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인터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바텐더 알바’ 고려대 여학생의 고백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3/4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9월 29일 발간된 고대신문 1758호 1면에 실린 기사 ‘그는 물었다.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느냐’.

“너랑 자고 싶어

고대 졸업생이라고 했던 한 손님은 내가 예쁘다면서 치근거리다 만취하자 내게 “너랑 자고 싶어”라고 말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도와주고 나를 키워주겠다고 했다. 그러다 내가 고려대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되자 그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고개를 저으면서 “아, 안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이런 일을 하는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그렇게 쉽게 보이는 것일까. 이날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울었다.

▼ 불쾌한 경험도 많이 했겠네요.

“기사에도 썼듯, 술 취해서 팔목 잡고 ‘나 이상한 사람 아니다’라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생떼 부리는 사람, 술 취한 채 내 손등에 뽀뽀를 하려던 사람, 데이트 신청하는 사람, 학생 중에는 ‘학교에서 만나면 손님이 아니라 선배로서 술 사주겠다’는 사람 등이 있었죠.”

▼ ‘진상 손님’은 대개 혼자 와요?



“누구랑 있는지는 관계없어요. 여러 명이 와서 한 명이 저한테 수작 부리는 걸 동영상으로 찍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주로 유부남들이었어요. 특히 새벽 2시 넘어 술 취해 오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요.”

▼ 많이 속상했겠어요.

“그러려니 하다가도 핑 눈물이 돌고…. 쉽게 생각하다 문득 내가 고대생이라고 고백하면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 보며 우습기도 하고.”

▼ 왜 고대생이라고 하면 갑자기 점잖은 척들을 했을까요.

“글쎄요. 너무 성적인 면이 강조될 것 같아서 답하기가…. 이유는 여러 가지 짐작할 수 있죠.”

▼ 손님 중에 개인적으로 친해진 사람도 있어요?

“네, 영문과 선배인데 단골이에요. 제 이름도 알고 있어요.”

▼ 여성 바텐더는 어쩌면 성을 상품화해 이윤을 남기는 직업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남성 손님의 희롱이 당연히 따라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겪은 일들이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이기 때문에 성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하는 것, 대부분 일반적으로 겪는 일이잖아요. 같이 바텐더로 근무하는 언니는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에서 근무했을 때 같이 일하는 남자들의 성희롱이 지금보다 더 심했대요. 거기는 여자가 별로 없으니까. 저는 바텐더의 특수성이 아니라 야간 알바를 하는 여대생이 겪을 수 있는 공통적인 불쾌한 감정을 (기사에) 담고 싶었어요.”

▼ 맞아요. 사실 여성은 늘 성희롱이나 차별에 노출돼 있죠. 반면 여성이 직장에서 본인의 성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능력보다는 애교, 살가운 성격, 미모 같은 걸 적극 활용하려는…. 사실 바텐더도 외모가 예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알바잖아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과외 알바’는 옛말



눈밑에 다크서클이 보기 흉할 정도로 짙게 새겨졌고 연신 하품이 나왔다. 비누질을 여러 번 했는데도 온몸에서 담배냄새가 났다.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려면 커피가 필요했다. 학교 근처에서 제일 싼 17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샀다. 이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을 아르바이트 시간과 수입으로 환산하는 버릇이 생겼다. 늦잠 자느라 3시간짜리 수업을 빼먹은 날, 그만큼 등록금을 계산해봤다. 바텐더 일 4~5시간에 해당했다.

▼ 같이 일하는 바텐더 중에 대학생이 또 있나요.

“총 5명 중 저 포함해서 2명이 고대생이에요. 고려대 앞에 토크바가 11개인데 거기서 일하는 고대생도 많을 거예요.”

3/4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목록 닫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고…”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