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호

미·중 관계 연구론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4-10-21 13: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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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미·중 관계 연구론

    정재호 엮음, 서울대출판문화원, 2만8000원

    미·중 관계 연구론 外
    21세기 들어 중국의 ‘부상’은 일상의 화두가 됐다. 연평균 성장률 7~10%를 지속하면서 중국의 부상은 쉽게 바뀌지 않을 추세로 인식된다. 20세기 후반 미-소 관계가 국제정치의 핵심적 변수였다면, 21세기에는 미-중 관계가 그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체계적이며 심도 있는 연구는 미-중 관계의 지정학적 교차로에 위치한 한국에 실로 필수불가결하다.

    2010년 천안함 피폭 사건이 났을 때, 남북 문제가 순식간에(미 항모의 서해 진입을 두고) 미-중 갈등으로 전화(轉化)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한반도와 미-중 관계의 ‘불행한 연계성’을 목도했다. 멀리는 동아시아 안보, 그리고 가깝게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서 미-중 관계에 대한 체계적 연구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중 관계에 대한 연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매우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필자가 2013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미-중 관계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미중관계센터(PUCR)를 설립한 후 내게 된 첫 결실이다. 필자가 집필한 1장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부상이 초래하는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변화와 그 함의를 다루면서 미-중 관계 연구가 학술적으로 왜 중요한지를 논했다. 2장(신성호 서울대 교수), 3장(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및 4장(김애경 명지전문대 교수)에서는 지난 60여 년간 한국, 미국, 중국에서 이뤄진 미-중 관계 연구에 대한 평가를 양적, 질적 분석을 통해 제시했다. 5장(조동준 서울대 교수)에서는 관련 연구들을 방법론적 관점에서 평가했는데, 미-중 관계 연구의 대부분이 ‘방법론적 미분화’(서술 연구 위주) 상태인 것으로 본다.

    이 책은 140여 쪽에 달하는 두 개의 부록을 추가했다. 부록(I)은 미-중 관계 연보(年譜)로 1949년부터 2013년 말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 사실을 연월별로 정리했다. 부록(II)는 한국에서 이뤄진 관련 연구들에 대한 포괄적인 목록으로 단행본, 학술지 논문, 편집서, 정책보고서 등을 거의 망라하고 있어 학문 후속 세대에게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물이 반쯤 담긴 잔을 보고 혹자는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하는 반면, 또 다른 이는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어”라는 반응을 보인다. 같은 현상에 대해서도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을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중국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이와 유사한 것은 아닐까. 영국의 국부(國富)가 중국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던 15세기 말, 그로부터 400년 후 중국이 영국의 발밑에 무참히 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19세기 말, 미국이 겉으로는 소위 ‘미완의 제국’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때 이미 영국과의 힘의 역전은 시작됐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학술적 연구는 더 중요해지고 더 많이 이뤄져야만 한다.

    정재호 |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사마천이 찾아낸 사람들 | 황효순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엮었다. ‘사기열전’에는 주인공으로 소개된 사람만 178명, 조연급으로 등장한 사람은 수백 명에 달한다. 이들을 시대의 혼탁함으로 인해 그 진가를 보인 인물(1부), 조연으로 보이나 중요한 교훈을 남긴 인물(2부), 많은 식객을 거느리며 이들을 통해 정보와 지혜를 모았던 전국시대 사공자(3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4부에는 고전 학습을 위한 사례가 될 수 있는 글을 모았다. 저자는 “사마천이 왜 사기열전의 가장 앞부분에 백이와 숙제 및 안연을 이야기했는지, 도척과 같은 악당이 풍요롭게 멋대로 살고 천수까지 누렸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소양과 교양과 의리를 지키며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사마천의 고민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글마당, 356쪽, 1만7000원

    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 김별아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채홍’과 ‘불의 꽃’에 이은 ‘조선 여성 3부작’의 마지막 작품. 3년간 열여섯 명이 넘는 남자와 간통한 사실이 밝혀져 교형에 처해진 여인 어우동을 여성의 내재된 욕망에 대한 비밀을 캐는 ‘탐험가’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렸다. “어우동은 기방에 얹혀살지 않고 자신의 독립된 공간에 머물렀으며, 문신이든 무신이든 양반이든 중인이든 가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남성을 사랑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우동의 행적과 가정사에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남성 중심의 신분질서 속에서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 여성들이 가져야 했던 욕망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어우동이 “세상 모든 여자에 대한 환상과 공포의 결합체이자 끝내 종잡을 수 없는 수수께끼”라며 “결국 정답 없음이 여자에 대한, 인간에 대한 정답임을 소설로서 다시 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해냄, 347쪽, 1만3800원

