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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곽경택 영화의 고향 부산

  • 글 · 오동진 | 영화평론가 사진 · 김성룡 | 포토그래퍼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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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텔링’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친구’의 큰 성공 이후 나는 계속 조금씩 까먹으면서 작품을 한 것 같다. 그렇게 성공의 파이를 파먹으면서 살아가는 게 인생 아니냐는 깨달음이 들었다. ‘태풍’으로 엄청난 빚을 지고 좌절의 늪에 빠졌을 때 일본의 한 큰손 제작자가 내게 이런 얘기를 한 것이 기억난다. 피카소의 작품은 수천 점이다, 그중에서 200여 점만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걸작은 계속되는 노동과 노력에서 나온다, 걸작은 걸작을 만들려는 생각과 욕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직 내게서는 걸작이 나오지 않은 셈이다.”

흔히들 누군가는 “스토리는 되는데 텔링이 안 된다” 하고, 또 누구는 “스토리 없이 텔링만 한다”고 한다. 곽경택은 스토리와 텔링이 언제나 뛰어난 감독이다. 그는 늘 새로운 작품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극비수사’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긴가 민가 하는 분위기였다.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유괴 사건 이야기다. 이 사건을 맡게 된 공길용 형사(김윤석)는 아무리 날고 기고 애를 써도 범인의 꼬리를 잡는 데 실패한다. 그 와중에 그는 신기가 있다는 점쟁이 김중산(유해진)의 예측 아닌 예측에 점점 더 귀를 기울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사는 공개냐 비공개냐를 놓고 고민에 빠지는데 이는 곧 범인을 잡을 것에 주력하느냐, 아이를 찾을 것에 힘을 쏟느냐가 달렸기 때문이다. 공개수사를 한다는 것은 범인을 잡겠다는 것이고, 아이는 이미 유괴돼 살해된 것으로 추정 혹은 단정한 것을 의미한다. 영화는 수사 공개냐 비공개냐를 축으로 사람들의 생각, 이해관계, 시대의 풍속도를 씨줄 날줄로 엮어놓는다. 그 미세한 스토리의 촘촘함이란!

‘미운 오리새끼’처럼 ‘극비수사’ 역시 과거로 돌아간 작품이다. 혹시나 박정희 시대의 엽기적인 사건을 통해 지금의 박근혜 시대를 풍자하고 비교해보려는 것이었을까. 실제로 지금 정부 들어 얼마나 많은 대형 사건이 일어났는가. 곽경택 본인은 손사래를 치며 제발, 절대, 그리고 부디 그런 정치적인 색안경일랑 끼고 보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자꾸 이상한 상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는 그 자체가 때론 정치가 된다. 아마도 사람들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300만에 가까운 관객이 이 영화를 찾는다는 건 바로 그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 모든 게 영화가 된다
언제나 영화의 고향

‘극비수사’는 시작은 부산에서 하고, 일은 서울에서 벌이고, 정리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서 하는 이야기다. 어쩌면 이건, 곽경택의 영화 인생의 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에는 어물이 쏟아지는 자갈치시장의 옛 풍경도 잠깐 나온다. 1978년에도 KBS는 여의도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시 여의도광장은 ‘5 · 16광장’이라 불리기도 했다. 영화는 주인공이 여의도 KBS 주변에 잠복해 있다가 눈앞에서 범인을 놓치는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그 서스펜스를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만큼 연출이 완벽했다는 얘기다.

부산은 곽경택 감독 한 명, 그의 영화 서너 편으로 해석되고 에둘러 설명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부산은 명실 공히 영화의 도시 아니던가. 그럼에도 부산에 가면 곽경택의 영화 ‘친구’가 자꾸 생각난다. 곽경택의 영화를 생각하면 자꾸 부산을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도시가 된다. 반대로 도시도 영화가 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부산은 언제나 영화의 고향이다. 영화는 정녕 그곳, 부산으로 가고 싶다.

신동아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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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오동진 | 영화평론가 사진 · 김성룡 |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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