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집 | ‘치킨공화국’의 사회경제학

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뜨겁다! 대한민국 치킨전쟁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3/5
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치킨교육을 받는 예비 창업자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외환위기의 압박에 신음하던 국민은 음식으로라도 그 고통을 잊고 싶었던 걸까. 맵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유행했다. 치킨 시장에서도 불닭 바람이 불었다. 불닭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튀긴 후 핫소스를 발라 구워낸, 변형된 양념치킨이라 할 수 있는 홍초불닭 스타일과, 오븐에 구운 후 핫소스를 바르고 다시 숯불에 구워낸 변형된 바비큐 스타일이 그것. 1998년 론칭한 코리안숯불닭바비큐가 바비큐 스타일의 효시라 할 수 있고, 훌랄라치킨이 그 뒤를 이어 론칭해 인기를 끌었다.

불닭 열풍이 가라앉자 교촌치킨의 간장치킨이 색다른 맛으로 치킨 시장을 평정했다. 짭쪼름하면서 달콤한 맛을 선보이고 가수 비를 모델로 앞세우며 젊은 여성층까지 치킨 시장의 주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AI 넘고, 트랜스지방 찍고

2002년 한일월드컵은 치킨 시장 확산의 도화선이 됐다. 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현장에도 치킨이 배달됐고,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면서 먹기에 딱 좋은 메뉴도 치킨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엔 워낙 주문이 몰려 치킨을 주문하면 2, 3시간은 기다려야 배달될 정도였다.

폭발적으로 확대되던 치킨 시장은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며 타격을 받았다. 2004년 AI 확산 때는 별하나치킨(뒤에 BHC치킨으로 바뀜)이 부도 나고, 전체 치킨점의 10%가 문을 닫았을 만큼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AI가 연례화하다시피 하자 소비자에겐 ‘면역’이 생겼다. 치킨을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체득한 것이다.



2005년엔 대두유의 트랜스지방 문제가 제기되면서 치킨 시장이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치킨은 대두유로 튀겼다. 이때 굽네치킨이 오븐치킨을 들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전기구이 통닭에 가까운 오븐치킨은 프라이드치킨의 느끼함과 양념치킨의 들쩍지근한 맛에 질린 이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최고 아이돌 소녀시대를 모델로 내세운 게 적중했다. 튀기지 않고 구웠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소녀시대처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킨 것.

기존 프랜차이즈들도 트랜스지방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BBQ가 발 빠르게 몸에 좋은 올리브유로 바꾸며 웰빙 치킨 이미지를 심었다. 다른 업체들도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등 채종유로 기름을 교체했다.

2000년대 후반엔 네네치킨이 파를 곁들인 파닭으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한 뼈를 발라낸 순살치킨, 양으로 승부를 거는 호식이두마리치킨도 등장했다. 2010년경에는 가마로강정 등 강정치킨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변신을 거듭해온 치킨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바로화덕치킨의 문어치킨(문어+치킨)과 랍치킨(로브스터+치킨) 등 치킨과 해산물을 결합한 메뉴가 새롭게 뜨고 있다. 이 밖에 누룽지통닭, 퐁듀치킨, 고추튀김과 크림소스를 가미한 할라피뇨 치즈 치킨 등이 젊은 여성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개그맨들의 ‘치킨전쟁’이 눈길을 끈다. 강호동(강호동치킨678), 이경규(돈치킨), 컬투(컬투치킨), 허경환(포차인허닭)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치킨프랜차이즈를 열었고, 김병만도 투마리치킨 광고모델을 하다 아예 대표이사로 나섰다.

특기할 점은 한국인은 여전히 치킨을 대개 통째로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부위별로 파는 메뉴도 있지만 대부분 마리 단위로 먹는다. 여럿이 먹을 때도, 혼자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치킨 맛은 기름 맛

그런데 우리는 치킨을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데 열중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대한민국 치킨전(展)’을 펴낸 정은정 씨는 이 책에서 “대체 치킨은 무슨 맛으로 먹는지를 오래 관찰한 결과 (…) 각자 갖고 있는 치킨의 취향은 프라이드냐 양념이냐로 갈리지만 그건 튀김옷이나 소스에 대한 취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치킨 맛을 이야기할 때 닭 자체의 맛은 아예 배제된다는 얘기다.

3/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관련기사

목록 닫기

4만 치킨점 4000만 ‘치믈리에’ 입맛 따라 4조 시장 대혈투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