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호

리더의 서재에서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입력2015-07-23 17: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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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리더의 서재에서

    윤승용 지음, 21세기북스, 380쪽, 1만6000원


    리더의 서재에서 外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에 새겨진 문구를 볼 때마다 ‘참으로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책은 인류 문화의 정수를 담은 보고(寶庫)인 것이다. 어릴 적부터 유난히 책을 좋아했다. 신문기자를 할 때도 비록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문화부의 ‘도서담당 기자’가 꿈이었다. 내가 몸담았던 신문사엔 지금은 큰 작가가 된 김훈과 날카로운 칼럼니스트 박래부라는 걸출한 인재들이 문학 및 도서담당 기자로 맹활약 중이어서 끝내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잠깐의 외도(?)를 마치고 다시 한 경제지의 논설고문으로 언론 현업에 복귀한 뒤 비록 다른 형식으로나마 유년기자 시절의 꿈을 실천했다. 책을 좋아하는 각계 인사들을 릴레이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리더의 서재에서’는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각계 인사 34명을 인터뷰하면서 가진 주요 관심 포인트는 이 시대의 성공한 리더들은 어떻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자신의 신념을 현실에 옮길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들 모두 공통적으로 ‘독서’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리더에게는 영감과 확신을 불어넣어주는 자신만의 ‘책’이 있었다. 예를 들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학 초 학내시위에 연루돼 잠깐 감옥에 있을 때 읽었던 책들이 인생 항로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한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신문사 근무 시절 매일처럼 점심시간에 청계천변을 따라 헌책방에 다녀오곤 했다.

    리더들을 인터뷰할 때 매번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5권을 소개해달라고 했는데 그 결과도 흥미로웠다. 리더들이 가장 많이 꼽은 책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였고, 그다음으로 동양 고전 명저 ‘사기’,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뒤를 이었다.

    리더들은 애서가이자 다독가였다. 10분도 쪼개어 바쁘게 살아가는 그들은 어떻게 그토록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아무리 바빠도 리더들은 하루 30분 이상 짬을 내 책을 읽는다. 장만기 한국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새벽에 2시간 정도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책을 읽는 장소도 다양하다.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은 가방 안에 늘 책을 넣고 다니면서 이동하는 차 안, 약속 시간 전에 틈틈이 책을 읽는다.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과 이석연 변호사의 ‘유목민식 독서법’도 흥미롭다. 유종필 구청장은 사무실, 거실, 화장실 등 곳곳에 책을 두고 장소를 옮길 때마다 각각 다른 책을 읽으며, 이석연 변호사는 책을 읽을 때 ‘건너뛰고 겹쳐 읽고 다시 보는’ 것을 반복한다. 한 명의 저자를 선정해 그의 대표작부터 모든 책을 완독하거나,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이 나오면 그와 관련한 모든 책을 찾아 읽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은 독서 중에 떠오른 생각을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윤승용 | 아시아경제 논설고문,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홍보이사

    리더의 서재에서 外
    전쟁의 역설 _ 이언 모리스 지음, 김필규 옮김

    전쟁은 흔히 ‘평화’의 반대 개념으로 규정된다. 정말 그럴까. 스탠퍼드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오히려 전쟁은 인간이 발명한 가장 강력한 평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1만년 인류사를 되짚었을 때 전쟁이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을 선물했다는 것. 심지어 ‘대한민국은 전쟁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전쟁을 비판하는 논리에 대해 저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재반박한다. 첫째, 전쟁은 더 크고 조직화된 사회를 만들었고, 강력한 정부는 내부폭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 둘째, 전쟁은 인간의 폭력성을 억제할 강력하고, 유일한 방법이 됐다. 셋째, 전쟁으로 평화로워진 사회는 경제성장의 기반이 됐고, 삶의 질도 높였다. 하지만 저자는 더 이상 전쟁이 이롭지는 않다고 단언한다. 지식의 날개, 672쪽, 2만9000원

