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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핫이슈Ⅰ ‘청와대-새누리당 전쟁’ 후폭풍

행정부 우월주의에 빠진 수직형 ‘여왕 리더십’

박근혜 ‘승부사 정치학’ 연구

  • 최진 |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

행정부 우월주의에 빠진 수직형 ‘여왕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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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위 쿠데타설

최근 유승민 파동을 보면, 1971년 집권 여당이던 공화당의 항명파동이 떠오른다. 당시 김성곤, 길재호 의원 등 공화당 실세 4인방은 박정희의 지시를 무시하고 국회에서 내무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켜버렸다. 여당 실세 국회의원들이 천하의 박정희에게 항명한 것이다. 노발대발한 박정희는 중앙정보부를 동원해 4인방을 박살 내고 일부는 아예 정계를 떠나게 했다. 급기야 다음해인 1972년 유신체제를 출범시켰다. 청와대가 국회를 완벽하게 장악한 것이 바로 유신체제였다.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금배지를 달아주는 유정회 국회의원이 생겨난 것도 이때였다.

혹시 박 대통령도 과거 아버지 시절의 4인방처럼 유 전 원내대표를 그대로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강하게 밀어붙였으며, 이후 유신체제 못지않은 파격적인 정치격변을 도모하려는 건 아닐까? 대통령의 탈당이나 친박계 신당처럼 말이다.

실제로 최근 정가에는 ‘박근혜 친위 쿠데타설’이 나돈다. ‘김무성 포위론’과 ‘여당발 신당론’ 등도 등장했다. 이 같은 설(說)은 내년 4월 총선 ‘4당 구도론(친박계 새누리당과 비박계 신당, 친노계 새정치연합과 비노계 신당의 4분파 대결구도)’으로 이어진다. 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곳은 청와대와 친박계다.

절대 권력자가 종종 구사하는 통치전략 가운데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민심정치가 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천막당사 생활을 하며 붕괴 위기에 직면한 한나라당을 구했다. 선거의 여왕은 손에 붕대를 친친 감고 시장통을 돌아다녔으며, 2006년 지방선거의 신촌 유세 때는 테러를 당해서 얼굴을 60바늘이나 꿰맸다. 높은 곳에 있는 여왕이 낮은 땅에 내려와 직접 사람들을 만날 때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것을 민심정치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민심정치에 아주 능하다. 유 전 원내대표를 공격할 때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을 통한 간접정치 대신 국무회의라는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익을 외면하고 자기 정치에 몰두하는 정치인을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심정치는 포퓰리즘 성격을 띤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민심정치의 원조는 1940년대 남미 아르헨티나를 통치한 후안 페론 대통령의 부인 에바 페론이다. 그는 서민 대중을 위한 복지정책을 펴고, 위기가 닥치면 그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태국의 탁신 전 총리도 서민 대중을 위한 복지정책에 주력하고, 그들에게 직접 호소해 지지를 받았다. 과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어찌 보면 독재 정권의 부당함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접 민주주의 시대가 아니라 간접 민주주의시대이며, 절차적 민주주의가 중요한 시대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행정부 우월주의에 빠진 수직형 ‘여왕 리더십’
‘허구한 날 정쟁만…’ 반감

박 대통령은 왜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을까. 박 대통령의 6월 25일 발언을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전반에 대해 강한 불만과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심리학자 라스웰은 지도자의 리더십을 크게 선동가형과 행정가형으로 분류했다. 선동가형은 문자 그대로 말 잘하고 변화무쌍한 정치인 스타일인 반면, 행정가형은 묵묵히 꼼꼼히 일하는 공무원 스타일이다.

박 대통령은 두말할 나위 없이 행정가형, 즉 공무원 스타일의 리더십에 해당한다. 이런 유형은 기본적으로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고, 행정부 우월주의를 지향한다. 박 대통령이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표시하며 거부권까지 행사한 이면에는 ‘말 많은 정치보다 일하는 행정이 더 중요하다’는 행정부 우월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막상 청와대에 입성하면 국회에 대해 ‘허구한 날 정쟁만 일삼는 집단’이라는 거부감을 드러냈는데, 박 대통령은 유달리 심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국회보다 행정부를 더 중시하는 경향은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면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 시절에도 정치싸움만 일삼고 부패한 정치권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졌고, 그런 감정이 5·16 군사정변으로 분출됐다. 그리고 집권 18년 동안 국회보다 정부를 중시했으며, 정치인보다 관료를 더 신뢰했다.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지는 부녀 대통령의 행정부 우위 모델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서 찾을 수 있다. 루스벨트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과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의회 중심주의 시대에서 벗어나 백악관과 행정부 중심 시대를 활짝 열었다. 백악관의 조직과 규모를 확대 강화했고, 행정부 공무원들을 백악관에 파견 근무토록 했으며, 막강한 예산권을 백악관 휘하에 두었다. 다시 말해 대통령과 백악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루스벨트 정부가 사회복지 정책에 각별히 심혈을 기울인 점도 박근혜 정부와 비슷하다. 아쉬운 대목은 박 대통령은 불통의 정치인, 루스벨트는 소통의 정치인으로 대비된다는 점이다. 사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집스럽고 고압적인 성격이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다정다감한 노변정담과 빈번한 백악관 기자회견, 국민에게 편지 쓰기와 같은 이미지 연출을 통해 편안하고 민주적인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박 대통령도 원래 성격이야 어찌됐든, 루스벨트처럼 이미지 연출을 통해서라도 자애롭고 통 큰 면모를 보여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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