    소설 서재필 | 고승철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독립운동가 서재필(1864~1951) 선생의 파란만장하고 치열했던 삶을 사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 형태로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최연소 문과 급제, 한국인 최초 근대 군사교육을 받은 무관, 한국인 최초 서양의사, 야구와 자전거를 처음 보급한 체육인, 기업가 등 다채로웠던 선생의 인생뿐 아니라 임오군란·갑신정변·갑오개혁·을미사변·동학혁명·청일전쟁 등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도 기술돼 우리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유용하다. 저자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서재필은 ‘글로벌 리더’이자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한 혁신가였다”고 평가하면서 “공맹의 가르침이 우주 전부인 줄 알았다가 서양의 민주주의, 자연과학 등을 익히고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한 그의 치열한 삶은 한 편의 대서사시”라고 평했다. 나남, 432쪽, 1만38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품격경영(상·하)

    신성대 지음, 동문선, 각권 2만6000원

    미·중 관계 연구론 外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나라가 요즘은 살인, 사고, 가혹행위, 성추행, 멱살잡이로 날을 지새운다. 여기저기에서 경고음이 울리건만 “너 죽고, 나 죽자”며 잡은 멱살을 놓을 생각을 않는다. 하여 성공적인 경제성장,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이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성장, 산업화, 민주화, 인권, 복지에 매진해 왔다. 품질경영으로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고, 기술경영으로 2만 달러 시대도 열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로 성장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사실 지금 대다수 한국인은 고도성장의 에스컬레이터에 편승해 쉽게 성공하고 출세한 덕분에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성찰 없이 떠밀려 막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 없는 성공, 좌절 없는 성장에 취해 번데기 속에서의 지난한 기다림과 용틀임의 고통도 모른 채 그저 살찐 애벌레로서의 배부름에 겨운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해서 나는 것을 포기하거나 아예 잊어버린 건 아닌지. 그리고 어떤 이들은 제몫의 성장 과일을 도둑맞았다며 어린아이처럼 바닥에 퍼질러 앉아 생떼쓰기로 나아가야 할 배를 잡아당기는 건 아닌지.

    무역 규모 1조 달러 레벨, 글로벌 버전 코리아에선 ‘명량’으론 어림없다. 이순신만으로도 안 된다. 더 이상 내 집 안마당에서의 전투가 아니다. 섬들로 보호막 쳐진 천해(淺海)가 아니다. 몇 층짜리 집채만한 파도가 후려쳐대는 황천(荒天) 항해가 기본인 글로벌 대양이 비즈니스 현장이다.

    경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통해 품격을 높이는 방법을 42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제시했다. 국내외 비즈니스 무대에서 그 나름 성공했다고 하는 한국인들이 그가 흘린 피와 땀에 비해 얼마나 보잘것없는 수확밖에 못 거두는지,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놓치고 있는지, 왜 존경받지 못하고 글로벌 상류사회로 진입하지 못하는지 그 원인을 진단하고 미래의 글로벌 전사들이 갖추어야 할 매너와 품격을 다루었다.

    이제까지 한국인 절대다수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닌 글로벌 주류(主流)사회와 국적이 달라도 그들 간에 공통적으로 보유·소통 가능한 고품격 문화가 존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하여 글로벌 매너 부재 탓에 선진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코리아 디스카운트’당하지 않으려면,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글로벌 사회의 주류가 되려면, 진정한 선진문명사회권에 편입하려면, 어제의 동방예의지국이 아닌 오늘의 글로벌예의지국이 되려면 글로벌 소통 교섭 도구인 글로벌 매너부터 갖춰야 한다.

    큰 이익이 걸린 글로벌 비즈니스 1부 리그 세계일수록 고품격 매너로 경쟁한다. 품격 없인 고부가가치도 없다. 기업 CEO는 물론 대기업 오너, 국가 최고지도자부터 품격으로 자신을 재(再)디자인해야 한다. 그게 품격경영이다.

