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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국민’ ‘민족’ 벗어나 ‘세계시민’으로 진화해야

사회학자 송호근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kimhoki@yonsei.ac.kr

‘국민’ ‘민족’ 벗어나 ‘세계시민’으로 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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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민족’ 벗어나 ‘세계시민’으로 진화해야

사회학자 대 사회학자. 국내 사회학계에서 드물게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두 교수의 생각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장소제공 : 충정각)

김호기 이런 흐름이 한국 사회의 일본화 경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경제는 물론 사회구조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갑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청년실업과 노후빈곤이 더해져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사회의 활력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의 역동성이 많이 약화됐습니다. 그 결과, 앞서 말씀드렸듯이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불만이 고조돼 있고, 나이 든 세대는 나이 든 세대대로 짜증이 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학 안에서 좌절하는 젊은 세대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문제는 청년취업센터, 해외취업장려금, 청년고용의무할당제, 청년취업준비금 등 유용한 대안들이 대선 국면에서는 제시됐는데, 선거가 끝나면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송호근 저도 참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유럽에서 풀었던 방식을 예로 들면 사회 진입장벽을 잘 넘게 해주기 위해 결국 지원을 하는 거지요. 학비 보조부터 시작해서 졸업한 후에는 취업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거 말이에요. 영국에서 했던 게 20만 명의 인턴을 훈련시키는 것이었어요. 그게 40만 명까지 늘어났고, 그중에서 20만 명은 취업을 하더라고요.

지금 우리에게도 있긴 해요. 고용지원센터가 전국에 70개 정도 있을 거예요. 문제는 이거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점이에요. 독일의 경우에는 전국에 600~700개가 있고, 실제로 젊은이들을 돕거나 지원하는 시스템은 굉장히 계획적으로 갖춰져 있잖아요.

노동시장을 자유방임 형태로 놓아두면 당연히 청년실업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노력은 하지만, 흉내만 내는 셈이에요. 예산을 어떻게 투자하고 기업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 등 노동시장 제도를 당장 유럽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개혁해나가야 합니다.



노동의 미래

김호기 복지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게 노동시장 정책입니다. 복지는 재분배입니다. 일단 시장 내에서 분배가 잘 이뤄지면 재분배에 주는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분배와 재분배가 동시에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분배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해 노동의 현재와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고, 재분배의 경우 전통적인 복지정책과 일자리 창출의 적극적 복지정책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제가 독일에서 공부할 때 보니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은 외교와 노동정책이었습니다. 노동문제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시장, 노동과정, 노사관계, 그리고 사회적 타협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에서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할 때에만 불투명한 노동의 미래가 그래도 좀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포함한 노동문제의 해결 없이 선진국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송호근 중요한 문제입니다. 뉘른베르크에 있는 독일 연방고용청에 가보니까 굉장히 많은 인력이 전국을 커버하더라고요. 사민주의의 장점이 무엇이겠습니까. 잡(job, 일자리)이 우선이고, 잡이 없는 인간은 죽은 인간이라는 거지요. 여기에 예산이 투입되고 그 바닥에서 기제들이 작동해요.

우리는 기회를 잃어버렸어요. 김대중 정부에서 노동시장 정책이 중요한 것임을 인식했는데, 그로부터 14년 동안 성장이 멈춘 거죠.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인데, 이를 위해 어떻게 기초를 깔고 예산을 투입하고 사람을 증원하느냐를 고민해야 해요. 다른 하나는 복지 정책과의 연동이에요. 제가 보기에 반값 등록금 같은 것은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필요한 것은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에 복지 지원을 하는 거예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해요. 여기에 더해 빈곤 가정 출신의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퍼블릭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김호기 청소년의 미래를 생각하면 많이 우울해집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메리토크라시(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많이 이뤄졌는데, 미국의 리처드 세넷은 이를 대표하는 사회학자입니다. 하지만 최근 진행돼온 현실을 지켜보면 능력주의가 아리스토크라시(귀족주의)로 돌아간다는 느낌입니다. 능력주의 사회가 기실 괜찮은 사회이고, 이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송호근 거시적으로 이야기하면, 우선 한국이 귀족사회로부터 탈각한 다음에-완전히 탈각도 안 했지만-120년 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아주 세밀한 리뷰가 필요해요.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

김호기 그런 세밀한 리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저작의 하나로 선생님의 ‘인민의 탄생’과 ‘시민의 탄생’을 꼽고 싶습니다. 두 책은 한글의 사용과 함께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인민’이 ‘평민 공론장’을 어떻게 등장시켰고, 근대적 개인을 거쳐 ‘시민’으로 태어나게 된 과정을 추적합니다. 그런데 이 시민사회는 여전히 허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광복 70년이라는 현재의 시점에서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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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kimhok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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