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달라이라마 눈맞춤에 병마는 씻은 듯 사라지고…

티베트와 결혼한 한국 여인의 다람살라 5년

  • 가연숙 │‘달라이라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 저자, 인터넷 ‘가교(www.gayo.org)’ 운영

달라이라마 눈맞춤에 병마는 씻은 듯 사라지고…

4/4
달라이라마 눈맞춤에 병마는 씻은 듯 사라지고…

달라이라마를 친견하는 자리에서 필자의 딸에게 ‘뗀진빼마’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이웃 종교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둔 지난 4월 일본 고야산에서 열린 달라이라마 법회에 맞춰 일본을 방문해 방한추진위 발족을 사전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길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해외 순방 당시 한국의 김치를 아주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데, 한국 정부의 정식 절차에 맞춰 방한이 허용되면 김치를 매일 맛볼 수 있겠군요”라며 특유의 웃음을 보였다.

“지구의 70억 인류가 신앙하는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그 가운데 10억이 무종교인입니다. 그렇기에 종교를 넘어 우리는 인류 공동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마음의 평화와 연민의 자질을 키워야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현세적이고 세속적인 윤리라고 칭합니다. 우리는 종교가 지닌 모든 형식과 체제를 거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의 평화와 연민은 거부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그 이상의 것입니다.”

이는 21세기 대화의 시대를 여는 가장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불교 리더 달라이라마가 선포한 인류의 보편적인 책임이다. 여든의 노장은 새벽 3시에 일어나 3시간의 개인 명상을 끝낸 후 하루 종일 대중을 친견하고 법문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매년 가을 다람살라 정기법회 시즌이 되면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국가의 불자들과 대만, 한국, 몽골의 불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달라이라마가 다람살라에 머무는 기간은 1년 중에 고작 3개월이 전부다. 대부분의 시간은 인도 전역과 해외 법문에 할애한다.

그 가운데 달라이라마의 주관으로 창립된 마음과생명연구소는 이미 30년이 됐다. 이 연구소는 불교를 통해 과학과 심리학 정신분석학 심지어 예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경계 없이 교류하고 접점을 모색하는 작업을 펼친다. 달라이라마는 현대 과학과 불교가 만나 가능한 대화에 흥미를 가졌다. 현대의 과학 지식이 과거 불교 경론과 대론했을 때 오류 때문에 그 정당함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붓다의 말씀에 근거한 논전이라 하더라도 오늘의 언어로 수정되고 재증명돼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깨어 있는 종교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수용일 것이며 이 시대의 진정한 통섭이다.

인류의 진정한 과제



역대 달라이라마 가운데 가장 역동적인 삶을 사는 관세음보살(자비와 연민을 상징)의 화신. 세속 나이 12세 때 티베트의 법왕으로 옹립돼 16세에 자유를 잃고 19세에 국가를 빼앗겼으며 24세에 중국의 침공을 피해 인도로 망명했다. 55년의 세월을 인도에 투숙하는 가장 오래된 손님의 신분으로 전 세계에 인간의 가치를 설법하는 그는 “나의 이름이 단지 달라이라마일 뿐, 티베트 불교를 수행하는 단순한 승려”라며 법문 여행을 위한 가방을 꾸린다. 그의 소박한 적색 가방 안에는 눈물을 닦기 위한 손수건과 법문이 열리는 무대의 뜨거운 조명을 가리기 위한 모자, 그리고 투명한 유리 염주가 전부다.

나는 ‘인류의 공존과 종교 간의 화합 그리고 티베트의 현안 해결’에 대한, 그의 일생에 걸친 서원을 지지한다. 여든의 노장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속에 담긴 티베트의 현안에서 오늘 우리가 담론해야 할 인류의 진정한 과제를 본다. 티베트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처한 인간의 보편적인 갈등 상황이 종식되는 것임과 동시에 진정한 인류애가 증명되는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한 면에서 티베트 망명정부에서 5년간 보고 들은 바를 근거로 생생히 기록한 ‘달라이라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참글세상 출판)는 ‘나’를 재해석하고 확장해 진정한 ‘우리’를 모색하는 시대의 창이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다람살라의 첫 몬순을 겪는 사이 카메라 렌즈에 닦아낼 수 없는 곰팡이가 생겼을 때 혼자 울었던 경험이 내가 티베트인들의 가슴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달라이라마가 늘 염려하는 티베트 망명정부의 민주화가 바르게 정착되기를. 그리고 보다 가까운 미래에 그들이 어머니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달라이라마의 열반 이후 티베트인들이 겪게 될 절망과 혼란을 부디 그들 스스로 딛고 일어서는 힘을 키우는 데 미약하게나마 조력이 되기를. 그들이 간절히 바라던 것을 비로소 성취하는 날에 우리가 서로 부둥켜안고 어울려 환희의 춤을 추기를. 어머니의 연민으로 그들과 함께 선 이 길 위에서 살아 있는 모든 생명과 더불어 여여(如如)하기를.

신동아 2014년 11월호

4/4
가연숙 │‘달라이라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 저자, 인터넷 ‘가교(www.gayo.org)’ 운영
목록 닫기

달라이라마 눈맞춤에 병마는 씻은 듯 사라지고…

댓글 창 닫기

2022/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