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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새 연재>신동아 - 미래硏 연중기획 /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박근혜 ‘통일대박론’은 1층 안 짓고 2층 짓겠다는 것”

원로 언론인·정치인 남재희가 본 대통령들

  • 대담·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정리·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박근혜 ‘통일대박론’은 1층 안 짓고 2층 짓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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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경제민주화’의 속내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기획자, 주도자로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진흥정책과 재벌을 집중적으로 육성한 것은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으나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엔진 구실을 했습니다. 이 같은 정책을 두고 당대에는 어떤 논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건 복잡한 얘기인데, 경제개발계획의 생성과정을 먼저 살펴봅시다. 첫째, 박정희 대통령이 쿠데타를 했단 말이에요. 부도덕한 일을 저지른 겁니다. 민주주의를 깨버렸잖아요. 그건 다른 것으로 보상해줘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겁니다. 둘째, 장면 내각이 쿠데타 이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해놓은 게 있었습니다. 셋째, 박 대통령이 만주군 장교로 근무할 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기시 노부스케가 만주국 경제계획의 총책임자였어요. 만주국을 단순히 괴뢰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는 게, 그 나름대로 새로운 국가 건설 이상이 있었습니다. 조선족, 만주족, 한족, 몽골족, 일본족의 5족이 새로운 이상향을 건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주국 건설의 총책임자가 기시였고요. 박 대통령은 만주국에서 국가 건설 과정을 봤습니다.

이 세 요소가 결합해 경제개발이 시작된 겁니다.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면서 이병철, 정주영 씨 같은 사람을 거점으로 키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재벌이 적당히 큰 다음에 체크 앤드 밸런스(check · balance)를 할 장치를 안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10·26을 맞았다는 겁니다. 평생 집권할 줄 알았으니 서두르지 않았겠죠. 김종인 전 의원(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나한테 밤낮 하는 얘기가 그겁니다. 지난 대선 때 김종인이 얘기한 경제민주화라는 게 체크 앤드 밸런스를 하겠다는 거였어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이 마무리하지 못한 걸 하고 싶었던 겁니다.”

남 전 장관은 이 대목에서 “오늘 내가 그간 안 나온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라면서 웃었다.



“우리 핵무기가 어디를 향하겠소?”

▼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만 2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살다 1979년 집권당인 공화당에 참여했습니다. 핵무기 개발 시도 등으로 한미 간 갈등이 첨예하던 때입니다. 당시 한미 갈등과 그것이 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이르는 과정 등과 관련한 생생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공화당에 참여한 게 아니라 징발된 겁니다. 신문사에 가만히 있는데 낙하산으로 공천을 받았어요. 지금은 널리 알려졌지만 핵무기를 개발하려 한 것은 틀림없는 얘기입니다.

육군 참모총장을 지내고 국회 국방위원장을 한 민기식이 1970년대 후반 일본 기자 댓 명하고 술을 마시는데, 기자들이 취기가 오르자 핵과 관련한 것만 계속 물었다고 해요. 파장할 즈음 민기식이 ‘당신네들이 우리가 핵무기 개발하는 것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데 그래, 핵무기 개발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우리 핵무기가 어디를 향하겠소? 미쳤다고 같은 동포인 평양을 향하겠소? 핵무기를 개발하면 도쿄나 베이징으로 향할 거요’라고 말하니 일본 애들이 혼비백산했다고 해요.

어쨌거나 핵무기 개발 탓에 미국과의 관계가 아주 시리어스(serious)했습니다. 나는 1979년 10월 26일의 슈팅(shooting)은 미국과 관계가 있다고 봐요.”

▼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뉴욕타임스가 일요일판에 뉴욕타임스매거진이라고 주간지 형태로 된 별도의 잡지를 냅니다. 뉴욕타임스매거진은 수준이 아주 높은 매체예요. 언론인 겸 외교관인 리처드 홀부르크가 이 매거진에 논문을 기고합니다. 1976년 미국 대선 때 카터 선거운동본부에서 일한 인물입니다. 글을 아주 잘 써요. 홀부르크는 카터가 대통령에 취임(1977년 1월)하기 직전 “나도 ‘박정희 제거론’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뉴욕타임스매거진에 투고합니다. ‘한국 사태를 해결하려면 박정희를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미국 학자의 주장에 맞장구를 친 것입니다.

홀부르크가 나중에 카터 정권에서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되는데, 그 직책을 맡을지 모르고 글을 그렇게 강하게 쓴 것 같아요. 중앙정보부 해외 파트에서 홀부르크의 글을 체크했겠죠. 김재규(당시 중앙정보부장)는 미국이 박 대통령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고 여겼을 겁니다.

홀부르크가, 박 대통령 살아 있을 때는 한국에 오지 않더니 10·26 이후에는 뻔질나게 들락거렸습니다. 박 대통령이 그렇게 된 직후에도 한국을 방문했는데, 미국대사관에서 국회의원, 언론인 등을 초청해 대대적인 축하 파티를 열었어요. 나도 초청받았습니다. 파티장에서 홀부르크한테 ‘박 대통령 제거에 동의한다는 글을 썼던데, 박 대통령이 이렇게 되니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었더니 자리를 피해버리더군요.”

▼ 박근혜 대통령이 10·26을 겪은 후 미국과 관련해 어떤 의심을 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건 내가 알 수 없지.아무튼 무슨 귀신이 들렸는지, 용케 뉴욕타임스매거진을 읽은 거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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