    자존감의 여섯 기둥 _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김세진 옮김

    자존감의 원리를 최초로 구명한 심리학자인 저자는 평생을 자존감 심리 치료, 자존감 향상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 힘써왔다. 저자는 자존감을 ‘자신이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기본적인 도전들에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이고, 자신에게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믿음’이라고 정의한다. 이 자존감이 훼손되면 정신적 성장이 가로막히고 고통이 따른다. 저자는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여섯 가지 기둥으로 ▲의식적 삶의 실천 ▲자기 수용의 실천 ▲자기 책임의 실천 ▲자기 주장의 실천 ▲목적 있는 삶의 실천 ▲자아 통합의 실천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의 공포는 무력감을 낳는다’, ‘감정을 받아줄 때 자존감은 자란다’, ‘어른 대하듯 아이를 존중하라’, ‘지나치게 높은 기대가 자존감을 낮춘다’ 등 부모가 가져야 할 양육 태도도 참고할 만하다. 교양인,. 512쪽, 1만8000원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 _ 이종은 지음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의 ‘정치와 윤리’(2010), ‘평등, 자유, 권리’(2011), ‘정의에 대하여’(2014)에 이은 정치철학 4부작 완결본. 저자는 ‘정치철학의 근본과제는 권력이 정의를 달성하게 하는 것이며, 권력이 정의를 달성할 때 좋은 정치 질서가 이뤄진다’는 시각에서 정의로운 사회와 합리적 원칙을 모색해왔다.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최대한의 평등’ ‘공정한 기회 평등’을 강조한 존 롤스의 정의 이론이다. 롤스의 대표작 ‘정의론’ 분석을 통해 정의의 두 원칙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도출됐으며, 롤스가 자신의 이론을 어떻게 정당화했는지, 정의로운 사회를 어떻게 제시하려고 했는지 살핀다. 저자는 “누군가 소외되거나 굶어죽으면 안 된다고 보는 것,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이 가는 것이 사회 정의”라고 말한다. 책세상. 852쪽. 3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내 몸의 슈퍼닥터를 만나자

    이재철 지음, 메디마크, 308쪽, 1만6000원


    리더의 서재에서 外
    오래전부터 암을 비롯한 난치성 질환,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에 관심을 갖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연구해왔다. 현대의학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면서 호전된 경우도 많았지만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임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그러던 중 ‘기능의학’을 만났다.

    현대의학은 증상 위주로 치료한다. 반면 기능의학은 병의 원인에 중점을 두고 치료함으로써 병을 일으키는 것을 미리 근절하고, 이미 생긴 병은 그 뿌리를 뽑아 재발을 방지한다. 현대의학을 바탕으로 기능의학을 접목해 치료했을 때 암, 아토피를 비롯한 자가면역 질환, 치매와 같은 난치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고, 대사증후군을 비롯한 만성질환도 근본 원인을 해결해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관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도 병의 원인보다는 증상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많이 아프게 된 후에야 병원을 찾고, 의사보다는 이웃집 아줌마 말에 더 영향을 받고, 의사 처방에 따르기보다 자기 생각대로 치료 스케줄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이 있다. 진료 현장에서 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몸속에 무형의 슈퍼닥터인 내적 치유력을 갖고 있다. 스스로 병의 원인이 되는 몸의 염증이나 불균형을 찾아내 바로잡아주는 ‘내 몸의 주치의’가 있음에도 그 존재조차 모르고 증상 위주의 치료에 집착한다. 그러는 동안 내적 치유력은 점점 약해져 결국 더 큰 병을 부르기도 한다.

    내 안의 슈퍼닥터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내 안의 슈퍼닥터는 몸의 불균형을 잡아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해주면 저절로 강해진다. 환자 개개인의 생화학적 개인차와 인체 내 기관 간의 상호관계와 인체를 이루는 구조적, 정신적, 생화학적인 요소를 검사해 몸의 불균형을 진단하고 전인치료를 통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근절하는 것이 기능의학이다.

    이 책은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최초의 기능의학 설명서로, 질병의 종류에 따라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원인과 치료법을 소개했다. 몸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원인은 어느 한 가지가 아니다. 호르몬, 유전적인 요인, 염증, 독소뿐만 아니라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자가면역질환, 암, 치매, 장 질환별로 불균형을 바로잡는 방법을 종합적으로 소개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만 잘 따라 해도 몸의 불균형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는 건강할 때만 의미가 있다. 90세가 되어도 총명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멋지고 반가운 100세 시대일 것이다. 그러려면 심각한 병이 되기 전에 미병 상태에서 정상으로 되돌리는 내 안의 주치의를 강화해야 한다.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재철 | 대한기능의학회 부회장, VAN.H 클리닉 원장

