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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강만수 前 기획재정부 장관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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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달러 마구 찍는데 왜 우리만 시장에 환율 맡기나”

강 전 장관은 종합부동산세 폐지를 적극 추진하다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강 전 장관은 이 전 총재와 금리를 놓고도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였다. 강 전 장관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한 반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한때 금리를 5%에서 5.25%로 오히려 올려버렸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면서 금통위는 2008년 연말에 3%로까지 낮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저금리 정책은 고물가·저성장 기미가 나타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정부는 고환율 저금리 정책을 잠시 유보했고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환율은 양날의 칼이었어요. 유가가 14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숨고르기’가 필요했고, 그래서 페이스를 약간 늦춘 거죠. 다행히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상승세를 탔어요. 또 여론이 워낙 나빴던 데다, 정치권의 요구도 굉장히 강했죠. 물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사실 환율 때문에 물가가 오른 건 아니었어요. 오일과 원자재, 곡물 등에 대한 국제투기세력 때문에 물가가 오른 건데, 국민의 눈에는 환율 때문인 것으로 비친 거죠. 운이 참 안 좋았어요. 물가 올리고 실패한 장관이 무슨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건 별개의 이야기죠.”

▼ 책에 한국은행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이 많더군요.

“두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절감한 건데, 이제 중앙은행의 역할이 달라져야 해요. ‘중앙은행 독립’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논의된 건데, 지금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되는 시대잖아요. 미국,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들도 기능이 바뀌었어요. 과거처럼 ‘최종 대부자’(금융시장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최종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기관)가 아니고, 필요한 만큼 그때그때 돈을 쏟아붓는 ‘최초 유일 대부자’의 기능을 하고 있죠.

한국은행도 좀 더 적극적인 기능을 할 때가 됐어요.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한은의 그간 행태가 적절했는지 평가해보고, 한은의 예측 결과도 살펴봐야 합니다. 한은의 예측과 실제 결과에 차이가 많거든요. 한은 총재나 한은 사람들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어요.”



“여당은 비겁, 야당은 무책임”

강 전 장관이 고환율·저금리 정책과 함께 가장 강력하게 추진한 것이 감세 정책이다. 강 전 장관은 당초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소득세를 35%에서 33%로, 상속세를 50%에서 33%로 내리려고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단계적으로 인하한 후 재산세와 통합해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야당과 협의과정에서 대폭 조정됐다. 2008년에는 법인세만 25%에서 22%로 내리고 법인세 추가 2%포인트와 소득세는 2010년부터 내리기로 했다. 상속세 인하는 보류됐다. 그런데 법인세 추가 2%포인트와 소득세 인하 계획은 나중에 폐기됐다.

강 전 장관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려 했던 게 종합부동산세 폐지다. 그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어느 나라의 조세 역사에도 없는, 사실상 세금이라는 이름을 빌린 정치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 여당까지 반대하는 와중에도 이 대통령을 설득해 단계적 폐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결국 거센 비판 여론의 역풍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퇴했다. 다음은 강 전 장관이 책에 남긴 당시 회고 내용 중 일부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 그저 정치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야당은 무책임했고,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은 비겁했고, 논란을 피하려는 청와대 비서진은 안일했다.

결과적으로 강 전 장관이 감세한 것은 법인세 3%포인트가 전부다. 그것도 과표 2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대한 세율은 그대로 두고, 200억 원 이하 중견기업의 세율만 낮췄다. 그런데도 강 전 장관은 ‘부자 감세’의 상징적인 인물로 인식돼 있다. 이명박 정부 4년차인 2011년 이후 법인세수 증가율이 0.6%포인트대에 그치고 만성적인 세수(稅收) 부족 사태에 빠진 것도 강 전 장관의 책임처럼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세수가 줄어든 이유는 뭘까.

“세율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에요. 감세 정책이 철회되고 세출 정책도 소극적이 되면서 이명박 정권 말기부터 경제가 기울기 시작했어요. 경제성장이 안돼서 세입이 줄어든 거죠. 감세 정책 때문에 줄었다? 그건 말이 안되는 게, 제대로 시행이 안됐거든요. 만약 내가 추진하려던 감세 정책을 제대로 시행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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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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