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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내 말인 듯, 내 말 아닌, 내 말 같은

말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내 말인 듯, 내 말 아닌, 내 말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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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식상!

셋째, 복고적이거나 현대적이거나. 복고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결합한 방식이 대체로 전달력을 높인다. 예컨대 사자성어와 ‘멘붕’ ‘아이고 의미 없다’ 같은 유행어를 섞어 말하는 것이다. 나이가 든 사람도 유행어 중 몇 가지는 안다. 청년층도 옛날식 표현이라고 다 모르진 않는다. 사례를 인용할 때, 표현을 차용할 때, 상대가 젊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옛날 표현만 써선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밀회’를 패러디한 TV 프로 개그콘서트의 ‘쉰밀회’ 코너를 본 사람이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20대에게 ‘고고장’은 이해 못할 외계의 단어일 뿐이다.

넷째, 빌려서 쓰거나 만들어 쓰거나. 어떤 사람은 대중이 모르는 고전 명언을 자주 인용하곤 한다. 유식해 보일지언정 폭풍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반면 대중이 잘 아는 과거 사실이나 발언을 너무 자주 인용하면 많은 사람이 ‘아~식상해. 재미없어’ 할 것이다.

신선도를 높이는 데는 신조어가 효과적이다. 신조어 창출이 쉽진 않다. 지난해 ‘관피아’를 시작으로 각종 ‘피아’가 언론 보도를 장식했다. 그 모든 피아가 공감을 유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후반기에 들어 식상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다섯째, 더 나아가거나 덜 나아가거나. 지적할 때 또는 강조할 때 유의할 점이다. 센 단어를 써서 더 강한 타격을 할지, 신랄한 문장을 써서 한 꺼풀 더 벗길지 고민해야 한다. 반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반발을 유발할 수도 있고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멈춰야 할 지점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끝까지 나가면 속이 시원하긴 하다.

그러나 감당해야 할 일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대체로 적당한 지점에서 멈추는 것이 좋다. 노래 ‘썸’의 가사인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워딩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라는 외국인들의 평가에 유의해야 한다. 할 말은 하되 표현 수위만 완화해도 불필요한 분쟁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나는 (멈칫) 니 아버지니까”

내 말인 듯, 내 말 아닌, 내 말 같은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여섯째, 말 하거나 말 않거나. 말을 너무 많이 하면 효과가 반감된다. 적은 단어로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실은 무섭다. 대신 결정적 단어 앞에서 멈칫하며 침묵을 두는 것이다. 명연설, 명대사는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요즘 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아버지가 자주 그런 화법을 선보인다. 말 중간에 살짝 멈칫한다. 그래서 말의 함의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철없는 막내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가 필요로 하는 순간까지, 나는 (멈칫) 니 아버지니까.” 미친 화법이 아닐 수 없다.

신동아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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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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