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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정년 60세 시대를 사는 법

장밋빛 고용안정? 더 커진 불안감!

정년연장 카운트다운!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장밋빛 고용안정? 더 커진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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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선 보통 정년 1~2년 전, 혹은 3~4년 전에 명퇴 요구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년 연장을 의무화한다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인사 적체가 심한 경우 설령 60세까지 회사에 남더라도 승진에 목맨 후배 직원들 눈치 보면서 어떻게 맘 편하게 일할 수 있겠나. 임금이 깎이면 일할 의욕도 꺾일 수밖에 없다. 그런저런 스트레스를 견디며 60세까지 남을 사람은 얼마 안 된다.”

보험업계에 근무하는 40대 후반 이모 씨는 “자식들 뒷바라지하다보면 아무리 월급이 많아도 노후 준비를 하기 어렵다. 정년이 연장되면 월급이 깎이더라도 회사에 더 오래 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늦둥이를 둔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괜히 정년연장법에 기대 희망을 품었다가 실망할까봐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부모는 고용, 자식은 실업”

300인 이상 기업들은 채 6개월이 남지 않은 정년연장법 시행을 앞두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지만 노사 협상이 순탄치 않아 고민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률은 9.9%, 300인 이상 기업은 23.2%에 불과하다. 촉박한 일정을 감안하면 기업 처지에서는 마음이 바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임금 조정기간은 몇 세를 기준으로 얼마 동안 할 것인지, 임금 감액률은 몇 %로 할 것인지를 놓고 곳곳에서 노사 간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40대 초반 직장인 이모 씨는 “가령 현재 회사 정년이 57세이고 그때부터 60세까지 임금을 줄여나간다면 어쨌거나 3년간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원래 정년보다 2년 앞당겨 55세부터 57세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이후 순차적으로 임금을 줄여나간다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직장인들은 오래 일하는 효과를 최대한 얻을 수 있도록 최소 감액으로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를 희망하는 것.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호봉제 채택 기업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외에도 성과급, 직무급으로 등 임금체계를 다양화함으로써 부담을 최소화하려 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은 지금 일하고 있는 직원도 내보내야 할 처지다. 현행 연공급(호봉제) 체계에서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기업들이 임금상승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인력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없다. 부모 세대는 정년을 연장해서 계속 직장에 다니고, 자식 세대는 일자리가 없어 계속 실업 상태로 남아야 한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게 시급하기에 노사정 협의에서 정년 연장 대신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해놓고는, 막상 법이 통과되자 노동계가 태도를 바꿔 임금체계 개편을 가로막고 있다.”

“여차하면 문 닫겠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6월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제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연봉제 확대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민간 확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 그와 함께 30대 기업과 중점관리 대상 기업 500여 곳에 임금피크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하기로 하자 노동계가 강력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하루 뒤 “정부가 임단협 시기에 민간 부문을 임금피크제 중점 관리 사업장으로 선정한 것은 노사 자율에 맡기지 않고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이라며 총력 대응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한국노총도 “노사 협의로 이뤄져야 할 임금피크제 도입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상생이 아니라 노동자를 더 옥죄는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법 개정 전 여러 차례 협의과정을 거쳤음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중심에는 ‘취업규칙 변경’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있다.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르면 기업 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대표)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만약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하려 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내년 정년 연장 시행을 앞두고 시간이 촉박한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60대 초반의 김모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쉰다.

“정부 정책이니까 대놓고 불만을 표시할 순 없지만, 많은 기업주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회사를 끌고 가기도 벅찬데, 정년은 연장해놓고 임금은 노사 자율로 해결하라니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자칫 내후년부터 정년만 연장되고 노사 협의가 안 돼서 임금피크제를 도입 못하면 늘어난 인건비를 버텨낼 회사가 몇이나 되겠나. 협상할 엄두를 못 내는 곳도 많다. 여차하면 회사 문을 닫아버리겠다는 사장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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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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