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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가장 공적인 사적 공간 관사(官舍)

부산시장 5460평, 충북지사 50평
“구시대 유물” vs “비즈니스센터”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가장 공적인 사적 공간 관사(官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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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세훈 당시 시장은 혜화동 공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한남동에 새 공관을 준비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이곳에 입주하지 않았다. 대신 공관 용도로 지은 건물을 ‘서울 파트너스 하우스’라는 이름의 중소기업 지원센터로 용도 변경했다. “너무 크고 호화로워 시장 혼자 살기엔 적절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임기 내내 혜화동 공관에 거주했다.

역대 서울시장 중에는 공관 생활을 못 해보고 떠난 사람도 많다. 취임 7일 만에 경질된 김상철 전 시장(1993년), 한 달 만에 경질된 우명규(1994년) 전 시장, 최병렬 전 시장 등이다. 첫 민선 시장이던 조순 전 시장도 당선 직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나는 바람에 한동안 입주하지 못했다. 조 전 시장이 입주하기까지 1년 이상 공관은 빈집으로 방치됐다. 조 전 시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취임하고 얼마 있다가 처음 가 봤는데, 관리가 전혀 안 돼 있었어요. 정원은 온통 정글 같은 데다 집안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꼭 흉가 같았어요. 50년도 더 된 집이니 아주 노후했고. 취임하고 한참 뒤에 입주했는데 한동안 집안 곳곳을 고치고 수리했어요. 이것저것 수리해서 쓰다보니 정도 많이 들었죠. 공관에 있는 나무 하나하나도 모두 내가 지시해서 자를 것은 자르고 심을 것은 심었어요. 정원이 아주 그럴듯하게 꾸며졌죠.”

5공화국 ‘지방 청와대’

민선 시대가 되면서 몇몇 지자체는 관사를 폐지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의 관사를 유지하는 곳이 많다. 이들 관사의 대부분은 제5공화국의 산물이다. 1980년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부산, 경남, 제주, 전남, 충북 등 전국 곳곳에 지자체장 관사를 겸한 ‘지방 청와대’를 짓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사 중 몇 곳은 지금도 단체장 관사로 활용된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관사를 운영하는 곳은 부산광역시다. 수영구 황령산로에 위치한 부산시장 관사는 1만8000여㎡(5460평) 부지에 건물 연면적만 2437㎡(736평)에 달한다. 1984년 ‘지방 청와대’ 용도로 건축됐다. 1층은 시장, 2층은 대통령이 쓰는 구조다. 260여 평 규모의 1층에는 침실 등 주거공간과는 별도로 집무실과 대연회장이 있다. 대통령을 위해 준비된 2층은 130여 평 규모로 미용실까지 갖췄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부산시장 관사는 한때 부산민속관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관람객이 감소하면서 유명무실해졌고 결국 1998년부터 다시 행사장 겸 시장 공관으로 바뀌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쓰는 관사는 대지 1522㎡(456평)에 연건평이 264㎡(79평). 원래 행정부지사가 쓰던 관사를 2010년부터 도지사 관사로 쓰기 시작했다. 창원시 의창구 외동반림로에 있는 옛 지사 관사는 부지 면적만 9884㎡(2965평)에 달하는데, 2009년부터 ‘경남도민의 집’으로 이용한다. 옛 지사 관사도 역시 대통령의 ‘지방 청와대’ 용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노태우 정부 시절 경남지사를 지낸 최일홍(82) 씨의 얘기다.

“1층은 지사가 쓰고 2층은 대통령이 쓰도록 만들어졌어요. 그러나 내가 지사로 있던 2년간은 대통령이 한 번도 찾지 않았어요. 그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은 경남지역 순시를 오면 관사가 아니라 진해 등에 있는 군 시설에 주로 머물렀습니다. 아마 그쪽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대통령 전용 공간은 평소 회의 장소 등으로 사용한 기억이 납니다. 당시 우리 아이들은 모두 서울에 살아 집사람과 둘만 관사에서 지냈는데, 두 사람이 살기에는 좀 컸어요. 가족이 사는 집이라기보다는 집무실 개념이었지요.”

2006년 전라남도는 11억 원을 들여 무안군 삼향면에 지사 관사를 신축했다. 대지 1254㎡(380평), 연면적 419㎡(127평)의 전통한옥으로 목조 기둥에 팔작지붕 형태를 갖췄으며, 안채와 사랑채 등 총 3개의 동으로 구성됐다. 공관 앞에는 외빈용 숙소와 만찬장으로 활용되는 비즈니스센터도 있다.

센터 설립에는 13억 원이 소요됐다. 1980년대 초반 만들어져 줄곧 공관으로 써온 광주 서구 농성동의 옛 전남지사 공관은 2008년부터 다목적 전시관으로 활용됐다. 역시 ‘지방 청와대’ 용도로 만들어진 옛 공관은 대지 면적이 18097㎡(5484평)에 달한다.

문화관, 도서관, 결혼식장…

충남 홍성으로 도청을 이전한 충청남도도 최근 홍성 인근 내포신도시에 도지사 관사를 신축했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 접견실 등을 갖춘 관사로 부지 1500㎡(454평), 연건평 231㎡(70평)의 지상 1층 건물이다. 부지매입비와 건축비로 15억 원가량이 들어갔다.

옛 충남지사 관사는 대전 중구 대흥동에 관사촌 형태로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0∼40년대 충남도청의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의 주거를 위해 조성된 곳으로, 9필지(1만345㎡)에 도지사 공관 및 행정부지사·정무부지사 관사, 실장·국장급 관사, 충남지방경찰청장 관사 등 모두 10채의 주택이 모인 구조였다.

옛 충남지사 공관은 2002년 시 지정문화재로 됐고,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 관사 등 4채는 국가 등록문화재 101호로 문화재청이 관리한다.

강원도지사 관사는 1325㎡(400여 평)의 대지에 건물 면적이 356㎡(108평)다. 1984년 법무부가 춘천시 봉의산길에 신축해 춘천지검장 관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강원도가 2000년에 매입했다. 2011년 최문순 지사는 관사 개방을 검토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보류됐다.

아파트를 제외한 광역지자체장 관사 중 가장 작은 곳은 경북지사 관사다. 경상북도 대외통상교류관 건물의 일부(196.97㎡)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수년전 호화 관사 논란이 일자 1980년 준공된 5262㎡ 규모의 부지에 있던 관사를 대외통상교류관으로 꾸미면서 관사 규모를 크게 줄였다.

충북지사 관사는 165㎡(50평형) 규모의 아파트다. 청주시 우암산 자락에 있던 구관사는 2012년 이시종 지사 때 충북문화관으로 바뀌었다. 건물 4동과 정원으로 구성된 이 관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에 지어졌으며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353호)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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