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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대표팀에서 ‘공정사회’를 봤다

슈틸리케 감독의 ‘희망 리더십’

  • 장원재 │축구 칼럼니스트 drjang12@gmail.com

국민은 대표팀에서 ‘공정사회’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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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통찰

국민은 대표팀에서 ‘공정사회’를 봤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소설가 복거일은 ‘살아남을 직업’과 ‘없어질 가능성이 있는 직업’을 제시한 바 있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가늠자라고 한다. 의사는 없어질 수 있지만 간호사는 살아남고, 파일럿은 없어질 수 있지만 스튜어디스는 살아남는다는 식이다. 복거일은 운동선수도 살아남을 직업이라고 했다. 축구감독이라는 직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을 100% 끌어내기 위해 선수들의 신체적 측면뿐 아니라 심리적 동기부여 측면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슈틸리케의 용병술 중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노장 중용’이다. 준결승전에서 손흥민의 골을 도운 차두리의 70m 질주는 아시아의 많은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저런 선수가 월드컵 때 왜 해설을…”이라는 중계 아나운서의 말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팬들은 곽태휘의 분전에도 환호했다. 노장은 선수단과 감독-코치진 사이의 가교다. 개성 강하고 각기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평가받는 선수들이 한 달 이상 합숙하며 지내다보면 별별 일이 다 일어난다. 베테랑은 선수들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데 기여한다.

슈틸리케는 노장들을 존중했고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전술에도 그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경기에서도 힘을 실어줬다. 선수들에겐 주장 기성용이라는 소통 창구, 차두리-곽태휘라는 의사전달 창구가 각각 마련돼 있던 셈이다. 다양한 길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노장들이 짐을 분담했기에 에이스 기성용은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슈틸리케는 조직 내부의 소통을 원활하게 이끌었다.

축구감독은 주로 언론을 통해 팀의 외부, 즉 국민과 소통한다. 많은 경우 언론을 납득시켜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다. 슈틸리케는 언론과의 소통에 능수능란했다. 기자들에게 충분한 양의 정보를 제공했다. 어떤 질문이든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겸손함과 단호함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그는 좋은 언술을 가지고 있다. 자연히 좋은 기사가 쏟아졌고 국민 사이에서 ‘소통을 잘하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얻게 됐다.



미래를 꿈꾸게 하다

전략 면에서 슈틸리케는 골키퍼 정성룡을 뺀 모든 선수를 적절히 기용했다. 결승전으로 올라갈수록 주전의 체력이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게임마다 상대 팀의 형편에 맞게 다른 선발진과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대체로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성과 추진력을 충분히 발휘한 셈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감독의 전술 미스가 패인”이라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어왔었나. 많은 축구 팬은 슈틸리케의 전술에서 어떤 ‘통찰력’ ‘명쾌함’을 느꼈다. 이는 예전에 잘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귀국 후 슈틸리케는 승부사적 냉정함을 보였다. ‘결승전 첫 실점 46초 전’의 상황을 복기하며 두 번의 사소한 실수가 실점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개인돌파, 논-터치 패스, 스루패스가 2~3회 이어져야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는데 한국 선수들의 능력이 이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감성과 논리가 적절히 배합된 그의 태도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줬다. 2018년 월드컵이 기대되는 이유다.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리고 모름지기 좋은 리더십은 그런 꿈을 주는 리더십이다.

국민은 대표팀에서 ‘공정사회’를 봤다
장원재

1967년 서울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영국 런던대 박사(비교연극사)

前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

現 인터넷문화협회 대표,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공동진행자


합리적인 인사, 권위를 버린 낮은 자세, 정서적 따뜻함, 팀 내부의 소통, 팀 외부와의 소통, 하나의 팀으로의 단결, 문제점에 대한 냉정한 진단,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줄 아는 추진력. 슈틸리케의 리더십이 짧은 순간 보여준 것들이다. 우리 국민은 실로 그의 언행에서 공정사회의 한 단면을 봤다.

신동아 2015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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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축구 칼럼니스트 drjang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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