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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미생에서 완생으로? 2015년판 노동의 새벽

“정규-비정규 아닌 상시-임시 근로자로 접근해야” “정부·재계가 노조의 합리적 리더십 유도하라”

|대담| 경제학자-사회학자가 제시하는 ‘고용 불안’ 해법

  • 패널 : 김태기·이병훈 | 사회 : 강지남

“정규-비정규 아닌 상시-임시 근로자로 접근해야” “정부·재계가 노조의 합리적 리더십 유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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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비정규 아닌 상시-임시 근로자로 접근해야” “정부·재계가 노조의 합리적 리더십 유도하라”
이병훈 공유자본주의 얘기가 굉장히 흥미롭네요. 노동시장 이중구조, 양극화의 다른 표현이 독식자본주의가 아닌가 싶어요. 갑이 좌지우지하고 강자가 독식하는 것에서 더불어 나누고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노동계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유익한 제안이 될 것으로 들리는군요.

사회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최장 4년으로 연장하는 안에 대한 비판이 거센데요.

이병훈 참여연대가 성명에서 표현했듯 지록위마(指鹿爲馬)예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00만 실업 대란설’이 제기됐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 2007년 제정됐으니 2년이 지난 2009년 기간제 근로자 모두가 실업자로 내몰릴 것이란 얘기였죠. 이런 배경에서 당시 노동부가 내놓은 대책이 ‘4년 연장’이었는데, 이 안을 추진한 사람이 바로 현 고용노동부 장관인 이기권 당시 근로기준국장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장관이 이걸 필생의 작품으로 만드는 데 꽂혀 유령을 되살린 게 아닌가 싶어요. 장그래가 바라는 것이 계약을 한두 해 연장하는 겁니까? 불안한 고용 상태를 벗어나 열의를 갖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의미가 크고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인데 말이죠.

사회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대리권을 주고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병훈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두 가지, 비정규직 4년 연장과 고령자 파견직 확대입니다. 둘 다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안이에요. 특히 괘씸하게 생각되는 게, 고용노동부가 했다는 비정규직 설문조사입니다. 설문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묻는지에 따라 조사자가 원하는 답이 나오거든요. 비정규직에게 ‘2년 후에 잘릴지 모르는데 4년 하는 게 좋니?’ 하고 물으면 당연히 ‘4년 하는 게 좋다’고 답하지요. ‘당신이 원하는 것이 정규직 전환이냐, 비정규직 4년이냐’ 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2007년 기간제법을 제정하면서 사용기한을 2년으로 한 것은 ‘사업체가 2년 이상 일을 맡기는 것은 상시적인 업무다. 그러므로 정규직으로 바꿔서 계속 사용하는 게 맞다’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정규직은 아니더라도 무기계약직으로 바꿔주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그런데 말뚝을 2년에서 4년으로 툭 키워놓으려는 정부 제스처라니요. 이건 시장에 ‘굳이 정규직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겠네?’ 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고령자 파견직 확대도 그래요. 일본이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통해 파견을 대폭 확대하면서 전에 없던 격차사회가 됐어요. 정부에선 55세 이상에 한정해 파견직을 확대하겠다고 얘기했죠. 베이비부머들은 은퇴 후 살기 막막하니까 파견직에 몰려나올 텐데, 그러면 어떤 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뽑겠습니까. 이게 또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철철 넘치는 결과를 가져올까봐 걱정됩니다.

“정규-비정규 아닌 상시-임시 근로자로 접근해야” “정부·재계가 노조의 합리적 리더십 유도하라”
김태기 제 생각에는 정규직 전환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순 있겠지만,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없을 겁니다. 왜냐면 기업은 비용이 싸고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비정규직을 쓰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4년 연장이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2년에서 4년이 되면 턴오버(turnover)가 작아지기 때문이죠. 일각에선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쏘아붙이던데, 제가 보기엔 그냥 뚱딴지법이에요.

이병훈 구체적인 현장 사례를 듣다보면 끔찍하고 치가 떨리는 일이 한둘이 아니에요. 그것을 오늘 논의를 위해 추려서 얘기한다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는 크게 네 가지로 모아집니다.

첫째는 남용의 문제입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되는 나라는 한국 빼고 세계에 없죠. 둘째, 차별의 문제입니다. 임금 차이가 50%가 좀 넘는다는데, 복지까지 포함하면 격차가 더 커지고요. 셋째,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이 여전히 많다는 점입니다. 1인 이상 사업장이면 4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음에도 현장에 나가보면 절반이 가입돼 있지 않아요. 그분들은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고용 불안 때문에 부당한 현실에 대해 말을 꺼내지 못해요. 이런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불법을 저지르는 사업체를 어떻게 감독·시정할 것인가. 정말 중요한 과제입니다.

네 번째가 비정규직이 ‘덫’이라는 겁니다. ‘비정규직이 가교냐, 징검다리냐, 덫이냐’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한국에선 김태기 교수님이 가장 선구적으로 연구하셨죠. 저도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는데, 이런저런 데이터를 다 분석해봐도 1%만이 비정규직에서 탈출해 정규직으로 갑니다. 한번 비정규직에 들어오면 그냥 갇히고 맙니다.

이처럼 비정규직은 남용되고, 차별받고, 탈·불법적인 처우를 받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이 내일의 희망이 없다는 겁니다. 비정규직은 고용 형태의 하나일 뿐인데, 현장에서 이런 분들을 만나면 “나는 대한민국의 이등국민이에요”라고들 말씀하세요. 이들의 좌절감, 박탈감이 보통 문제가 아니거든요.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너무나 한가롭거나 엉뚱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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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 김태기·이병훈 | 사회 : 강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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