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한국 자본주의’ 집중 분석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3/3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 삼성전자 실적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삼성전자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이 말은 한국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과 같은 얘기가 돼버렸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4조1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홍콩의 증권 애널리스트들이 그런 전망을 내놨는데 그때 일부 언론이 ‘외국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죽이기’라고 했다. 답답한 일이다. 삼성전자가 언제까지나 스마트폰으로 호황을 누릴 수 없다는 것도 많은 애널리스트가 거론해왔다. 한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은 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정말 잘 해주면 좋겠다.”

‘성장 마약’과 ‘총수자본주의’

▼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서 삼성이 10조5500억 원을 베팅한 현대차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써낸 것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의 합리적인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시각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경영진에 진입한 지 꽤 됐지만 업적으로 내세울 만한 게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를 듣는 게 문제다. 그래도 창업 세대는 약간의 과오가 있었다고 해도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런데 3세 경영인들이 우리 사회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 창업자 가족이라고 해서 경영에 참여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세금을 제대로 내서 부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경영 능력이 있는지 검증받아야 한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경우 창업주 가족이 한때 회사를 경영했지만 지금은 손을 뗐다. 창업주인 헨리 포드에 이어 손자가 꽤 오랫동안 경영을 했고, 그리고 그 손자의 조카가 몇 십 년 후 내부에서 역량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러나 7년 하고 밀려났다. 유럽에는 창업주 가족이 계속 경영하는 비상장 중소기업이 많다. 특히 명품 브랜드는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그러나 그건 소기업이거나 전문화한 기업들 얘기이고,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 올들어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등이 갑작스럽게 대규모 손실을 발표했다. 무리하게 외형 성장에 매달리다 뒤늦게 후유증이 나타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국 기업인들은 내실을 추구하기보다 외형 성장에 몰입한다. 주주가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는데도 그렇다. ‘성장 마약’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외형적으로 뭔가를 보여야 총수의 신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총수 눈 밖에 나면 하루아침에 옷을 벗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총수자본주의’다.”

▼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무리한 외형 성장을 추구하다 큰 후유증을 앓았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지 않는 한 5000만 명을 쪼개 먹는 구조다. 그래서 오래전 금융개혁을 할 때 대형화해주면 국제경쟁력을 갖춰 적어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새로운 성장 여력을 찾아내지 않겠느냐고 봤다.

그러나 결국은 부동산 대출 말고는 우리나라 금융회사가 한 게 뭐 있는가. 외형 늘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 부동산 대출이다. 그게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졌고.”

수출 안 하고 달러 벌기

▼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는 김대중 정부 경제관료들이 기획해체했다’고 주장했다.

“훌륭한 분이었는데 안타깝다. 한때 우리 젊은이들이 우상으로 여기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운 대상이었던 분인데,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뀌었음 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김 전 회장 처지에서는 억울한 점이 없지 않겠지만 어느 나라의 어느 관료, 어느 정치인이 자기 나라 기업을 ‘기획’해서 망하게 하겠나. 그리고 대우그룹은 해체됐을지 몰라도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대우 등 당시 대우그룹의 주력 회사들은 다 살았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다. 대우전자가 계속 유지되지 못한 것은 아깝지만.”

▼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설립한 장하성펀드를 2012년 말 청산했는데.

“경영학자로서 하나의 실험이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기업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발행하는 화폐는 외국에서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가 발행하는 주식이나 회사채는 현금으로 바꿔준다. 그러니 똑같은 이익을 내고도 이 회사들의 가치가 1만 원일 때와 2만 원일 때는 벌어들이는 달러에 많은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주식을 발행하면 다 팔린다. 물건 안 팔고 종이 한 장 찍어주면 달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그건 갚지 않아도 되는 돈이다. 그래서 기업 가치를 국제적으로 제대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이걸 단순히 투기꾼들의 장난으로 치부하는 건 금융시장이 중요한 구실을 하는 현재의 시장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했으면 그 가치를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 장 교수를 보는 시각이 다양한 것 같다. 스스로는 어떤 인물로 평가받기를 원하나.

“가장 싫어하는 건 이념적 스펙트럼 속에 나를 집어넣는 것이다. 일부 우파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하고 좌파 일부에서는 자본가의 앞잡이라고 한다. 내 관심은 오늘의 한국 현실을 정확히 보는 것,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올바른 방법은 무엇인가다. 그런데도 좌파는 좌파대로, 우파는 우파대로 ‘장하성은 우리 편이 아니다’고 얘기한다. 극단으로 가야 환영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신동아 2014년 11월호

3/3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목록 닫기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댓글 창 닫기

2020/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