    신성대 | 글로벌리더십아카데미 공동대표, 동문선 대표 |

    비합리성의 심리학 |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미·중 관계 연구론 外
    비합리적인 믿음과 행동은 도박꾼이나 광신자에게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판사들이 식사를 한 이후가 식사 전보다 가석방 승인 비율이 높다. 의사들은 환자의 병을 오진하고, 야전사령관들은 멍청한 전투 계획을 고집한다.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들도 곧잘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 심리학자이자 저술가인 저자는 방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인간은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비합리성이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무엇인지, 또 비합리적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가용성 오류, 구경꾼 효과, 닻 내리기 효과, 매몰비용 오류, 죄수의 딜레마, 후광 효과와 악마 효과, 신 포도 콤플렉스 등 우리 일상에서 너무도 쉽게 저지르는 오류와 그 오류들을 작동시키는 원인을 만나볼 수 있다. 교양인, 484쪽, 2만 원

    통찰의 시대 |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무의식의 세계를 과학, 예술, 인문학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저자는 마음과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커다란 두 축인 과학과 예술이 교류를 시작한 1900년 ‘세기말 빈’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당시 오스트리아 빈은 자유롭고 풍족한 문화를 꽃피운 유럽의 문화적 수도였다. 그뿐 아니라 열린 분위기 속에서 과학과 예술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큰 진보를 이룬 무대이기도 했다. 그러한 시대를 거치며 예술에서는 표현주의가, 심리학에서는 정신분석이, 과학과 의학에서는 실험과 관찰을 토대로 한 접근법이 자리를 잡았다. 저자는 우리에게 친숙한 당대의 세 화가(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가 그린 초상화를 중심으로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간의 무의식을 파헤치기 시작했는지 살펴본다. 알에이치코리아, 772쪽, 3만 원

    운명 앞에서 주역을 읽다 | 이상수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옛날식 표현과 은유적인 문장에 가려 이해하기 힘들었던 ‘주역’을 풀이했다. 주역의 64괘 중 핵심에 해당하는 5개의 괘를 중심으로 운명을 어떻게 바라볼지, 어떻게 운명을 이겨내는지를 설명한다. 동양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주역이 길흉을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만약’이라는 조건문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 ‘만약’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며, 이런 측면에서 주역은 ‘변화의 경전’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꿈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 아판티 왕, 아비를 죽일 운명을 타고났으나 이를 뒤집고 이름을 떨친 전국시대 지도자 맹상군 등 여러 역사적 사례와 공자, 맹자, 노자 등 고전을 곁들여 주역을 새롭게 풀어냈다. 웅진지식하우스, 348쪽, 1만50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

    노엄 촘스키·안드레 블첵 지음, 권기대 옮김, 베가북스, 1만5000원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이 책의 영어 원제는 ‘서양의 테러리즘에 관해서: 히로시마에서부터 드론 전쟁까지’다. 서양의 테러리즘이라고? 3세대가 넘도록 한민족의 혼을 말살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횡포로부터 자유를 준 게 서양이었고, 6·25전쟁으로 인한 공산 적화를 막아준 것도 주로 서양의 힘이었으며, ‘경제’란 것조차 부재하던 처절한 빈곤에서 우리가 그나마 ‘사람 사는 모습’을 갖춘 것 역시 서양의 덕택이었음을 귀가 아프도록 들으며 성장한 우리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명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번역을 맡으면서 ‘서양의 테러’라는 표현에 먼저 생경함을 느꼈다. 동시에 궁금해졌다. 천하의 석학 촘스키가 목소리 높여 질타할 만큼 엄청난 테러리즘을 서양이 저질러왔다는 말이지? 서구의 가차 없는 탐욕과 정복의 열망에 대해서는 간간이 들어왔지만, 그게 ‘테러적 행위’로 불려야 할 정도로 잔혹했더란 말이지?

    역시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었다. 인류는 서구에서 비롯돼 목하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삶의 두 가지 운영체제(OS), 즉, 온화하고 자비로운 자유민주주의와 욕망을 만족·확대하는 시장경제체제에 지나치게 취한 건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눈이 멀어버린 것인지도. 그렇지 않고서야 서구 식민주의와 그들이 일으킨 숱한 전쟁과 쿠데타로 5500만의 인간이 죽어나가고 그 영향으로 수억 명이 삶을 잃어버린 역사의 진실을 어떻게 모른단 말인가. 그 탐욕과 이기주의는 지금도 전 세계를 아우르는 현재 진행형임을 어떻게 잊는단 말인가.

    엄연히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진실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이 책에 드러난 역사의 비극도 그런 숨은 진실에 속한다. 모르고 지나가도 일상에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사실, 알게 되면 오히려 참을 수 없는 불편함이 야기되는 사실, 그럼에도 참된 지식과 양심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뒤져보고 알아내어 퍼뜨려야 할 사실, 그리하여 그 불편함의 원천인 ‘테러리즘’이 근절될 때까지 (설사 근절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끈질기게 밝혀내야 할 사실. 촘스키가 대담자인 안드레 블첵과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것이 바로 그런 사실들의 보편적 인식이다.

