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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 떠밀려 ‘탈탈 털기’ ‘표적 사정’ 욕먹고 용두사미?

오락가락 포스코 비자금 수사

  • 최우열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nsp@donga.com

총리에 떠밀려 ‘탈탈 털기’ ‘표적 사정’ 욕먹고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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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에 떠밀려 ‘탈탈 털기’ ‘표적 사정’ 욕먹고 용두사미?

포스코 포항제철소.

몇몇 여권 인사에 따르면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는 경영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정 전 회장은 재임(2009년 2월 말~2014년 2월) 5년간 국내 계열사 48개사를 늘렸다. 그런데 이 중 무려 46%에 해당하는 22개사가 부실 기업인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매체 재벌닷컴이 이들 계열사 48개사를 조사한 결과, 22개사가 부채비율(부채/자본) 200% 이상이었다. 통상 비(非)금융권 회사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부실 기업으로 본다. 일부 계열사는 포스코에 편입된 뒤 부실이 더 심화됐다. 고순도 페로망간(합금철의 일종) 제조업체인 포스하이메탈이 대표적이다. 정 전 회장이 2009년 10월 동부그룹과 함께 세운 이 회사는 부채비율이 2009년 4.6%에서 2013년 3855.5%로 급격히 늘었다.

포스코LED는 정 전 회장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2010년 10월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13년 706.0%까지 치솟았다. 고순도 알루미나 전문업체인 포스하이알(2012년 2월 설립)도 부채비율이 2012년 227.5%에서 2013년 265.7%로 늘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신규 사업에 손댔는데 관련 회사들이 시장 불황이나 공급 과잉의 영향으로 점점 부실해졌다”고 했다.

정 전 회장은 부실 기업을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사들이기도 했다. 그는 부도 직전인 성진지오텍(조선·해양플랜트 부품 업체)의 지분 40%를 2010년 6월 시장가보다 비싼 16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성진지오텍과 합병한 탓에 동반 부실에 빠져 지난해 포스코와 포스코건설로부터 2900억 원을 증자받았다. 성진지오텍 인수를 놓고 여러 의혹이 나오는 건 물론이다.

총 180억 원을 들여 2010, 2011년 각각 인수한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도 의혹의 대상이다. 인수 직전 리코금속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나인디지트의 부채 비율은 1313.2%였다.



포스코의 계열사를 급속하게 늘린 정 전 회장은 정리도 급하게 했다. 총 38곳을 정리했는데 이 중 24개사는 자신의 재임 기간 중 늘린 계열사였다.

“조용하고 신속히 해라, 제발”

검찰 수사가 기약 없이 늘어지면서 포스코 내부에선 우려와 탄식이 나온다. 일부 직원들은 “세계 철강 경기가 좋지 않다. 중국 저가 철강업체들과의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정준양 전 회장 때의 부실로 회사의 면역력은 떨어졌다. 여기에 검찰 수사까지 겹쳐 포스코 자체가 주저앉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베트남 비자금 수사가 국내외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국제시장에서 ‘뇌물 뿌리는 기업’으로 인식된다. ‘세계 최고 철강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됐다. 해외 사업 관련 계약을 앞둔 게 한두 건도 아닌데 회사의 손발이 묶였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검찰은 성역 없이 수사해 잘못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라. 단, 속전속결로. 수사가 길어지면서 회사가 골병든다”고 했다.

포스코 협력업체가 많은 대구·경북 지역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제 누가 압수수색을 당할지 모른다. 지역 업계에 위축된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했다.

‘실세 개입설’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걸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00년 산업은행이 포스코 지분 36%를 매각하면서 정부는 포스코의 경영에 관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정권의 실력자들은 포스코를 전리품처럼 여겨 회장 인사를 주물렀고 이권을 챙겼다.

검찰 수사의 장기화는 포스코의 주가 하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3월 30일 포스코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덩달아 시가총액 순위도 지난해 말 5위에서 이날 9위로 떨어지는 굴욕을 당했다. 포스코의 한 주주는 인터넷 주식 게시판에 “검찰 수사 조용히 신속히 해라. 언론에 떠들지 말고. 제발 부탁한다. 포스코 주주는 거지 된다”고 썼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이 주주의 바람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수사팀이 보여준 실력으로 볼 때, 포스코 수사는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 이완구 총리나 검찰은 눈 하나도 깜짝 않을 지 모른다.

신동아 2015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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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열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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