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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김관진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나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세인가 허세인가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왜 김관진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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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2기 안보체제에서는 김관진 실장이 군인으로서는 제일 선배이고, 국가안보실장을 맡았으니 선임이다. 그러나 그는 남재준처럼 치고 나가지도, 안보를 총괄하지도 못한다는 평가다. 그 결과 안보 파트에서는 “이병기 국정원장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부딪친다”는 둥 파열음이 나왔다. 김 실장이 육사 후배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하고만 소통하면서 군 인사 문제만 다룬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김 실장에게 남재준 원장을 예로 거론하며 ‘안보실장 위는 대통령뿐이다. 그 자리는 하늘이 정해줘야 가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갈 데까지 왔다고 보고, 물러나도 여한이 없도록 남재준 선배처럼 소신껏 해봐라’라고 했더니, 그는 ‘그게 말처럼 쉬우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목표 없이 열심히만…

그는 “김 실장은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능한 사람이지 도전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창조적인 발상으로 난관을 돌파하는 것은 김병관 씨가 훨씬 낫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안보실은 비유해서 말하면 창설부대다. 창설부대는 모든 것이 불안정해 강력한 리더십이 있는 이가 부대장이 돼야 이끌 수 있다.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할 줄 아는 이가 필요한 것이다. 오랜 세월 김 실장을 봐왔지만 그는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인물이 아니다. 최고 지도자의 신임을 받아내는 데 노력하고, 신임을 받으면 그것을 토대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견제가 많아 그것이 잘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주어진 일만 하겠다며 조용히 있는 것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을 이루기 위해 대중(對中) 외교를 중시한다. 이에 대해 러시아 무관을 지낸 한 인사는 “실속 없는 친중외교”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노태우 정부는 목표를 갖고 북방정책을 추진했다. 그때는 소련이 더 중요했기에 대소 외교에 전력을 기울였다. 북한과 소련을 분리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구체적으로는 북-소 우호협력조약에 명기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없애는 것이었다. 우리는 구소련 해체 후 등장한 러시아를 집요하게 설득해 1996년 이 조약 개정 때 이를 삭제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때 그 일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노태우 정부에서는 김종휘 외교안보 수석이고 김영삼 정부에서는 권영해 국방부 장관이었다.

북-중 우호협력조약에도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갖고 중국을 설득하고 있는가. 그러한 목표 없이 관계만 좋게 해 북한을 고립시키겠다는 것은 ‘편한 외교’를 하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안보실을 만들었는데도 안보 컨트롤타워가 없다.”

시진핑 방한 이후 미국에서는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됐다며 박근혜 정부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9월 김관진 실장은 미국을 방문했으나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과 케리 국무부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김 실장은 수전 라이스 미국 대통령안보보좌관만 만나 IS(이슬람국가) 격퇴 등을 논의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뒤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다. 이 방문 기간에 박 대통령은 미국 7개 연구기관 대표들과 만났는데,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는 있는 내용을 빼놓고 연설했다.

박 대통령이 빠뜨린 부분은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는 오해’라는 것 등이었다. 이 해프닝은 대미관계도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미군의 THAAD(고고도미사일) 배치를 놓고 한미 간에 이견이 드러났다. 이는 대중·대미를 중심으로 한 외교가 국방과 정보, 통일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보의 종합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의미다.

勇將임을 증명해야

운 좋다고 하는 김관진 실장은 안보의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을까. 한 동기생은 이런 주문을 했다.

“청와대는 그가 반평생을 보낸 군과는 문화가 전혀 다른 곳이라, 군에서 해온 방법으로는 실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절대로 권력을 몰아주지 않는다.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을 하게 된 것은 박 대통령이 밀어줬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지휘 통제이듯, 안보는 원맨이 책임지고 이끌어야 한다. 유능하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이 각기 제 주장을 펼치게 하면 안보는 엉망이 된다. 지금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증세를 하며 많이 움직이는데,‘안보부총리’인 그는 왜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는가. 안보 수요가 급증한 이 시기에…. 이제 그는 운장만이 아니라 용장임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를 살리고 그도 역사에 족적을 남기는 길이다.”

신동아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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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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