    리더의 서재에서 外
    유쾌한 인생 _ 전진우 지음

    동학농민전쟁을 다룬 역사소설 ‘동백’의 작가 전진우의 세 번째 소설집. 해직기자 시절 등단한 그는 1990년대 두 권의 창작소설집을 낸 바 있다. 표제작 ‘유쾌한 인생’에서 한 늙은 여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단식하는 맞은편에서 자장면을 먹으며 유가족을 조롱하는 일단의 무리를 본 뒤로 춘장과 양파 냄새에 욕지기를 느껴 자장면을 먹지 못한다. ‘백경옥’은 동백림사건으로 삶이 거덜난 재미동포 이야기가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 담담히 흐른다. 이처럼 멀리는 동백림사건, 광주항쟁에서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갈등과 아픔 속에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7편을 담았다. 사실과 진실의 거리는 아득하고, 정의가 농담처럼 여겨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이 유쾌할 수 있겠는가, 소설을 통해 작가는 이렇게 묻는다. 문예바다, 320쪽, 1만2000원

    하루의 발견 _ 최은숙 지음

    평범한 일상을 여행자처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가 소개한 ‘일상의 버킷리스트 365가지’는 평생 한 번 실현해볼까 말까한 ‘꿈의 버킷리스트’가 아니다. ‘외국 요리 만들어보기’ ‘지하철 순환선 타고 한 바퀴 돌기’ ‘봄맞이 실내 정원 만들기’ ‘연락 끊긴 친구에게 편지 쓰기’처럼 오늘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소박하고 의미 있는 이벤트들은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면서도 하루치의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매일 반복되고 지루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새로운 눈으로 보면 행복의 비밀을 발견할 수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싶고, 두근두근 설레는 하루를 맞고 싶은 이들에게 매일 새로운 나날을 만나게 해주는 ‘일상여행’ 가이드북이랄까. 조선앤북, 412쪽, 1만5000원

    런던 이야기 _ 미셸 리 지음

    런던만큼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은 도시도 없을 것이다. 세계 시간의 기준은 런던 그리니치에 맞춰져 있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런던에서 싹을 틔웠다. 근대를 연 산업혁명도 런던에서 시작됐다. 이런 측면에서 런던의 역사에는 세계사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유럽 변방의 작은 도시에서 출발해 세계로 뻗어나간 대영제국 시기를 거쳐 현재까지, 런던이 품은 2000년의 길고도 다채로운 이야기를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풀어낸다.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건너간 저자는 공인회계사로 일하다가 2006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살고 있다. 런던에 대해 알고 싶어 4년 동안 구석구석 발로 뛰며 취재했다. 직접 찍은 540여 컷의 사진이 런던을 더욱 생생하게 보여준다. 추수밭, 607쪽, 2만20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앤드루 새먼 지음, 이동훈 옮김, 책미래 펴냄, 736쪽, 2만5000원


    리더의 서재에서 外
    저자인 새먼 기자를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2010년, 역자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돼 유명해진 책 ‘Lone Survivor’ 한국어판 출간을 위해 뛰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출판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저자가 쓴 이 책의 서평을 읽고, 그에게 한국어판 출간을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메일을 보낸 것으로 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Lone Survivor’는 아직도 한국어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의 두 번째 6·25전쟁 서적이며, 1950년에 싸운 영국군 제27여단의 무공을 다룬 이 책의 한국어판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한국 출판계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그를 대신해 이 책의 기획안을 1년 동안 여러 회사에 부지런히 돌렸지만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가 없었다. 과연 요즘 어느 출판사가 6·25전쟁 책을 내줄까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출간 계약이 성사됐다.

    외국에서는 흔히 한국전쟁을 ‘잊힌 전쟁’이라고 한다. 당사자인 우리 역시 그 전쟁을 잊어가고 있다. 자신들의 허약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6·25전쟁 당시 국군의 무공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떠들던 과거 군사정권에 대한 반감, 그리고 철저히 미국적 시각 내지는 냉전 반공주의적 시각으로 제작된 기존 자료들에 대한 반감도 거기에 한몫했을 것이다.