    서양의 테러리즘은 식민과 전쟁, 쿠데타, 자원 약탈과 ‘비우호적 인물’의 암살 등에 그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탐지하기 어렵고 위험한 것은 서구의 프로파간다다. 촘스키가 탄식해 마지않는 테러리즘의 또 다른 축이 바로 인류의 눈을 가리려는 프로파간다다. 서구가 자행해온 ‘파괴’ 행위 못지않게 그걸 숨기는 ‘은닉’ 행위, 한걸음 더 나아가 그걸 선행인 양 꾸미는 ‘분식’ 행위가 몇 배나 더 사악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테러리즘을 모르고 (혹은 그 반대로 알고) 비서양인들은 온전한 판단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서구 메인스트림 미디어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개발국, 개발도상국, 중진국들이 서양의 존재로 인해 얻는 경제적인 혜택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지식의 도난’이 아닐 수 없다.

    권기대 | 번역가 |

    언품 | 이기주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언품(言品)은 ‘말의 품격’, ‘대화를 이끄는 힘’을 말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하기도 했던 저자가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리더들의 25가지 언술을 독특한 시선과 문체로 소개한다. 경청을 기반으로 명량대첩에서 대승한 이순신 장군, 마라톤 화법으로 피의 역사를 극복한 엘리자베스 2세, 토크쇼 진행자처럼 대화를 이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호신술 하듯 상대의 말을 활용하는 반기문 총장, 울타리를 허물고 만인과 소통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등의 사례를 생생하게 담았다. 또 저자는 협상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요령, 상담 효과를 높이는 분위기 조성법, 불편한 상대에게 말 거는 기술 등 일상에서 활용할 만한 대화의 요령을 제시하며 독자가 스스로의 ‘언품’을 가늠해 볼 수 있게 했다. 황소북스, 256쪽, 1만3800원

    비로소, 나는 행복합니다 | 김정은·추효정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인가. 뒤늦은 인생길에서야 더불어 사는 기쁨을 깨달은 사람들이 말하는 삶의 의미, 삶의 가치를 들려준다. 외교관을 그만두고 사막에 나무를 심는 권병현 전 주중대사, 번듯한 개인병원을 접고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병원을 운영하는 이완주, 조경학 교수를 명예퇴직하고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이종수, 국내와 베트남 등지에서 얼굴 기형 환자를 무료로 치료하는 성형외과의 백롱민, 음대 교수 퇴직 후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이건실, 검사를 그만두고 사회운동가로 변신한 강지원, 성공 가도를 달리던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운동에 뛰어든 이찬승…. 누구보다 보람찬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그들은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나눔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삶 자체라고. 블루엘리펀트, 251쪽, 1만2000원

    나는 아직도 사람이 어렵다 | 강은호·김종철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아, 정말 짜증나서 못해먹겠네.” 이런 푸념을 하게 하는, 당신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왜 이토록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힘든 걸까. 오늘도 ‘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국내 최초로 ‘삼성그룹 임원 스트레스 검진 프로그램’을 담당한 강은호와 정신과 전문의 최초로 KT 리더십 강사로 일한 김종철이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정신의학의 기존 이론에 자신들의 다양한 상담 경험을 더해 일종의 관계 공식인 ‘Ks 사이클’을 정리한 저자들이 관계 문제로 인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시선을 제시해준다. ‘너의 문제’와 ‘나의 문제’를 구분함으로써 관계상 혼란과 오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는 것. 문학동네, 296쪽, 1만48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영수-Seoul, Modern Times

    한영수, 한스그라픽, 3만 원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아버지는 생전에 단 두 권의 사진집만을 발표했다. 광고사진가로 활동하며 틈틈이 촬영한 풍경 사진을 모아 1986년 발표한 ‘우리강산’이 한 권이고, 또 한 권은 1950년대와 60년대 촬영한 흑백사진들을 모아 1987년에 발간한 사진집 ‘삶’이다. 그리고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사진들은 재해석되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학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아버지 병세를 지켜보던 어머니는 예견하신 일이었지만 정작 아버지의 죽음은 나를 한동안 멍하게 했다. 언제나 엄하고 과묵한 아버지셨다. 아버지는 늘 촬영 중이거나 출장 중이었고, 때때로 술손님들로 새벽까지 집안이 떠들썩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는 100평이 넘는 집을 지었고, 그곳은 생활공간인 동시에 스튜디오였다. 그래서 당시의 유명 모델이나 배우들이 방문했을 때 나는 문틈으로 촬영장을 엿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사진을 전공한 내게 어머니는 늘 “네가 아버지 사진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동안 잠겨 있던 장롱 문을 하나하나 열며 마주한 아버지의 유품과 사진들은 이전에 내가 볼 수도 근접할 수도 없던 아버지만의 성역이었다.

