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김한신 사장이 소신에 따라 고군분투하다 추락했다고도 할 수 있다. 김 사장의 추락은 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와 정치권, 언론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능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생생한 사례가 아닐까.

신동아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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