    물론 저자는 6·25전쟁이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침략 전쟁임을 지적하며, 그것을 격퇴한 대한민국과 유엔의 정당성을 분명히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시각은 기존 자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영국인인 그는 이 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보낸 영국군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과 장군이 아닌, 최일선에서 싸운 병사와 전쟁에 휘말린 민간인의 시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전쟁의 비극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년간 6·25전쟁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 육성 증언을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증언을 당시 상황을 다룬 공문서 및 사문서들과 대조함으로써 세월에 따른 기억의 변형으로 인한 오류 가능성을 봉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한 저자는 결코 대한민국과 유엔군(영국군을 포함해서)을 ‘절대 선’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도 분명하게 지적한다. 기존의 냉전 반공주의적 시각을 초월해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를 보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획득한 ‘진실’만큼 감동을 줄 수 있는 것도 드물지 않을까.

    저자는 오늘날 한국에서 역사가 상급학교 진학이나 정쟁, 쇼비니즘 고취 수단으로만 쓰이는 현실을 안타까이 여긴다. 또한 일제강점기보다도 더욱 파괴적인 영향을 한반도에 미친 6·25전쟁에 대해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인들의 진실된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의 모습을 알고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본래 용도 아니겠는가. 저자가 혼신의 힘을 담아 쓴 이 책. 정전 62돌을 맞는 우리의 모습을 올바로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란다.

    이동훈 | 번역가

    리더의 서재에서 外
    자이니치 리더 _ 이민호 지음

    올해는 한일 국교 수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운명적으로 한일 양국에 걸쳐 살고 있는 재일동포, 저자는 그들의 삶을 ‘오뚜기 인생’이라 정의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궁지를 거꾸로 인생역전의 기회로 반전시킨 것이야말로 자이니치의 저력이라 말한다. 책에 등장하는 21명의 삶은 국적을 초월해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대단한 인생들이다. 독학으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명장에 오른 진창현, 미술가 이우환, 22세 때 영구 귀국해 벼랑 끝 리더십으로 모국에서 ‘야구의 신(神)’이 된 김성근이 그렇다. 또한 금융보국의 장대한 꿈을 품고 1982년 신한은행 창립에 앞장선 이희건, 재일동포 민족교육 토대를 닦은 조규훈, 차별철폐운동을 펼친 일본 내 외국인1호 교수 서용달의 인생담도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통일일보, 512쪽, 2만2000원

    내려올 때 보인다 _ 함영준 지음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여주며 내려온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자 출신인 저자는 현대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20인을 통해 갑작스러운 성공도, 끝없는 좌절도 인생의 일부임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전직 대통령(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부터 언론인(방우영, 조갑제, 손석희), 법조인(조영래, 이명재), 기업인(김재명), 군인(민병돈), 정치인(박지원), 작가(박노해, 김훈), 예술가(정명훈), 대학총장(어윤대), 심지어 사형수(김대두)와 조직폭력배 두목(김태촌)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상징적인 인물들의 삶을 소개하고, 풍운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어낸 이들의 빛과 그림자를 재조명했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시대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한다. 샘앤파커스, 263쪽, 1만5000원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 _ 이종각 지음

    1895년 10월 8일 새벽, 일본 군대와 낭인들이 경복궁 담을 넘어 들어가 왕비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불태웠다. 이른바 을미사변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범인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바는 없다. 미우라 고로 주한공사가 총책임자가 돼 낭인부대를 동원, 명성황후를 살해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저자는 황후 시해범이 낭인이라는 통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을미사변은 일본 군부의 군사 작전이었고, 범인은 군인이라는 것. 우치다 사다쓰치 주한영사의 ‘우치다 보고서’ 등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저자는 “명성황후 시해범이 민간인인 낭인인 경우와 군인인 경우는 일본 정부의 법적, 외교적 책임이 다르다”며 ‘120년이 지났지만 을미사변은 다시 조명돼야 하고,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메디치미디어, 310쪽, 1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전 2권)

    도쿄대학교 EMP 지음, 정문주 옮김, 라이팅하우스, 전2권, 504쪽, 2만7600원


    리더의 서재에서 外
    등록금 6000만 원, 읽어야 할 참고문헌만 200~300권, 발생생물학, 은하천문학, 식물병리학 등 이름만 들어도 뒷목이 뻣뻣해지는 낯선 과목명, 설상가상으로 기존 지식은 가르치지도 않고 곧장 해당 학문의 미해결 과제로 들어가 난상 토론하는 방식의 수업.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프로그램을 대체 누가, 왜 만들었을까.

