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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친구보다 동지, 방만보다 오만

독신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친구보다 동지, 방만보다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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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 술집 자주 찾으면…

혼자 살다보면 이른바 ‘귀차니즘’에 빠질 때가 많다. 이때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면, 당연히 생활이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 방만은 방만을 낳는다. 방만하면 경제적 기반도 흔들린다. 직장생활 비교우위 요인도 무의미해진다. 일시적인 무절제만으로도 독신생활의 기반이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다.

외로워서 술집을 자주 찾는다고 전제해보자. 여종업원이 말동무도 해주는 동네 바(Bar) 같은 곳 말이다. 집에서 빨리 오라는 사람도 없으니 끝까지 마신다. 과음 상태로 집에 돌아오긴 하지만 아침에 깨워주는 사람이 없다. 일어나기 힘들고 지각이 잦아진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가사도 엉망이 된다. 옷도 대충 입고 출근한다. 업무 실적이 오를 리 없다. 독신자 티를 팍팍 내는 사람을 동료나 상사가 좋아할 리 없다. 자연히 승진에서 밀리고 만년 과장 신세로 전락한다. 술값에 카드 빚만 늘어나 퇴직금으로 빚잔치를 해야 할지 모른다.

방만의 악순환

이런 독신생활을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독신생활 중에 방만의 악순환에 빠지기 시작했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노후를 집도 없는 부랑인으로 보내거나 죽음을 고독사로 마무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방만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자제력이 있는 경우다. 그런데 자제력이 부족하다면 간섭할 타인을 많이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가족 중에 그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다. 없다면 친구나 애인, 주변의 지인에게 그런 역할을 맡겨야 한다. 공인인 정치인이 대중의 눈을 의식해 스스로 욕망을 절제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슈퍼맨 증후군

방만도 문제지만 오만도 문제다. 몇몇 독신자는 ‘나는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사람은 ‘슈퍼맨 증후군’에 빠질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 승승장구하면 이 증세는 더 심해진다. ‘나는 혼자서도 이렇게 잘해내는데 너희들은 도대체 뭐냐’는 식으로 사람을 업신여긴다. 독신 CEO이나 독신 대통령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증세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다재다능한 것, 나쁘지 않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자기 확신이 자기 과신, 자만의 경지에 이르면 화를 부를 수 있다. 이럴 땐 누군가 한숨 죽게 초를 살짝 쳐주어야 한다. 불행히도, 독신자 주변에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돌직구를 날려줄 사람이 별로 없다. 특히 잘나가는 독신자의 경우엔 더 하다. 이런 잘나가는 독신자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는 싸늘한 답변을 많이 해왔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답변이 돌아올까 겁이 나 충고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잘 나가는 독신자의 오만, 슈퍼맨 증후군, 자만은 더 심해진다. 자연히 소통이 안 되고 인적 네트워크에 금이 간다. 고립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독신자는 방만과 오만 중 하나를 택하라면 오만을 택하는 게 낫다. 방만하면 굶어 죽지만 오만하면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만한 사람은 스스로 처참해지는 것을 절대 용서치 않는다.

우아하게 홀로 살자

기혼자는 기본적으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상당한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반면 독신자는 선택적으로 사람을 사귈 수 있고, 원하면 한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이 집착을 부를 수 있다.

친구보다 동지, 방만보다 오만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더욱이 인간관계에 목말라 있던 상황이라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런 집착을 방지하려면 역시 인간관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친구는 물론 썸 타는 대상도 많은 편이 좋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집착 따위가 자라날 여지가 없다.

여기저기 손을 내미는 행위를 두고 주접떤다고 한다. 집착하는 독신자, 주접떠는 독신자, 진상 떠는 독신자. 피할 일이다. 우아하게 홀로 살자.

신동아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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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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