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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헤지펀드 공격 막으려면 주주 품는 ‘순리경영’ 을”

이재용과 삼성 지배구조 개선방안 논의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 이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헤지펀드 공격 막으려면 주주 품는 ‘순리경영’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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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공격 막으려면 주주 품는 ‘순리경영’ 을”
▼ 합병 비율을 결정할 때 주가만 고려하도록 한 현행 자본시장법을 어떻게 보나.

“취지는 이해한다. 주가란 객관적 지표이고, 양쪽 회사의 부당한 협상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비율까지 정해서 합병을 선언하는 것은 아쉽다. 홍콩에선 양쪽 이사회가 합병 계획을 발표한 다음에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시장이 이 새로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두고 본다. 그 이후에 합병 비율을 정한다.”

7월 1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었다. 언론은 국민연금이 이 사안을 외부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국민연금의 공식 입장은 “투자위원회를 열어 의결권위에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했지만, 7월 17일 삼성 주총 전에 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는다”는 것. 이미 6월 초에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한 APG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경영권 지키려면 ‘순리경영’을”

운용 자산규모를 보면 APG는 520조 원, 국민연금은 470조 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국민연금 11%, APG 0.3%로 크게 차이가 난다. 박 이사는 6월 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내가 전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APG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는데, 그에 따르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딜(deal)에는 찬성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를 열기 전 여러 외부기관에 이번 합병 성패에 따른 주가 흐름 예상을 의뢰했다.

“국민이 낸 연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로서 당장의 주가 흐름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참고로 APG의 투자 철학을 소개하고 싶다. APG도, 기업도 사회 시스템의 일부다. 사회가 건강해야 기업이 건강하고 연금 시스템 또한 건강할 수 있다. 그래야만 APG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얻어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도 건강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후진적인 지배구조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주가 저평가)’가 최소 20%가 된다는 게 내 판단이다. 이를 해소하는 데 국민연금이 연금 기관투자자로서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 엘리엇을 계기로 ‘헤지펀드 공격에 취약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경영권 방어 수단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나머지 주주들이 방어에 힘을 보태는 것이다. 승부는 결국 주총에서 난다. 아무리 실력 좋은 헤지펀드라도 다른 주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APG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은 헤지펀드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투자자다. 성격상 헤지펀드를 좋아할 수 없다. 우리에겐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기업 경영을 순리적으로 하면 된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잘하고 주주 권리가 보장되고 기업이 성장하면 장기투자자들은 행복하다. 헤지펀드 편을 들 이유가 없다. 헤지펀드의 주장이 맞는 방향이면 받아들이면 된다. 무리한 공격이면 다른 주주들이 나서서 반대할 것이다.”

▼ 외국인 투자자에게 한국 기업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가.

“불행히도 그렇지 못해 걱정이다.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고 경제적으로 활력이 떨어져 있다. 경제 펀더멘털을 지탱하는 요소들, 즉 인구구조, 빈부격차, 중소기업 경쟁력, 그리고 외부 경쟁 국가 등을 모두 합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

“상법이 좌파인가”

박 이사는 영국 베어링증권 등 외국계 투자은행의 서울사무소에서 애널리스트로 10여 년간 일하다가 홍콩으로 옮겨가 2009년 APG에 합류했다. 그는 “금융시장 경력을 살리면서도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그의 행보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좌파적’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 현대중공업 노동자 사망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올해 초 KB금융지주가 이사회를 새로 구성할 때 경제개혁연대(소장·김상조 한성대 교수)에 주주 추천권을 위임해 이병남 LG인화원 원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데 ‘공’을 세웠다.

▼ 노동운동가와 일부 ‘활동 영역’이 겹치는 듯하다.

“나는 투사가 아니다(웃음). 연간 수익률 8%를 목표로 어떻게든 돈을 잘 불려야 하는 기관투자자의 일원이다. 인권을 중시하고 환경을 해치지 않으며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투자. 이것이 글로벌 장기투자자들의 메인스트림이다.

연금이 뭔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자금이다.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당연히 환경을 해치는 투자를 해선 안 된다. 근로자들로부터 연금을 받는 우리는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영업할 수 없어 기업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다. 지금 문제를 해결하면 리스크를 없애는 거다. 이게 좌파나 우파와 상관 있는 이야기인가. 주주추천권 위임도 상법에 나와 있다. 상법이 좌파인가(웃음).”

신동아 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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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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