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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정·재계 거물이 빚어낸 ‘국회 옆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 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정·재계 거물이 빚어낸 ‘국회 옆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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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 거물이 빚어낸 ‘국회 옆 미술관’
‘Ginevra de′ Benci’는 1474년 피렌체 귀족 가문의 딸 지네브라(Ginevra)가 열여섯 나이에 결혼하게 되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다.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도 있지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여인은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표정만큼은 엄숙하고 진지하다. 미소도 없고, 관람자와 눈을 맞추려고도 하지 않는, 그저 무심하게만 보이는 그림이라 ‘모나리자’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 지네브라는 매우 깐깐한 아가씨였던 모양이다. 원래 그림은 아래쪽으로 더 길었는데, 많이 훼손돼 잘라버렸다고 한다. 그 탓에 지네브라의 팔과 손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추측이 무성하다. 훼손 없이 잘 보존됐더라면 모나리자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다빈치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미술관은 르네상스 시대, 다빈치와 더불어 피렌체의 천재로 불린 라파엘로 작품도 소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The Alba Madonna’(1510)이다. 이 그림은 성모 마리아, 예수, 요한을 그린 성화. 예수는 십자가를 끌어안고 있고, 마리아의 무릎에 앉은 요한이 그 십자가를 맞잡고 있다. 그림의 배경으로는 전형적인 이탈리아 시골 풍경이 그려져 있다. 매우 아름답고 성스러운 이 작품은 스페인 귀족인 알바(Alba) 가문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183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에게로 넘겨져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미술관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나 독일의 폭격을 우려해 명품 100여 점을 비밀리에 노스캐롤라이나 애슈빌로 옮겨 보관했는데, 이 그림도 거기에 포함돼 있었다.

거칠고 삭막한 여의도엔…

정·재계 거물이 빚어낸 ‘국회 옆 미술관’
미국은 20세기 초반까지 문화적으로 후진국이었고, 유럽에 대한 열등의식이 강했다. 그 때문인지 미국인들은 유럽에서 출세한 미국인 화가들에게 유달리 애정이 많았다. 그 대표적 화가 중 한 명이 19세기 후반 인상파 시기에 유럽에서 활동한 맥닐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다. 내셔널 갤러리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Symphony in White, No. 1’이 걸려 있다.

이 그림은 처음엔 ‘The White Girl’이라고 불렸다. 휘슬러가 연인 조안나 히퍼넌(Joanna Hiffernan)을 모델로 그렸기 때문이다. 1862년 완성한 후 약간의 수정을 거쳐 1863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됐으나 낙선했다. 낙선자들이 살롱전에 반발해 낙선작들을 모아 별도로 전시한 것이 그 유명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가 출품되기도 했던 ‘낙선전’이다. 낙선전 당시에는 마네 그림보다 휘슬러 그림이 더 주목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휘슬러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열 살 때 가족과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사했고 거기서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그 뒤 가족은 다시 영국으로 옮겨갔지만,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군인 대신 화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파리로 건너갔고, 다시 런던으로 옮겨가 거기서 화가로서의 인생을 살았다. 이 그림은 1896년까지 휘슬러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가 그림 수집가 해리스 휘트모어(Harris Whittemore)에게 팔렸다. 1943년 휘트모어 가족은 이 그림을 내셔널 갤러리에 기증했다.

정·재계 거물이 빚어낸 ‘국회 옆 미술관’
최정표

1953년 경남 하동 출생

미국 뉴욕주립대 박사(경제학)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건국대 상경대학장

저서 : ‘재벌들의 특별한 외도’ ‘한국재벌사연구’ ‘공정거래정책 허와 실’ ‘한국의 그림가격지수’ 등

現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경실련 공동대표


미국은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데,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옆에는 무엇이 있을까. 삭막한 여의도 섬에 문화시설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가끔은 이종격투기 경기장으로 변모하는 국회의 거친 정서를 예술로 순화시킬 방도는 과연 없을까.

신동아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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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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