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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리더의 서재에서 外

3/4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앤드루 새먼 지음, 이동훈 옮김, 책미래 펴냄, 736쪽, 2만5000원


리더의 서재에서 外
저자인 새먼 기자를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2010년, 역자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돼 유명해진 책 ‘Lone Survivor’ 한국어판 출간을 위해 뛰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출판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저자가 쓴 이 책의 서평을 읽고, 그에게 한국어판 출간을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메일을 보낸 것으로 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Lone Survivor’는 아직도 한국어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의 두 번째 6·25전쟁 서적이며, 1950년에 싸운 영국군 제27여단의 무공을 다룬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 출판계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그를 대신해 이 책의 기획안을 1년 동안 여러 회사에 부지런히 돌렸지만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가 없었다. 과연 요즘 어느 출판사가 6·25전쟁 책을 내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출간 계약이 성사됐다.



외국에서는 흔히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한다. 당사자인 우리 역시 그 전쟁을 잊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허약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6·25전쟁 당시 국군의 무공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떠들던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반감, 그리고 철저히 미국적 시각 내지는 냉전 반공주의적 시각으로 제작된 기존 자료들에 대한 반감도 거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물론 저자는 6·25전쟁이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침략 전쟁임을 지적하며, 그것을 격퇴한 대한민국과 유엔의 정당성을 분명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시각은 기존 자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영국인인 그는 이 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낸 영국군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과 장군이 아닌, 최일선에서 싸운 병사와 전쟁에 휘말린 민간인의 시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전쟁의 비극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년간 6·25전쟁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육성 증언을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증언을 당시 상황을 다룬 공문서 및 사문서들과 대조함으로써 세월에 따른 기억의 변형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을 봉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한 저자는 결코 대한민국과 유엔군(영국군을 포함해서)을 ‘절대 선’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도 분명하게 지적한다. 기존의 냉전 반공주의적 시각을 초월해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보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획득한 ‘진실’만큼 감동을 줄 수 있는 것도 드물지 않을까.

저자는 오늘날 한국에서 역사가 상급학교 진학이나 정쟁, 쇼비니즘 고취 수단으로만 쓰이는 현실을 안타까이 여긴다. 또한 일제강점기보다도 더욱 파괴적인 영향을 한반도에 미친 6·25전쟁에 대해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인들의 진실된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알고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본래 용도 아니겠는가. 저자가 혼신의 힘을 담아 쓴 이 책. 정전 62돌을 맞는 우리의 모습을 올바로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이동훈 | 번역가

리더의 서재에서 外
자이니치 리더 _ 이민호 지음

올해는 한일 국교 수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운명적으로 한일 양국에 걸쳐 살고 있는 재일동포, 저자는 그들의 삶을 ‘오뚜기 인생’이라 정의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궁지를 거꾸로 인생역전의 기회로 반전시킨 것이야말로 자이니치의 저력이라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21명의 삶은 국적을 초월해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대단한 인생들이다. 독학으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명장에 오른 진창현, 미술가 이우환, 22세 때 영구 귀국해 벼랑 끝 리더십으로 모국에서 ‘야구의 신(神)’이 된 김성근이 그렇다. 또한 금융보국의 장대한 꿈을 품고 1982년 신한은행 창립에 앞장선 이희건, 재일동포 민족교육 토대를 닦은 조규훈, 차별철폐운동을 펼친 일본 내 외국인1호 교수 서용달의 인생담도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통일일보, 512쪽, 2만2000원

내려올 때 보인다 _ 함영준 지음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며 내려온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현대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20인을 통해 갑작스러운 성공도, 끝없는 좌절도 인생의 일부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전직 대통령(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부터 언론인(방우영, 조갑제, 손석희), 법조인(조영래, 이명재), 기업인(김재명), 군인(민병돈), 정치인(박지원), 작가(박노해, 김훈), 예술가(정명훈), 대학총장(어윤대), 심지어 사형수(김대두)와 조직폭력배 두목(김태촌)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상징적인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풍운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한다. 샘앤파커스, 263쪽, 1만5000원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 _ 이종각 지음

1895년 10월 8일 새벽, 일본 군대와 낭인들이 경복궁 담을 넘어 들어가 왕비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불태웠다. 이른바 을미사변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바는 없다. 미우라 고로 주한공사가 총책임자가 돼 낭인부대를 동원, 명성황후를 살해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황후 시해범이 낭인이라는 통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을미사변은 일본 군부의 군사 작전이었고, 범인은 군인이라는 것. 우치다 사다쓰치 주한영사의 ‘우치다 보고서’ 등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저자는 “명성황후 시해범이 민간인인 낭인인 경우와 군인인 경우는 일본 정부의 법적, 외교적 책임이 다르다”며 ‘120년이 지났지만 을미사변은 다시 조명돼야 하고,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메디치미디어, 310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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