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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법 어겼으니 기소하라 진실 다투게 돼 행복하다”

간첩사건 변호하다 피의자 된 변호사 박준영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법 어겼으니 기소하라 진실 다투게 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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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사건 아닌 허위자백 사건”

▼ 다시 검찰 수사로 돌아가보자. 언론에 수사자료를 넘기는 행위가 불법이란 사실은 알았나.

“형식적으로 법을 적용하면 문제가 된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검찰이 진짜 이걸 문제 삼고 나올 줄은 몰랐다(웃음).”

▼ 어떻게 대응할 건가.

“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형식적 법과 실질적 법이다. 수사자료를 언론에 제공한 것은 형식적 법을 위반한 게 맞다. 그러나 이것이 실질적 법을 위반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가령 사람을 때리면 누구나 폭행죄로 처벌을 받는다. 이건 법조항에 나와 있는 형식적 법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언론에 수사자료를 제공한 것이 만약 공익을 위해 정당한 행위였다면 같은 이유로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 이씨가 진짜 간첩인지 아닌지, 제보자가 참된 제보자인지 아닌지를 따진 다음 판단할 문제다. 검찰은 내가 국정원 자료를 유출했다고 문제 삼는데, 실질적 법 측면에서 이것을 판단하려면 국정원 수사가 정당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만약 국정원 수사가 정당하지 않았다면 수사자료를 유출한 것은 죄가 될 수 없다.”



▼ 검찰이 기소할 것으로 보나.

“기소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기소하기 바란다.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다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나는 행복하다. 어쩌면 나에 대한 수사로 이씨가 재심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대법원이 유죄 확정한 사건을 왜 문제 삼느냐’는 사람도 많다. 누구는 내가 돈키호테라고 한다. 모두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들 얘기다. 하지만 나는 사건을 안다. 사건을 아는 사람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그리고 내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니지 않나.”

▼ 어떻게 간첩사건을 맡게 됐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도 아닌 걸로 아는데.

“민변에 가입하지 않았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논쟁에 관심도 없다. 내가 문제의 사건에 뛰어든 건 이 사건이 간첩사건이어서가 아니라 허위자백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사건인지 모르고 뛰어들었다.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시은 씨를 만나고 나서 ‘이 사건은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간첩사건을 변호한 뒤 많은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

“그동안은 주로 형사사건 국선변호를 했다. 특히 허위자백 사건을 많이 맡았다. 무죄판결도 많이 받았다. 고용변호사를 둘 정도로 사무실 규모도 키웠다. 돈도 벌 만큼 벌어봤다. 그런데 간첩사건 변호를 시작한 뒤로 모든 게 달라졌다. 솔직히 수렁에 빠진 기분이다. 그동안 쌓은 모든 것이 난장판이 됐다(웃음). 사무실을 접어야 할 상황이다.”

2006년 변호사를 시작한 박 변호사(사법연수원 35회)는 그간 여러 건의 형사재심 사건을 맡았다. 범행을 자백한 피의자 7명의 무죄를 이끌어낸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2007년)을 포함해 100건이 넘는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토막살인범 오원춘의 국선변호를 맡기도 했다.

허위자백자의 현실감각

▼ 후회하지는 않나.

“후회는 없다. 다만 앞으로는 지금까지 한 것처럼 영리적인 활동을 하기는 좀 힘들 것 같다. 변호사 업무라는 게, 억울한 사람을 대변하는 일도 하지만 때로는 분쟁의 중심에 들어가서 죄지은 사람을 변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간첩 사건 변호하면서 사사건건 위법이니 조작이니 불법이니 했던 내가 어떻게 돈벌이한다고 죄지은 사람을 변호하겠나. 공익변호사로 활동할 생각을 갖고 있다. 억울하게 구속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려 한다.”

박 변호사는 전남 완도군에 있는 노화종합고등학교를 나왔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그만둔 뒤 서울 왕십리 등에서 월급 9만 원을 받고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다. 또래보다 1년 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군 제대 후 선임병을 따라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선임병과 같은 책을 사고 같은 고시원에 들어갔다. 공부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사법시험에 붙었다. 그는 “만약 합격하지 못했다면 노숙자 아니면 사기꾼이 됐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 허위자백을 하는 사람의 심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사람은 허위자백을 하게 된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없다고 판단할 때 허위자백이 나온다. 허위자백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지 않은 일을 고백하는 것이라 그 자백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현실감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2007년 발생한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때도 피의자들은 ‘자백을 안 했다간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몇 시간 만에 전원이 허위자백을 했다. 이성적인 잣대로는 허위자백을 이해하기 어렵다.”

신동아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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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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