    “한영수는 기록하는 자라기보다는 보는 자다. 시대의 삶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은 결코 한영수의 관심이 아니었다. 한영수가 사진 찍은 것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친 남루한 현실이었으나 그의 사진은 또 한 겹의 현실을 추가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서울을 서울 아닌 것으로 보고, 삶을 삶 아닌 것으로 본 한영수의 시선 덕분에 우리의 표상은 더 풍부해졌다.”

    사진평론가 이영준 씨의 말처럼 아버지의 사진은 당대의 사진가들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 결과 독자적인 스트리트 포토그래피(street photography)의 영역을 확보했다. 어떤 의미에서 당신의 사진은 현실에 뿌리박은 리얼리즘 사진이고, 또 다른 의미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초현실주의 사진이다. 당신의 사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국내 최초의 리얼리즘 사진 연구단체인 ‘신선회’의 창립 멤버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홀연히 광고사진가로 변신했고, 또 갑자기 풍경 사진집을 발표했던 것처럼.

    한영수문화재단을 통해 새롭게 출간한 세 번째 사진집인 이 책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 내가 살아본 적 없는 1950~60년대 서울 모습을 담았다. 그의 사진을 회고 취향에 편승해 평면적으로 다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나에게는 없는, 아버지의 기억 속에만 있는 힘겹고 고단했을 전쟁 후의 시대를 당신만의 세련되고 모던한 시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사진 해석을 접어둔다고 할지라도 아버지 한영수 사진의 미덕은 보면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 또는 아이들과 함께 보며 긴 밤을 지새울 수도 있으며 옛 시간을 기억하며 나를 돌아볼 수도 있다.

    한선정 | 한영수문화재단 대표 |

    왕비의 하루 | 이한우 지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왕비의 자리는 가문의 부와 명예, 뭇 사람들의 존경을 보장하는 특권을 가졌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권력투쟁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조선시대 최고 여성 권력자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방원과 차기 권력투쟁을 벌인 최초의 국모 신덕왕후부터 왕비로서는 유일하게 정권을 장악했던 명성황후까지 조선시대 왕비들의 복심과 반전의 드라마를 ‘하루’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녹였다. 더 나아가 기침에서 문안인사와 수라, 취침에 이르기까지 왕비의 일상적인 하루를 통해 그녀들의 삶을 살펴본다. 저자는 조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거대한 정치적 사건들 중심에 왕비가 있었다며 조선왕조 500년 역사는 여성이 남성 권력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투쟁의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영사, 404쪽, 1만5000원

    진경문화 |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엮음

    미·중 관계 연구론 外
    조선 역사에서 문화예술이 두드러지게 부흥한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가 숙종(1674~1720)에서 순조(1800~1834)에 이르는 150여 년의 ‘진경시대’다. 중국풍을 넘어 조선인의 사상, 시각으로 조선의 자연과 사람, 사회를 표현함으로써 조선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미술사 분야에서 시작된 ‘진경시대’ 연구는 판소리, 탈춤, ‘구운몽’ ‘사씨남정기’ 같은 문학, 서예, 음식, 지리, 의학 등 모든 분야로 확대됐다. ‘찬란한 우리 문화의 꽃’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역사학자부터 한의사 등 다양한 전공의 ‘간송학파’ 연구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진경문화에 대한 연구 성과를 담았다. 성리학, 실학, 선수행과 불교교학, 문학, 회화, 사군자, 청화백자, 능묘미술, 서예, 의학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진경문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현암사, 416쪽, 2만8000원

    조선과 명청 | 기시모토 마오 등 지음, 김현영 등 옮김

    미·중 관계 연구론 外
    한국과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조선과 명·청 시대를 비교했다. 전통문화, 생활습관, 가족제도 등 오늘날 한국과 중국의 전통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모두 이 500년 동안에 만들어졌다. 책은 조선시대와 명·청 시대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하나로 아울러 파악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 ‘은 무역’이다. 16세기 초 조선에서 새로운 채광법의 개발로 은 수출이 급증했고, 일본에서도 많은 은이 유입돼 중국으로 흡수됐다. 은 수출을 둘러싼 새로운 사태는 일본으로의 면포 대량 유출, 사치 풍조, 밀무역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는데 사림파 정권은 이러한 변화를 억눌렀다. 사림파의 정치적 관심은 어디까지나 국내 지향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림파의 국내지향성과 국제정세에 대한 무관심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원인이었다고 본다. 너머북스, 567쪽, 2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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