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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취재 | 권력암투의 진실과 거짓

“2002년 ‘주종관계’에서 ‘수평관계’로”

박근혜-정윤회 미스터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2002년 ‘주종관계’에서 ‘수평관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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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도 정씨가 최 목사로부터 그런 영적 계시 내지 명령 비슷한 걸 받아 자기를 도우러 왔으니 정씨를 누구보다 신뢰한 거라는 얘깁니까.

“정씨는 정말 몸조심을 했어요. 어디 나대고 이런 사람이 아니에요. 그림자 같았어요. 있는 듯 없는 듯. 당시엔 군인 출신인줄 알았죠. 워낙 깍듯해서.”

▼ 주종관계라는 게, 예를 들면….

“저희 정치부 기자 네댓 명이랑 박근혜 의원이랑 식사할 때면 늘 정윤회 실장이 박 의원을 모셔 와요. 그리고 정 실장은 방 밖에서 대기하고.”

“이 사람, 진짜 수하네”



▼ 식사 자리에 동석하지 않고?

“(손을 저으며) 아이…. 다른 의원실에선 보좌관이 동석하기도 해요. 그런데 여기는 절대 그런 일 없어요. 박 의원이 나가면 딱 앞에 있어요. 바로 박 의원 챙기고. ‘야, 이 사람 진짜 수하네’ 이런 느낌?”

사정기관 관계자 C씨는 “비서실장 정윤회는 법적으론 ‘무보수 입법보조원’이었다. 정씨가 직접 지금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박근혜 의원실 보좌관·비서관으로 채용해 이들을 거느렸지만 정씨 본인은 월급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C씨의 말이다.

“한창 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6~7년(1998~2004) 동안이나 ‘무보수 풀타임’으로 박근혜 한 사람을 섬긴다는 게 보통 마음가짐으로 되는 일이 아니죠. 정치판에서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어요. 2004년 비서실장직을 그만둔 것도 ‘최태민 사위’라는 자신의 타이틀이 박 대통령 대선 가도에 방해가 될까봐 그런 거죠. 은둔한 뒤에도 계속 박 대통령을 몰래 도왔을 거예요. 안 그랬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박근혜와 정윤회, 두 사람의 관계는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거죠.”

‘최태민의 말씀’은 이 불가사의를 어느 정도 풀어줄 해답이 될 듯했다. 최태민-정윤회-박근혜 세 사람을 이어주는 맥락에 대한 ‘내재적 접근’이 있어야 현상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은 2007년 경선 때 “대통령이 돼도 최 목사 가족과 계속 관계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윤회 비서는 능력이 있어 도와달라고 했고 실무 도움을 받았다. 법적으로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면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정윤회 씨)는 성실한 사람이다. 나는 사람과의 인연을 많이 맺는 편도 아니지만 여간해서 인연을 끊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어느 정도 깊은지 충분히 읽힌다. 또한 주변의 시선만 아니면 얼마든지 드러내놓고 사람을 쓰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다른 한편으로 박 대통령이 정씨와 계속 접촉해온 것 같은 뉘앙스도 감지된다. 수년간 완전히 인연을 끊은 사람에겐 하기 힘든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B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그러나 적지 않은 의원이 당시 ‘박근혜 의원과 통화가 잘 안 된다, 정 실장이 다 자른다’고 정 실장을 비난했다던데….

“당시 한나라당 출입기자들도 다들 ‘박근혜랑은 통화가 안 된다’고 투덜거렸죠. 그러나 저는 잘 됐어요.”

▼ 정 실장 밑에 있던 이재만 보좌관과 안봉근·정호성 비서관이 지금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데.

“정치부 기자들이 겉멋이 좀 들었잖아요. 저는 박근혜 의원 쪽과 연락할 일이 있으면 정 실장 하고만 상대했죠. 그 밑에 보좌진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정호성 비서관은 기억나요. 딱 봐도 또릿또릿했거든요. ‘이 친구 똑똑한 친구네’ ‘참 유능하다’ 싶은. 이재만·안봉근, 이쪽은 특별한 기억이 없어요.”

한나라당 당직자 출신인 여권 인사 D씨는 “정윤회와 문고리 3인 간 위계질서는 어마어마했다. 정씨가 군기를 확실히 잡더라”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D씨의 설명이다.

“문고리 3인 중 이재만 씨가 보좌관으로 서열이 제일 높았죠. 박근혜 의원이 2002년 한나라당에 복당한 뒤로 정 실장과 이 보좌관 두 사람이 박 의원을 수행했어요. 박 의원이 가령 이회창 총재 집무실에 들어가면 정 실장은 부속실에 앉아서 보좌진이랑 수다를 떨어요. 이재만은 문밖 복도에 대기하게 해요. 공간으로써 박근혜, 본인(정윤회), 문고리 3자 간에 격차를 두는 거죠.”

“2002년 ‘주종관계’에서 ‘수평관계’로”

최순실 씨 명의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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