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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있는 풍경

서울 간 ‘오빠’가 감옥 갇힌 ‘임’으로

박태준 ‘오빠 생각’

  • 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사진·권태균 | 사진작가·신구대 교수 photocivic@naver.com

서울 간 ‘오빠’가 감옥 갇힌 ‘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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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들의 사랑

그래서 그런지 ‘오빠 생각’의 흔적은 작곡자의 고향인 대구에 주로 나타난다. 대구시가 공을 들여 만든 대구 근대 문화골목에 들어서면 박태준의 흔적이 곳곳에 등장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비도 있고, TV방송 드라마로 안방극장 전파를 타 널리 알려진 소설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도 등장한다. 그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박태준에 관한 기록과 흔적이다. 그 속에는 ‘오빠 생각’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대구 근대 문화골목을 걷노라면 대구 사람들은 ‘오빠 생각’을 자기 고장의 노래로 여기는 듯한 느낌이 문득 든다. 그래서 해마다 ‘오빠 생각’ 노래 콘테스트도 열리고 대구 시내 곳곳에 ‘오빠 생각’ 노래비도 있다.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은 인구에 회자되는 클래식 포크 같은 노래이지만, 오늘날 생각하면 가사 내용이 시대감각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 노래다. 노래는 일제강점기 어린 소녀의 의식이 얼마나 애처로운 것이었나를 짐작게 한다. 8분의 6박자의 노랫가락에 나타난 애상조의 멜로디는 결코 잊히지 않으면서 오늘날에도 만인의 노래로 애창된다. 뜸북뜸북 뜸북새가 논에서 울고 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우는 깊은 가을, 누구는 노래 ‘오빠 생각’을 가만히 부르며 눈시울을 적실지도 모르겠다.

한 해가 간다. 마음은 아직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는 봄날’에 서성거리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한 해 맨 끝자락에 사람들을 야멸치게 세워둔다. 떠나보내지 못할 미련과 안타까움이 남았지만 우리는 ‘나뭇잎이 우수수수 떨어지는’ 이 가을을 뒤로하고 떠나는 한 해를 보낼 채비를 서둘러야겠다.

12월, 저마다 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는 한 해의 끝자락이다. 삶이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얼마 남지 않게 되면 점점 빨리 돌아가게 된다. 박태준도 최순애도 가고 없다. 올해가 최순애 선생(1914~1998) 탄생 100주년이다.

서울 간 ‘오빠’가 감옥 갇힌 ‘임’으로

노래는 수많은 그림으로 그려졌다. 노래 ‘오빠 생각’을 형상화한 그림.



신동아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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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empas.com 사진·권태균 | 사진작가·신구대 교수 photocivi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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