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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라! 그게 일하는 것이다

‘소진증후군’ 극복하기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의 마음 성공' 저자 yoon.snuh@gmail.com

놀아라! 그게 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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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라! 그게 일하는 것이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은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의 2단계 합병증이다. 요즘 전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대신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많고, 주말에도 집에 틀어박혀 ‘시체놀이’를 주로 하고 있는가? 회사든 사업이든 정리하고 조용한 곳에 내려가 쉬고 싶은가? 심리적 회피 반응이 찾아온 것이다. 사람은 스트레스 원인에서 멀어져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기제를 갖고 있는데 이를 심리적 회피 반응이라고 한다. 이는 단기적으론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이 될 땐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요인과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두 가지 컬러의 한 객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회피 행동은 행복을 주는 요소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그 행동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회피 행동이 길어지면 3단계 합병증이 나타나는데, 바로 행복에 대한 내성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 아닌가.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성 뇌 피로증은 현대인에게 암 이상으로 아찔한 문제다. 이전에 즐거웠던, 행복했던 일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40년 전 이미 현대인이 겪을 ‘미래충격(Future Shock)’을 예견했다. 미래충격은 현대인이 빠른 변화에 대처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말한다. 사람의 몸이 환경에서 과잉 자극을 받으면 파탄을 일으키는 것처럼 사람의 마음도 정도 이상의 부담이 가해지면 망가지게 된다. 미래충격은 현대인에게 개념적 현상이 아닌 심리적, 신경생물학적인 실제 현상이다.

‘무감동’은 미래충격의 극심한 증상이다.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플랫(flat)하게 느껴지는 무감동은 소진증후군의 심리적 회피 반응이 지속될 때 일어나는 악성 증상이다. 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의 정보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성 예민도를 0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나 통증의 역치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고독과 좌절은 느껴지는데 따뜻한 위로와 작은 행복들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외부 세계로부터는 더 강하게 단절시키나 마음속 내부 세계는 음산한 세기말 애니메이션처럼 스산해진다. 마음의 깊은 동굴로 숨어버리는 것이다.

소진증후군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서 조직과 사회에 문제를 야기한다. 의사의 예만 봐도 소진증후군으로 고생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 이는 의학계 최고 권위지인 미국의학협회 저널의 경고다. 의사에게 공감 능력은 단순한 서비스 태도가 아닌 치료 효과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외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수술 후 회복 기간도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많은 의사가 소진증후군에 빠져 있고 공감 능력이 결여돼 있으니 이성적으로 잘 진단하고 약을 제대로 처방해도 치료 효과가 반감된다. 명의는 감성 공감 능력으로 플라시보 효과를 최대치로 올릴 수 있는 의사가 아닐까. 같은 약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의료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공감 능력이 저하된 소진 조직과 소진 사회는 경쟁력과 가치를 잃어갈 수밖에 없다.

놀아라! 그게 일하는 것이다

기차 여행도 마음을 모니터링하는 방법 중 하나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

소진증후군은 심리적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복부비만도 소진증후군의 합병증이다. 마음도 서글픈데 몸매까지 망가지고 건강마저 해치게 되니 분노는 더 쌓인다.

비만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먹을 것이 풍족해진 것을 이유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안 먹으면 그만 아닌가. 신체적 허기가 채워지는 것만으론 해결되지 않는 심리적 허기가 현대 비만의 바이러스다. 애주가라면 이런 경험이 있으리라. 회식 1차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고, 남은 동료들과 2차에선 통닭과 맥주로 배가 빵빵해진 귀갓길,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과 삶의 무게에 홀로 포장마차에 앉아 우동 한 그릇으로 마음의 허기를 채운 기억 말이다. 여기에 신체적 허기는 없다. 감정적 허기만이 있을 뿐이다.

뱃살, 빼기가 쉽지 않다. 왜 식욕조절은 그토록 어려운가? 이는 식욕조절을 감성의 뇌가 담당하기 때문이요, 우리가 느끼는 허기의 최소 4분의 1, 때론 반 이상이 심리적 허기, 즉 정서적 허기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파서 먹는다는 이야기다. 몸이 고파서 먹는 걸로는 살이 찔 이유가 없다. 몸은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플러스 알파’는 정서적 허기 때문이다. 정서적 허기로 인한 음식물 섭취는 과잉이기에 고스란히 배와 허벅지의 지방 저장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식욕조절 중추는 감성 시스템 안에 존재한다. 조물주가 왜 이렇게 만들어놓았는지 알 길이 없으나 신체적 허기가 채워지면 스위치가 켜지는 포만감 시스템의 작동만으론 먹는 행동이 중지되지 않는다. 뇌의 즐거움을 담당하는 보상 시스템이 같이 만족돼야 멈춘다. 배는 부르나 마음이 허전하면 그만큼 폭식하게 된다. 일시적 만족은 오나 곧 후회되고 본질적인 심리적 허기를 채울 수 없기에 중독을 통한 내성은 심각해진다. 점점 더 많이 먹어야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성인병의 최대 적인 복부비만은 보상받지 못한 슬픔의 합병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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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대현의 마음 성공' 저자 yoon.sn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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