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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판돈 지키기 급급하다 밑천 다 날릴 수도

‘외교 베팅’ 주저하는 한국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판돈 지키기 급급하다 밑천 다 날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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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외교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도 되살리고 있다. 2012년 집권 후 아베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엔고(円高)에서 탈출하겠다며 ‘아베노믹스’를 발표했다. 최근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15년 1.0%, 2016년 1.2%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주식시장은 고공행진 중이다.

러시아는 전승절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많은 외국 정상을 초빙하기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였다. 푸틴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정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었다. 두 사람이 모스크바에 등장했다면 러시아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을 것이다. 그러나 두 정상은 모스크바에 가지 않았다.

푸틴은 대신 중국과의 전면적 경제협력을 이끌어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푸틴은 앞으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에게 축전을 보냈고 푸틴은 김정은에게 기념 메달을 전했다. 푸틴은 극동 개발 및 한국과의 가스관 연결을 원하는데, 이를 위해선 북한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이 9월 3일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다면 그전에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김정은 돌파구는 사할린 가스?

동북아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전략적 비중은 실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외부에 의한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 절대빈곤 속에서도 개방정책을 택하지 않았다. 그나마 북한의 변화를 이끌 유일한 인물은 김정은 위원장밖에 없다. 그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김정은의 경제개발 및 투자유치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 2013년 북한은 13개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세금, 토지에 관한 여러 혜택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 건의 투자도 받지 못했다. 전력, 도로, 철도, 항만, 통신 같은 인프라 부족도 원인이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신이다. 핵실험 등으로 미국과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키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북한에 투자하려는 기업은 앞으로도 잘 나오지 않을 것이다.

2013년부터 북한 경제는 최악의 국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다만 이것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 경제가 성장하는 주된 이유는 분조제(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경작자가 가져가게 하는 일종의 가족농 제도)를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 독립채산제를 통한 기업 생산성 향상,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송금경제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자본이 절대 부족하다. 경제특구를 통한 외국 투자 유치가 실패한 상황에서 남은 유일한 카드는 국제협력을 통한 간접투자다.

북한은 다시 핵 카드나 무력도발로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도 북한을 궁지에 몰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화를 사실상 용인했는데, 북한의 핵 무장을 그 명분으로 삼고 있다. 북한이 문제국가가 될수록 미국은 동북아 개입의 명분을 찾는다. 또한 일본에 이어 한국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고립시키기 용이해진다.

북한은 미국 이외 나라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중국과의 협력을 꺼림칙하게 여긴다. 장성택이 처형된 이유를 밝힌 북한 ‘노동신문’ 기사에선 김정은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읽힌다. 한국과의 협력도 만만치 않다. 천안함 사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향할 곳은 단 한 곳, 러시아뿐이다.

4월 17일 러시아 하원은 북한이 러시아에 진 외채 11억 달러를 가스관 건설사업에 투자하는 정부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도 북한의 채무가 가스관과 철도사업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사할린의 천연가스가 블라디보스토크와 하산을 거쳐 북한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할린 가스는 김정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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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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