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20대 리포트

위로하는 말벗, 족집게 과외선생, 억울함 해결사

우리가 SNS에 빠지는 이유

  • 박영웅|고려대 공공행정학부 4학년 이소연|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백지연|고려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왕초연|고려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위로하는 말벗, 족집게 과외선생, 억울함 해결사

3/4

“글꼴이 뭐죠?” “산돌 에피소드”

SNS는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는 공자의 말을 그대로 증명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그룹’에 ‘좋아요’를 눌러두면 같은 관심사를 가진 다양한 ‘스승’과 상호 소통할 수 있다. 

디자인 회사에 재직 중인 H(여·29) 씨는 “작업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찾기보다 페이스북 그룹에 바로 물어본다. 마치 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고 정확한 답을 해준다. 전문성 측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H씨는 한 가지 실험을 해 보였다. 옆에 있던 어떤 포스터를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뒤 “이 포스터에 쓰인 글꼴이 뭐죠?”라고 물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아 그거요~”로 운을 떼는 ‘친절한 과외’가 올라왔다. 이어 해당 글씨체에 대해 “산돌 에피소드”라고 정확히 알려줬다. 나아가 이보다 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는 ‘산돌 시네마극장’ 폰트가 좋다는 보충과외까지 올라왔다. 

이런 맞춤형 정보는 생판 남에 의해 제공된다. 단지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런 족집게 과외가 이뤄지는 것이다. 여행에서도 SNS는 ‘폭풍활약’을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학연수다 교환학생이다 해서 해외여행을 자주 한다. 이런 낯선 여행지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는 SNS 덕분에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 혼자 세계 어디를 가건 옆에는 SNS라는 친절한 ‘자비스(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조수)’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인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생 I(24)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책을 통해서도 여행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는 특별한 장점을 갖고 있다. 만약 내가 일본 오사카를 여행하고 있다면 해시태그는 ‘지금, 거기’를 바로 보여준다. 해시태그에서 ‘OSAKA’를 검색하면 지금 그곳의 날씨가 어떤지,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실시간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불가리아 기차 안에서 겪은 일

J(21·고려대 사회학과)씨는 2016년 여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다급한 목소리의 불가리아어 방송을 들었다. J씨는 방송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했다고 한다. 

“내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거기는 목적지인 소피아에서 수백km나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결국 기차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다 내렸어요. 승무원이 내게도 내리라고 손짓을 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이 해프닝은 페이스북 덕분에 말끔히 해결됐다. J씨는 기차 안에서 만났다 헤어진 불가리아인과 페이스북 친구가 됐는데, 이 불가리아인에게 SNS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연락을 받은 이 불가리아인은 J씨에게 페이스 톡을 걸더니 “다음 기차역이 공사 중이어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다른 역까지 가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는 방송”이라고 알려줬다. SNS가 J씨의 당면 현안을 말끔히 해결해준 것이다. 

20대 중 상당수는 SNS를 통해 언제나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배움의 장이 열린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한다. 중앙대 식물시스템과학과 재학생 K(여·23) 씨는 어떤 분야에서도 SNS로부터 맞춤형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K씨의 설명이다. 

“새롭게 해보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면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부터 눌러라.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대답을 듣다가 인근 분야로 가지치기를 하기도 한다. SNS가 없던 시절과 비교하면,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훨씬 신속하고 정확하게 얻는다.” 

사람들은 살면서 억울한 일을 겪기 마련인데, 이와 관련해 20대 중 상당수는 SNS를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해결사로 여긴다. 서강대 경영학부 재학생인 L(23) 씨는 최근 도서관 열람실에서 중간고사 준비에 열중했다. 이런 그에게 열람실 노트북 소음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마우스의 딸각대는 소리나 키보드의 타이핑 소리는 L씨의 신경을 더 곤두서게 했다.




3/4
박영웅|고려대 공공행정학부 4학년 이소연|고려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백지연|고려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왕초연|고려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목록 닫기

위로하는 말벗, 족집게 과외선생, 억울함 해결사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