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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컨설턴트 전성시대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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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오라이프컨설팅 이선영 팀장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자.

“핵가족에서 입시, 취업에 올인하며 살아온 젊은이들은 결혼생활이나 부부관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과보호 속에서 자란 탓에 가족이나 시댁 또는 처가와 관련한 갈등이 자주 불거지고, 감정 제어가 제대로 안 돼 부부관계를 대화로 풀지 못하는 의뢰인이 많다. 다만 이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전문가를 활용하고 도움을 청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세대라 컨설턴트를 적극 활용한다.

이 팀장에 따르면, 중·장년 부부 중에는 “나를 찾고 싶다”며 취미활동 등 사회생활에 적극 나서는 아내를 보면서 황혼이혼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 상담을 요청하는 남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소통이 안 되는 자녀와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고 속을 썩는 부모도 많이 찾아온다.

“자신없고 불안해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이 급증했다. 지난해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은 373건으로, 2004년 45건에 비해 8.2배 증가했다.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2012년 11만4316건, 2013년 11만5292건으로 해마다 11만 건을 넘어선다. 매년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혼을 고민하다 결국 갈라선다는 얘기.



이는 그만큼 관련 시장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뜻이 된다. 최근 2~3년 사이 ‘이혼 전문’ 혹은 ‘이혼상담 전문’을 자처하는 변호사가 크게 늘었고, ‘이혼 컨설팅’을 표방한 업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이혼 컨설팅업체 디보싱의 이병철 대표는 “10여 년 전 내가 직접 이혼 과정을 겪어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주위에 쉽사리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어 막막했다”며 “그때 경험을 살려 이혼 상담-준비-계획-진행-이혼 후 재무설계-창업지원 및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협의 이혼이든 재판 이혼이든 이혼 과정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번의 선택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살아온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만큼, 이혼을 앞둔 사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희대 사회학과 황승연 교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전문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현대인이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고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황 교수는 ‘내공(內功)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내공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안으로 쌓은 실력과 그 기운’이다.

“내공은 생각하는 힘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 습관이 몸에 배면 책에 나오는 인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다양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같이 고민하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삶과 인생에 대한 내공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되는데, 그게 없으니 사소한 문제가 닥쳐도 컨설턴트에게 의존하게 된다.”

최근 인터넷에서 눈에 쉽게 띄는 글을 보면 이런 현실을 체감할 수 있다. 갖가지 사진과 함께 ‘좀 골라달라’고 네티즌의 의견을 묻는 글이다. “제가 결정장애인데 4가지 캐릭터 그림 중 어느 것이 제일 낫나요? 결정 좀 해주세요” “갈수록 몸이 시려서 패딩코트 하나를 장만하려는데 너무 어려워요. 세 가지 옷 사진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요” “강아지를 분양받으려고 하는데 못 고르겠어요. 하얀 수컷과 까만 암컷 두 마리 중에 어느 쪽이 좋을까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커플매니저 홍유진 씨의 상담 현장.

고민하고 판단할 기회 줘야

심리학자나 정신과전문의는 처방이 필요한 질병이 아닌 이상 피상담자나 환자의 심리 상태나 고민, 문제점을 상담하면서 명쾌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중간에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뭔지, 해답이 뭔지를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많은 문제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은 대화 상대를 찾기가 마땅치 않고 치열한 경쟁 속에 치이다보니 마음 놓고 내밀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사람도 드물다. 이같은 소통 부재가 컨설턴트를 양산하는 측면이 있다. 황승연 교수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자식이 문제를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으면 부모가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부모는 ‘이렇게 해’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라고 한다. 아이는 대화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가늠해봐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이 성장하다보니 매사 불안해 전문가를 찾게 된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A학점 ○%, B학점 ○% 식으로 일률적으로 성적을 매기게 해 교수가 학점을 주면서 고민하고 판단할 여지를 제약한다. 사회, 문화, 시스템상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컨설턴트에 의존하도록 몰아가는데, 이건 정말 불행한 사회다.”

신동아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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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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