    글로벌 CEO 배출 능력 세계 1위이자, 노벨상 수상자만 7명을 배출한 도쿄대가 그 주인공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 사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을 겪으며, 하나의 학문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응할 분야 융합형 리더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일본 최강의 교수진이 뭉쳐 경영 지식뿐만 아니라 인류가 축적해온 지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차세대 리더들을 키워내기로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도쿄대 리더육성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장래 자신이 속한 조직의 CEO가 될 가능성 있는 극소수 인재들이 이 수업을 거쳐갔다.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시리즈는 이 프로그램 5년의 성과를 두 권의 책에 알차게 압축해놓았다. 수업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미지의 영역은 무엇이며 석학들은 그 세계에 어떻게 도전하고 있는지를 ‘과제설정’과 ‘문제해결’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한다. 그러니까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은 미지의 영역에 접근해 새로운 과제를 설정하고 그 해답을 찾는 방법론을 가르친다.

    결론적으로, 평생을 실험실에서 보낸 석학들에게 역설적으로 리더의 길을 물은 도쿄대의 시도는 옳았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해답을 찾아나가는 석학들의 자세에서 리더들은 경영 현장에서 맞닥뜨린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수 있는 혜안을 자연스럽게 얻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석학들과의 인터뷰는 그들이 도달한 공부의 깊이와 비례해서 문외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됐고, 고리타분할 거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리며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자신의 연구 주제에 지독하게 몰입한다는 점 외에도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자신의 개성으로부터 우러나온 과제를 설정했다. 둘째, 현장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셋째, 공통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넷째, 가설 수립과 수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무서울 정도의 인내력을 보였다.

    리더가 과제 설정에 실패하면 조직은 방향을 잃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의 늪에 빠진다. 무능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토록 지독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이들이 우리 이웃에 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격차를 뛰어넘을 실력이 지금 우리에게 있나. 어떻게 이 격차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올바른 과제 설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정상우 | 라이팅하우스 대표

    리더의 서재에서 外
    정의는 이긴다 _ 배금자 지음

    저자는 10여 년간 자신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김보은 사건,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변론한 대표적 인권변호사다. 또한 흡연피해자 담배 공동소송, 군산 성매매업소 화재참사 국가 배상소송 등 국가권력에 맞서 오로지 법을 무기로 홀로 싸워왔다. 그가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왔던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한 문제들은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여러 정치적, 사회적 문제, 부당함,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정의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도덕과 고결의 의미, 위안부 문제와 성폭력 방지 등 여성 권익에 관한 부분, 사법개혁과 사법정의 분야, 담배소송과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쓴 4가지 부분으로 구성됐다. 책넝쿨, 320쪽, 1만4000원

    역사에 묻고 미래에 답하다 _ 김진환 지음

    ‘법과 정의’와 ‘인문학’ 프레임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았다. 인문학적 통찰력과 40년 법조인으로 살아온 생생한 경험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깨달음과 지혜를 들려준다. 교육, 남북문제, 여성 인권 문제, 사형제도, 공증, 정신장애 범죄자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룰 뿐만 아니라 정약용, 정조, 김시습, 넬슨 만델라, 간디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철학, 문학, 역사를 아우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모색한다. 특히 시대정신의 물꼬를 튼 우리 역사 속 인물들을 재조명하고, 그가 놓여 있던 시대사적 흐름을 읽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를 제시한다. 서울지검장을 지낸 저자는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대한공증인협회장 겸 아시아회장,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엔트리, 488쪽, 1만8000원

    비행의 시대 _ 장조원 지음

    일반 독자를 대단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분야인 항공우주과학으로 쉽게 안내한다. 최초 제트 여객기 코멧의 불운, 조종사와 카르티에 시계, 우주여행이 가능한 화이트 나이트, 항공기 날개에서 춤추는 과학, 자동 조종 장치의 비밀, 비행 현상의 근본 법칙을 알아낸 아이작 뉴턴 등 77가지 이야기를 통해 인류가 어떻게 비행의 시대를 실현했는지 보여준다. 주요 사건과 인물들, 대표적인 비행기들, 비행에 적용되는 과학 이론, 비행시 발생하는 자연 현상 등을 두루 다룬다. 이야기 하나 하나가 길지 않고 사진과 그림도 충실해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인 저자는 “항공우주과학이 힘들고 어렵기만 한 분야가 아니라 누구나 꿈꿀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사이언스북스, 680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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