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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보수도 진보도 짐을 덜라 기억하되 미화하지 말라”

이문열 작가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보수도 진보도 짐을 덜라 기억하되 미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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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도 진보도 짐을 덜라 기억하되 미화하지 말라”

경기도 이천의 부악문원에서 만난 이문열 작가와 김호기 교수.

‘책 장례식’을 돌아보며

이문열 지금이야 동서대립이 중요하지만, 1945년까지만 해도 주목할 것은 남북대립이었어요. 서울-평양 축구대회가 가장 흥미로웠고, 또 대립이 심했어요. ‘변경’에도 그런 것이 나와요. 내인과 관련해서는 통일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통일을 생각할 때 외부의 에너지만 얘기하면 계산이 잘 안 나와요. 내부의 에너지도 얘기해야지요. 분단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단 상태를 만든 에너지 이상이 투여돼야 하는데, 우리가 어디까지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내부의 에너지를 잘 계산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어요.

김호기 2000년대 중반 ‘변경’을 절판했습니다. 2001년 선생의 책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불태운 이른바 ‘책 장례식’ 사건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선명히 기억되는 사건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해야 할 민주주의 사회에서 책을 불태우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이문열 ‘변경’을 절판한 건 책 장례식 사건 때문만은 아니고 나름대로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어떤 내용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것들을 얘기한 게 있어서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지난해 개정판을 냈어요. 책 장례식에는 이데올로기보다 지역색이 더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이후 나를 제외시킨 세력을 보면, 그때 장례식 당시 발동된 에너지의 연속인 경우가 많았어요. 내가 지역주의자라는 메시지였어요. 지금은 이데올로기 문제인지, 지역감정 문제인지 잘 구분되지 않지만, 책 장례식은 이데올로기적으로만 얘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김호기 ‘변경’에 이은 새 작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압니다. ‘변경’에서 1960년대 전후를 다뤘으니 이후의 시대를 주목하는 건가요.



이문열 앞서 얘기했듯이 제가 쓰고자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에 관한 것이에요. 1980년대 상황으로 한번 설명해보려고 해요. 원래는 길게 쓰려 했는데, 요즘은 긴 게 잘 안 읽히니까 3500~4500매로 3권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거기서 제일 공들이는 게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문제예요. 두 세력에 대해 현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느냐, 그것을 따져볼까 해요. 달리 말하면, 부당이득을 취한 적이 없느냐, 어느 쪽의 가격이 부당하게 인하되느냐, 그런 것들을 다뤄볼까 해요.

김호기 1980년대는 뜨거운 시대였습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본격적으로 부딪치고 경쟁한 시기로 기억됩니다. 저는 20대였는데, 지금은 제 생각이 적잖이 바뀌었지만, 일종의 사고의 원형으로 존재하는 시대였습니다.

이문열 방금 말한 작품에서 사회적 기억의 공정성이나 온당함에 대한 진단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개념에 대한 평가나 이해에 큰 편차가 있는 것 같다는 점이에요. 과거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여러 요소와 함께 작동하면서 만들어지는 게 바로 현재이지요. 그것에 대해 검토하려고 해요. 이 문제를 다루다보면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원형과 정체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겠고요.

김호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정치가는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문열 박정희 대통령한테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든 것이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있던 것을 활용하고 종합한 셈이고요.

김호기 선생의 소설들을 보면 자연스레 ‘유교적 교양주의’가 떠오릅니다. 선생의 사유를 지탱하는 가치의 하나는 ‘영남 남인’에 기원을 둔 양반의식 같기도 합니다. 교양주의는 서구에서 볼 수 있듯 근대적 덕목이지만, 유교는 아무래도 전통적 가치입니다. 소설 ‘선택’을 놓고 페미니스트들과 논쟁한 적도 있는데, 선생에게 전통이란 무엇인지요.

다 안고 가려 해선 안돼

이문열 보통 사람들이 가진 부성(父性)에 대한 기본적인 의존을 저 역시 갖고 있어요. 고향의 전통이나 문화는 아버지의 문화지요. 현실적인 아버지가 아니었고, 일찍부터 부성이 차지하는 자리를 고향과 고향의 가치 및 전통, 이런 것들이 대신해준 것 같아요. 고향의 전통과 문화를 얘기할 때 늘 아버지를 떠올려요. 아버지가 했어야 한 일을 고향이 대신해준 것 아닌가 하는.

김호기 제 고향은 경기도 양주입니다. 초등학교 때 양주를 떠났지만 어릴 적 체험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영향을 미쳤습니다.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한 것 같습니다.

이문열 고향인 경북 영양에 다시 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그 이전의 고향은 기억을 못했어요. 7세 때 떠나서 오랜만에 갔어요. 고향에 가자마자 옛날에 살던 집을 찾아갔는데 못 찾았어요. 나는 고향집을 큰 것으로 기억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 ‘성(城)’은 없고 다 쓰러져가는 집이 있었어요. 누가 집을 바꿨나 해서 물어보니 저 집이 맞다는 거였어요. 어머니가 약간 과장해서 알려준 이유도 있었겠지만, 살림이나 양반적 전통 같은 것을 엄청 키워서 알고 있었던 거예요. 고향의 다른 것들, 예를 들어 문화적 전통 등은 다 과장된 것 아닌가요. 그런 것들이 나를 떠받치고 지향을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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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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