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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최진석 건명원 원장

물들이지 않은 명주처럼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혼란의 시대, 노자老子에게 길을 묻다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물들이지 않은 명주처럼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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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공자를 꾸짖다

맹자는 사단(四端)을 사람을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본성으로 여긴다. 사람이 이런 본성을 가진 터라 인의예지를 실현하고 완성할 수 있다고 봤다.

▼ 노자는 공자가 강조한 인의예지(仁義禮智)에 비판적이더군요.

“중국 역사는 노장(노자·장자)과 공맹(공자·맹자)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호 긴장을 통해 발전해왔습니다. 유가에서 예(禮)는 공자가 인간의 본질이라고 여긴 인(仁)을 확장하고 보편화하는 수단입니다. 예라고 하는 체계를 틀로 삼아 백성을 통합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공자가 예에 맞지 않으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고 한 것이죠. 노자는 인의예지 중에서도 특히 예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노자의 시각에서 예는 누구나 지켜야 하는 사회적 기준입니다. 보편적 이념으로서 예가 기준으로 작용해 구분하고 배제하고 억압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자들의 자발적 생명력이 발휘되기 힘들어져요.”

노자는 공자의 기획이 비록 인간성을 바탕으로 하는 도덕적 선으로 채워져 있어도 보편적 이념을 기준으로 삼아 구성원들을 통합하려고 시도하는 한 차등, 갈등을 잉태할 수밖에 없는 형태라고 봤다. ‘도덕경’을 통해 공자를 이렇게 꾸짖는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알면, 이는 추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다고 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알면, 이는 좋지 않다.

조선왕조 통치 이데올로기이던 주자학의 시조 주희(朱熹·1130~1200)는 공자의 사상을 극기복례(克己復禮) 4자로 압축한다. ‘나’를 극복해 ‘예’로 돌아간다, 요컨대 인간의 본성(仁)을 바탕으로 보편적 기준(禮)을 확보해 백성을 통합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봤다.

물들이지 않은 명주처럼 다듬지 않은 통나무처럼

최진석 교수가 건명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틀을 섬기지 말라

최진석 교수의 표현을 가져오면 극기복례로 사는 삶은 ‘일반명사’로 사는 것이다. 주도권이 ‘나’에게 있지 않고, ‘우리’에게 있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사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영은 ‘우리’라는 집단이 만든 울타리다. 원효(元曉·617~686)의 화쟁사상을 민중 속에서 실천하려는 도법(道法) 스님은 “한쪽은 무조건 나쁘고, 한쪽은 무조건 옳다는 건 관념이다. 한국 사회는 실제가 아닌 관념을 두고 편을 나눠 다툰다.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고 말한다. 노자는 극기복례에 대항해 거피취차(去彼取此·#129;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하라)하라고 역설한다. ‘저것’은 예(禮)로 상징되는, 문화적으로 설정된 체계다. ‘이것’은 체계의 영향이 닿지 않은 ‘순전한 자기 자신의 자발적 영역’을 가리킨다.

▼ 노자가 말한 무위(無爲)의 뜻은 뭔가요. ‘하지 않음을 함’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까.

“무위는 위(爲)의 일종입니다. 유위(有爲)적 위는 보편적 이념을 행동의 근거로 삼는 것입니다. 무위적 위는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듯(自然)’ 자발성을 근거로 해 행동하는 것이고요. 예를 들어, 대통령이 되려는 꿈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죠. 그런데 이 꿈이 기준이 되는 순간, 이 사람은 정치 영역을 넓게 보지 못하고 대통령이 되는 데에 좋은지만 따져서 보게 되죠. 그래서 대중의 뜻과 괴리되는 엉뚱한 짓을 합니다. 무위는 남이 정해놓은 것이든 자기가 정해놓은 것이든 어떤 틀을 섬기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이 영원한 까닭

▼ 노자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말합니다. 성인은 어질지 않다(不仁)고도 하고요.

“자연에서 비가 내릴 때 착한 사람 밭에는 비가 더 내리고, 나쁜 사람 밭에는 비가 덜 내립니까. 자연의 운행에는 주관적 편견이 개입돼지 않습니다. 주관적 관념에 따라 화복, 선악, 미추,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따지지 않습니다. 노자는 자연의 운행 원칙을 본받아 인간의 길을 구성하려 했습니다.

훌륭한 지도자는 하늘과 땅처럼 무심하게 지켜볼 뿐, 이상적이라고 믿는 자신의 뜻을 강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을 집행하는 통치가 아니라, 세계의 흐름에 맡기는 통치를 하죠. 세계의 흐름은 정치인 머릿속에는 없고, 백성 틈에 숨어 있어요. 한국 정치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각자 옳다고 믿는 진영논리에 빠져 진영이 제공하는 시각으로만 무장하고 상대방을 비판하는 데에만 빠져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관념에 따라 사안을 재단하고 그것을 남에게도 따르라고 강권합니다.

노자는 천장지구(天長地久·하늘과 땅은 영원하다)라고 했습니다. 문화적으로 결정된 이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 즉 천지자연의 운행 원칙을 따라야 장구(長久)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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