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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시를 걷다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신고전 건축의 어머니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신고전 건축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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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니케 신전

Temple of Athena Nike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아테나 니케 신전은, 아테나 수호 여신 니케를 숭배하는 신전이다. 이 건축물은 처음에는 미케네식 축조방식인 석회암 막돌 쌓기(Cyclopean Masonry) 방식과 목조로 된 조그만 신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파괴되고 다시 짓고 용도가 바뀌는 변화무쌍한 역사 탓에 현재 남은 건물의 어느 만큼이 원형인지는 방문객이 알 도리가 없다. 그리스 당국이 1998년 이 신전을 해체해 많은 부재를 박물관에 옮기고, 원형대로 재건(Anastylosis · 사라진 유산을 원래의 재료와 기법으로 새로 세운다는 뜻의 고고학 전문용어)했다고 한다.

현존 건물은 앰피프로스타일(Amphiprostyle)이라고 하는, 건물 전·후방에 기둥 회랑(Portico)이 있는 신전 양식에 해당하는데, 이오니아식 기둥이 각각 4개씩 있는 테트라스타일(Tetrastyle)이다. 각각의 기둥은 백색 펜틀릭 대리석으로만 만들어졌다.

그리스 고전 건축은 좁은 쪽이 정면인데 한국의 고전 건축은 넓은 쪽이 정면이다. 또한 그리스 건축은 기둥의 개수로 건물을 묘사하고, 한국 건축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으로 건물을 묘사한다. 전면에 기둥이 4개 있는 건물을 ‘정면 세 칸(間)’ 건물이라고 하는 식이다. 여백의 쓰임새에 대한 노자 ‘도덕경’의 공간 개념이 떠오른다.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든다. 그러나 그 비어 있음에 방의 쓰임이 있다.



파르테논

Parthenon

파르테논을 보는 순간, 주연 배우들이 대리석과 유사한 색깔의 옷을 입고 기둥 사이로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1월의 두 얼굴’ 장면이 떠올랐다. 파르테논은 아테네 시민들이 도시의 수호여신 아테나에게 헌정한 신전으로, 신전 축조 의지와 그 개념, 그리고 실천 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주는 정교한 건축물이다.

최초의 파르테논은 기원전 570년경 지어졌고, 이후 여러 번의 건립과 파괴, 복구를 거쳤다. 기원전 447~438년, 즉 페리클리스 시대에 지어진 파르테논이 오늘날 파르테논의 원형으로 간주된다. 아크로폴리스 건축 계획을 추진한 페리클리스가 지명한 건축가는 이크티노스(Iktinos)와 칼리크라티스(Kallikrates)이고,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피디어스(Pheidias)가 프로젝트 총괄 감독을 맡았다. 그는 신전 내부의 황금과 상아로 된 아테나 여신상을 조성했다고 한다(현재는 소실됨). 건물은 기둥-보 구조로 사방이 기둥으로 둘러졌다. 전·후면은 각각 8개의 기둥으로 된 옥타스타일(Octastyle), 양 측면은 각각 17개의 도리아식에 이오니아식이 첨가된 양식의 기둥으로 구성됐다.

목조 기둥은 목재의 특성상 세워놓으면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 이런 성질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부위는 기둥 하부에서 약 3분의 1 지점인데, 이 성질을 막기 위해 해당 부분을 좀 더 굵게 하는 기법이 한국 건축의 배흘림이다. 하지만 석조 건축의 엔타시스는 착시를 교정하고 미학적인 보강을 하기 위한 조치다. 상당수 대중매체에선 일본 호류지(法隆寺 · 607년)의 목조기둥이 엔타시스의 예라고 말하지만, 석조와 목조는 성질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기원전 5세기 때 벌써 이런 건축을 했다는 점과 그 건물이 지금까지 보존돼 세계 건축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파르테논 건축이 대단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파르테논에 대한 그리스인의 자부심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독일 다뉴브 강변의 레겐스부르크 발할라(Walhalla)는 파르테논 신전을 그대로 복제해 게르만-독일어권 유명 인물들의 흉상을 보존·전시하는 제전이다. 영국 세인트 판크라스 교구교회(St. Pancras New Church)와 독일 포츠담의 세계유산 상수시 궁전(Schloss Sanssouci)은 에렉테이온을 텍스트 삼아 여인상을 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프로필리어는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과 뮌헨의 프로필레엔(Propyl·auml;en)의 전형이 됐다. 이들 건축물은 신고전 건축이라는 장르를 낳았다.

신화가 살아 숨 쉬는 신고전 건축의 어머니
조인숙

1954년 서울 출생

한양대 건축학과 졸업, 성균관대 석·박사(건축학)

서울시 북촌보존 한옥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現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국제기념물 유적협의회 역사건축구조 국제학술위원회 부회장, 국제건축사연맹 문화정체성-건축유산위원회 국제공동위원장


영화 ‘페드라(Phaedra)’의 여주인공을 맡은 명가수 멜리나 메르쿠리는 ‘아티나, 나의 도시’를 열창하며 아테네의 희망을 노래했다. 그는 그리스 최초의 여성 문화부 장관 시절 19세기에 약탈당한 그리스 문화재, 특히 영국이 가져간 대리석 조각상들의 환수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는 1994년 사망했지만, 유럽연합(EU)의 도움으로 그가 시작했던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 건립은 계속 진행돼 2009년 개관했다. 새 박물관은 오늘도 조각상들의 귀환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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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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