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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 장쑤성

돈이 곧 행복이라는 운하의 古都

풍요와 전쟁의 공존

  • 글·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돈이 곧 행복이라는 운하의 古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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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곧 행복이라는 운하의 古都

강북의 경극과는 다른 쑤저우의 쿤취(昆曲), 전통 방식으로 옷감을 만들고 있는 장쑤성 저우장의 여인, 쑨원의 묘가 안치된 난징의 중산릉(中山陵).

쉬저우(徐州)는 삼국지에서 유비가 다스리던 서주다. 쉬저우는 장강과 회하 사이의 비옥한 화중 평원을 끼고 있고, 교통이 편리해 백만 대군을 육성하는 최적지였다. 또한 한고조 유방의 고향이고, 초패왕 항우의 근거지였다. 이 땅을 두고 후한말 조조, 유비, 여포가 다투었고, 먼 훗날 장제스와 마오쩌둥이 결전을 벌였다.

이외에도 창저우(常州), 전장(江鎭), 우시(無錫) 등 여러 지역이 풍요를 누리며 국제도시 상하이의 배후지역으로 눈부신 성장을 한다.

하지만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쑤성은 평화로운 때에는 번영을 누렸지만, 난세에는 중요 전쟁터가 되었고 대량학살을 피하지 못했다. 삼국시대 조조는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고 서주대학살을 벌였다. 너무 많은 시체로 강이 막혀 흐르지 못할 정도의 대학살이었다. 명말청초 베이징을 점령하고 남하한 청나라 군대는 장쑤성에서 ‘양주십일(揚州十日), 가정삼도(嘉定三屠)’라는 대학살을 벌였다.

중일전쟁 때 일본군은 중국인들의 저항에 대한 보복으로 6주에 걸쳐 난징대학살을 벌였다. 지난해 중국은 12월 13일을 난징대학살 국가추모일로 지정했다. 시진핑 주석은 ‘대도살희생동포 기념관’을 참관하며 “(일본이) 역사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한국 영화 ‘명량’이 예정보다 2주 늦춰진 12월 12일 중국에서 개봉한 것도 난징대학살 추모일에 맞춰 항일정신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냐는 해석이다.

장쑤성의 역사는 치세의 화려한 번영과 난세의 처참한 학살로 점철된다. 좋은 위치에서 풍요를 누리는 장쑤성의 행운이자 불운이다.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장강은 강북과 강남을 매우 이질적인 지역으로 갈라놓았다. “강북 사람은 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고, 강남 사람은 쌀로 밥을 지어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생활방식까지 다르다. 장강은 장쑤성을 관통한다. 같은 장쑤성이라도 쉬저우를 위시한 강북 지역은 중원 문화권이고, 난징·쑤저우 등 강남 지역은 남방 문화권이다.

평야지대인 쉬저우는 중요한 곡창지대였지만, 자연환경의 변화와 함께 쇠퇴했다. 황하가 물길을 바꾸고 기후가 변하며 농업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반면 개혁개방 후 장강삼각주 지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중요한 상공업지대로 발전했다. 장강 이남의 난징, 쑤저우, 우시 등이 상하이의 배후지역으로 성장하자 남부와 북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장강 바로 북쪽에 위치해 ‘강북의 강남’이라 불릴 만큼 번영을 누렸던 양저우조차 이제 가난하고 낙후한 지역으로 취급받는다.

장쑤성 남부와 북부는 경제적으로 분단됐다고 할만하다. 여행 가이드북에서도 장쑤성의 북부는 거의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한편 장쑤성의 도시들은 역사적으로 독자성을 강하게 유지했다. 중원이 빠른 속도로 중앙집권화를 이룬 것에 비해, 강남 지역은 토착 호족이 제각기 세력을 형성했다. 손권의 오나라는 강남 호족의 연합체적인 성격이 강했다. 중앙집권을 일찍 이룩한 위와 촉에 비해 오는 잦은 내란에 시달렸고 대외공략에 소극적이었다.

이질적인 강북·강남 지역의 행정적 병합, 지역 간 경제 격차, 뒤늦은 중앙집권화, 독자적인 토착 호족, 강한 개성 등이 모두 종합적으로 작용해 장쑤성 사람들은 애향심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쑤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동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싱글벙글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데, 장쑤 사람들은 “고향이 어디입니까?”, “장쑤인데요”, “그렇군요” 하고는 그만이다. 대화를 더 이어가더라도 “장쑤 어디입니까?”라고 묻고는 “참 좋은 곳이지요” 하고는 끝낸다. 그래서 장쑤 사람의 애향심에 호소하면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왕하이팅, ‘넓은 땅 중국인 성격지도’ 중에서

“아츠꿜라?”

“밥 먹었어요?”라는 뜻의 중국 인사인 “츠판러마(吃飯了?)?”의 난징 사투리다. 귀여운 난징 아가씨는 말도 참 예쁘게 했다. 얼굴은 생글생글, 말투는 사근사근. 인사만 들어도 마냥 흐뭇해졌다.

미녀는 돈을 좋아해

장쑤성은 미녀로 유명하다. 처음 장쑤성에 갔을 때는 생각보다 별로 미녀가 없어서 실망했지만, 차츰 헛된 명성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쑤성 여자는 비교적 싹싹한 성격에 강남의 부드러운 말투 덕분에 실제 미모보다 더 예뻐 보인다. 장쑤성에서도 유명한 쑤저우 미녀 역시 달콤하고 부드러운 쑤저우 사투리 덕을 보았다.

그런데 미녀의 고장 쑤저우에서 기막힌 말을 발견했다. 자동차의 뒤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女人一生只愛兩種花,一是有盡花,二是錢量花!’

‘화(花)’는 ‘꽃’이라는 뜻도 있지만, ‘쓰다’는 뜻도 있음을 이용한 언어 유희다. 따라서 이 말은 ‘여자는 평생 두 가지만 사랑한다. 하나는 돈이고, 또 하나는 돈을 펑펑 쓰는 것’이라는 뜻이다. 아아, 결국 미녀는 돈을 좋아하는 걸까.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자본주의적인 중국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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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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