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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불통, 홀대, 기소…정부·청와대가 禍 자초

외신(外信)들, 국경 초월한 한국 비판 공세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불통, 홀대, 기소…정부·청와대가 禍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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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는 또 한 번 외신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9년 12월 27일자 로이터, AP, AFP 등 주요 외신은 한국이 프랑스나 일본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승자가 된 사실을 ‘쾌거’라고 평가했다.

2010년 서울에서 치러진 G20 정상회의도 이명박 대통령의 가치를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한국에서 대형 국제행사가 치러진 적은 많지만 한국 대통령에게 외신의 스포트라이트가 온전히 쏟아진 적은 이때가 유일했다.

두 보수 정권이 외신으로부터 이처럼 상반된 반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감도의 차이, 대통령의 국제적 업적의 차이가 변인이 될 수 있다. 이외에 외신을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 차이도 중요한 변인으로 꼽힌다.

외교가와 언론계 여러 인사는 박근혜 정부가 외신을 너무 홀대한다고 평가한다. 이런 주장은 이명박 정부의 외신 정책과 비교해보면 객관적으로 입증된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대못질’을 의식해 처음부터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오렌지를 ‘어린쥐’라고 발음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이런 소소한 구설이 터져 나온 것은 그만큼 언론에 열려 있었다는 방증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이명박 정부는 바싹 긴장했고 외신을 더 각별히 대했다. 청와대 내에선 해외언론비서관, 해외홍보비서관 등 1급 비서관이 외신을 맡았다. 주요 부처는 외신 담당 대변인을 두고 열심히 브리핑했다. 외신기자가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총국을 도쿄에서 서울로 옮겨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또 서울에 통신원만 상주시키던 CNN, 이코노미스트, 알 자지라는 서울지사를 새로 열었다.

아베 정부에 역전골 허용

반면 박근혜 정부 들어 청와대 내 외신 업무는 4급 외신 대변인이 맡았다. 이 정부에서 인사 실패는 거의 고질병인데 언론홍보 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이던 윤창중은 기자들을 고압적으로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들의 질문에 모른다거나 침묵으로 대응해 불통 논란을 낳았다. 국내 언론을 이렇게 대하는데 외국 언론인들 잘 대해줄 리가 없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는 외신기자들로부터 ‘질문해도 모른다는 답변만 늘어놓는다’는 불만을 산다. 외신기자 등록과 발급 업무를 맡은 외신지원센터 홈페이지도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황량한 느낌을 준다.

그러자 해외 언론사의 탈(脫)한국 사례가 속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4년 7월 아시아총국을 다시 도쿄로 원위치시켰다. 프랑스 르 피가로, 미국 LA타임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도 서울 특파원을 철수하거나 주변국으로 이동했다. 축구 한일전에 비유하자면 이명박 정부가 일본 민주당 정부를 상대로 선취점을 기록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아베 정부에 역전골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케이신문 기자 기소 사건은 만국의 언론인을 모처럼 단결하게 하는 양상으로 흘렀다. 국내 언론은 일본 우익의 시각을 대변하는 이 신문사 소속 기자를 옹호해야 하는 사실을 곤혹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이 한목소리로 ‘기소까지 간 것은 잘못’이라는 논조를 폈다.

동아일보 심규선 칼럼은 일본 우익신문을 편들 생각이 없다고 한자락 깔기는 했지만 정부가 기자 기소로 대응한 것은 잘못이라고 단호히 주장했다. 한겨레 권태호 정치부장도 ‘산케이를 언론 자유 기수로 만든 청와대’제하의 칼럼에서 비슷한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만큼 보·혁 갈등이 심한 일본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 측을 지지해 일본 우익의 표적이 된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권이 힘으로 팔을 비튼 폭거’라고 기자 기소를 비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는 ‘전 지구적으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내·외신이 한통속?

이런 장면을 보면 기자 세계에선 동업자 의식이 국적을 초월해 크게 작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요즘은 ‘검은머리 외신기자’도 적지 않아 외신과 내신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처럼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신이 생겨나면서 한국 독자를 상대로 한국어로 기사를 쓰는 외신기자도 늘고 있다. 이들은 낮에는 외신기자로 활동하고 밤에는 술자리에서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어울린다. 내외신이 한통속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직된 외교정책도 외신의 불만을 사는 원인인 것 같다. 특히 일본 언론이 그런 경우인 듯하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일본 중심 외교를 펼쳤다. 임기 마지막 해 독도 방문 전까지 이 대통령은 일본 언론으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 언론은 ‘역사 문제에서 한국 편을 들 수는 없지만 이 대통령에게선 배울 점이 있다’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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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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