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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아세안 신흥국과 힘 합쳐 중국·일본 견제해야”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 하노이=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아세안 신흥국과 힘 합쳐 중국·일본 견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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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확장 시대도 아닌데…”

▼ 베트남의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베트남 사람들이 경공업을 배워 서서히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에 있어요. 단순 가공에서 이제는 원부자재 생산 분야로 확대하고, 수출 비중도 계속 늘어요. 내 예측으로 베트남이 앞으로 15∼20년 안에 아세안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와 홍콩을 제외하고 최고 위치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봐요. 중국 다음가는 나라로도 성장할 수 있죠. 지금 베트남에 나와 있는 우리 기업이 3700개 정도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봐요. 베트남 발전 과정에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 기회를 많이 찾아 다양하게 협력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요.”

▼ 중국이 G2로 성장한 것이 우리 앞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요? 왜 불리하다는 거죠?”



▼ 한 국가가 커지면 자국에 유리하도록 주변국을 억압해온 과거 역사 때문 아닐까요.

“로마 시대 이후 제국주의 시대까지 줄곧 영토 확장 싸움을 해왔으니, 주변국이 커지는 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였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영토 확장 싸움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예요. 유엔도 있고.”

▼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를 놓고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등 아시아에서는 섬을 둘러싼 영유권을 놓고 크고 작은 갈등이 생겼습니다.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이 모두 중국과 섬을 둘러싸고 말이 많죠. 그런데 그것은 영토 확장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바다 속 자원 때문에 빚어진 문제로 보는 것이 옳아요.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인데, 아무리 큰 나라라도 작은 나라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요. 결국 공동 개발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요.”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김 전 회장의 분석은 긍정적이고 도전적이었다. ‘가능성을 향한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무장해 세계시장을 개척한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돼 있습니다.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까요.

“그건….”

▼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 과거 대북특사로 활동한 경험도 갖고 계신데….

“…”

연수생 A/S까지

“아세안 신흥국과 힘 합쳐 중국·일본 견제해야”

글로벌 YBM 3기 졸업생들이 김우중 전 회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가운데가 김 전 회장.

김 전 회장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얘기했지만,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말을 아끼거나 아예 침묵했다. 김 전 회장이 머뭇하자 인터뷰에 배석한 장병주 회장이 거들었다.

“회장께서는 남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함께하는 ‘동북아 협력사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김 전 회장이 구상한 ‘동북아 협력사업’은 중국이 동북3성에 있는 땅을 내고, 남한은 기술과 자본을, 북한은 인력을 제공해 공단을 함께 운영하자는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대북특사로 활동하던 시절 김 전 회장은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에게 이 안을 설명하고 ‘실험적으로 북한 인력 2만 명을 동북3성에 보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혔다(‘김우중과의 대화’ 391쪽). 그러나 이 구상은 남북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현실화하지 못했다.

화제는 다시 김 전 회장의 주된 관심사인 ‘청년’으로 돌아왔다.

▼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연수생에게 어떤 조언을 해줍니까. 가령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와 이름이 알려진 회사 가운데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라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찾는 것이 우선이죠. 자신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작은 것에서부터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며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한창 성장해가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제조회사에서 업무를 배우는 것이 큰 의미가 있어요. 이름이 알려진 회사는 주어진 업무 중심으로 일하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존재감을 느낄 기회가 부족하죠.”

베트남에서 지켜본 김우중 전 회장의 일상

방식은 달라도 본업은 여전히 ‘세계경영’


김우중-정희자 부부는 올해 결혼 50주년을 맞았다. 김 전 회장의 자녀들은 부모에게 금혼(金婚)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보내줬다.

“4월에 아이들 초청으로 영국에 다녀왔어요. ‘일’하러 다닐 때는 몰랐는데, 런던도 그렇고 영국이란 나라가 볼거리가 꽤 많더라고요. 참 좋았어요.”

김 전 회장은 ‘관광하러 영국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지난해에는 부부가 함께 일본으로 온천여행도 다녀왔단다. 그룹 해체는 그가 30년 넘게 키워온 자식을 잃는 것과 같은 일이었을 터. 그러나 역설적이게 회사를 돌보느라 잊고 살았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그가 ‘사는 재미’에 빠져 일을 손에서 놓을 것 같지는 않다.

78세의 김 전 회장은 앞으로 10년 이상 더 일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1시간 정도 산책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 읽기는 필수.

“동아, 조선, 중앙. 매일경제. 이 네 신문을 꼭 챙겨 봐요. 신문을 봐야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죠.”

그는 대우그룹 회장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때에도 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었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뉴욕타임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는 꼭 찾아 봤어요. 국제 기사를 종합적으로 많이 보도하거든요. 모두 자기 나라를 위해 보도하는 것이지만,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김 전 회장은 “좁은 생각에 갇혀 있으면 큰 것을 놓치게 된다”며 ‘TV토론 같은 데 나와서 우리끼리 싸움 붙이는 얘기만 늘어놓는’ 일부 학자나 전문가들을 못마땅해 했다.

“조그만 나라에서 우리끼리 싸움만 해서는 미래가 없어요. 세상을 크게 보고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김 전 회장은 대부분의 시간을 사람을 만나는 데 쓴다. 연수 중인 GYBM 연수생도 수시로 찾아가 만나고, 때때로 졸업한 뒤 취업한 학생들과도 만난다. 또 GYBM 졸업생을 뽑아준 회사 CEO나 법인장과도 정기적으로 만난다. 평소에는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인이나 진출하려는 기업인이 면담을 요청해오면 그들을 만나 조언해주는 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대우그룹 해체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미래에 세계경영에 나설 주역을 길러내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인을 돕는 그는 여전히 ‘세계경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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