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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국민대통합위 한국 정치·사회 엘리트집단 이념 조사

  • 정원칠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원 cwc@eai.or.kr

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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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보수, 보수의 진보

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다섯 개 질문은 자신의 이념성향을 구성하는 요소에 포함된다.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라고 하든 보수라고 하든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 영역에 해당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념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이 가리키는 방향과 크게 어긋나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이념성향이 정말 진보인지 아니면 보수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280명의 정치사회 엘리트 가운데 다섯 개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이념성향과 일치하는 응답을 한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자신의 이념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정치사회 엘리트 가운데 다섯 개 질문에 대해 일관되게 진보적인 견해를 나타낸 비율은 11.9%였다.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경우 다섯 개 질문에 대해 일관되게 보수적인 시각을 보인 비율은 11.5%였다. 정치사회 엘리트 집단에서조차 진보든 보수든 90% 가까운 비율로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이념성향과 다른 처지에 있음을 밝혔다는 의미다(표3).

진보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이슈는 환경 이슈였다. 55.3%의 비율로 환경보전과 산업개발이 양립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진보에서의 근본적인 믿음이라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신뢰보다는 제도에 대한 신뢰를 선택한 비율 역시 32.0%나 됐다. 보수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남북관계와 북한인권의 연계에 대해서조차 연계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27.5%로 낮지 않았다. 경색된 남북관계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된다.

보수 집단에서도 진보 집단에서와 유사한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보수에서의 근본적인 믿음이라 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신뢰보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선택한 비율이 61.5%나 됐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엘리트보다는 일반 국민의 참여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33.7%로 높게 나타났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 역시 25.0%로 낮지만은 않았다.



다섯 개 질문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이러한 특징은 이념보다는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결과일 수 있다. 국가적 이익이나 사회적 이익을 고려한 판단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진보와 보수 이념성향을 구성하는 요소들과 큰 차이를 드러냈다면 정말 자신의 이념성향이 진보인지 아니면 보수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념은 도구가 아닌 가치

이번 조사는 정치사회 분야 엘리트를 대상으로 했다. 엘리트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더 많은 정치권력을 소유했으며 정치 지향적이다. 엘리트 자신뿐 아니라 몸담은 조직·집단 역시 다른 조직·집단과 비교해 더 많은 정치권력을 가졌다. 또한 더 많은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 정치 지향적으로 행동한다. 따라서 다른 조직·집단과 이해를 달리하는 이슈와 직면해 갈등과 대결 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정치권력을 행사하려 진영을 만들기도 한다.

조직·집단에 대한 이념성향 평가를 통해서도 진영논리가 실제 작동할 개연성이 높음을 엿볼 수 있다. 가령 조사에 참여한 새누리당 소속 엘리트들은 시민단체(-2.59점)와 새정치민주연합(-2.38점)의 이념성향을 다른 조사 참여 집단들에서의 결과와 비교해 더욱 진보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엘리트들은 현 정부(4.18점)와 새누리당(3.46점)을 대단히 보수적으로 평가한다. 언론(2.57점)과 학계(1.17점)에 대해서도 보수로 평가한다. 시민단체 소속 조사 참여 엘리트들도 자신의 조직은 중도(-0.24점)에 가깝지만 현 정부(3.80점), 새누리당(3.36점), 그리고 언론(1.71점)을 모두 보수로 평가한다.

진영논리의 작동은 결국 개인이든 집단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지지자를 동원하려는 의도로 특정 갈등을 부각하려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즉 편향성의 동원(mobilization of bias)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치사회 문화를 탓하는 것도 이상한 현상은 아니다. 승자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패자는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자신의 인사문제와 사회활동도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보수에서조차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1.0%로 과반에 달했다. 아니라고 답한 비율은 24.0%였다. 진보 집단의 응답 비율은 보수 집단과 비교해 더욱 높은 73.0%였으며 아니라고 답한 비율은 12.1%에 그쳤다.

보수-진보 속내는 종잇장 차이 진영논리가 이념전쟁 부추겨
정원칠

1971년 출생

고려대 대학원 행정학과 정책학 박사과정 수료

동아시아연구원(EAI) 연구원, 민주주의연구센터 부소장

저서 : ‘2013 대통령의 성공 조건’(공저), ‘한국의 내셔널 어젠다’(공저) 등


진영논리에 의해 진보와 보수의 이념이 동원되는 것이라면, 여기서의 이념은 도구다. 이념이 가치라는 상식과 대비되는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섬뜩하다. 진보와 보수로 편을 갈라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며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입을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독자께 “당신은 진보입니까, 보수입니까, 아니면 중도입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어떤 이슈에서요?” “어떤 영역에서요?”라고 되묻기를 바란다. 넘쳐나는 이념갈등의 동원을 막을 믿을 만한 파수꾼은 지금 당장에는 국민뿐인 현실이 씁쓸하다.

신동아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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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칠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원 cwc@ea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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