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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정’도 없고 ‘천·신·정’도 없고

‘헌정 사상 최약체’ 여야 초선 의원들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남·원·정’도 없고 ‘천·신·정’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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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소장파’ 전통 소멸

‘남·원·정’도 없고 ‘천·신·정’도 없고
역대 국회마다 초선 의원들은 별도의 모임을 뒀다. 18대 국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모임으로는 ‘민본 21’이 꼽힌다. 이명박 정부 시절 18대 총선에 당선된 새누리당 초선들은 전체 소속의원 153명 가운데 82명(53.6%)이었다. 이들은 ‘명박돌이’로 불렸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바람을 타고 여의도에 입성한 까닭이다.

18대 국회 때도 물론 ‘초선이 무기력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개혁 성향 ‘민본 21’ 소속 초선들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향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미래지향적 변화’를 추구했다. 이들은 ‘남 ·원 ·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내지 미래연대로 대표되는 여권 내 개혁소장파의 전통을 어느 정도 계승했다. 이 12명의 멤버 중에는 권영진 대구시장,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포함됐다.

권영진 시장은 유승민 파동 때 “제 정치철학으로는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 1차 의원총회에서 신임을 결정해놓고도 눈치만 살피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비겁하다. 공천 때문에 소신이고 철학이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일갈했다.

19대 국회에도 초선 모임이 있다. 새누리당 초선 의원 정책개발 모임인 ‘초정회’(회장 강석훈)가 그것인데, 초선 의원 대부분이 참여한다. 각 계파가 뒤섞이다보니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일은 좀체 없다. 사안에 따라 회원 중 일부가 모여 입장을 발표할 뿐이다. 유승민 파동 때도 초정회 소속 의원 22명이 모였다. 그러나 사퇴 찬반에 대한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는 바람에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헤어졌다.



초·재선 쇄신파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도 활동 중이다. 간사인 하태경 의원과 김영우·안효대·강석훈·김종훈·박인숙·이노근·이이재 의원 등이 참여한다. 이들도 유승민 파동 때 당청 간 소통을 촉구하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핵심인 사퇴 찬반은 유보했다. 쇄신파라면서 쇄신파의 패기는 어디로 갔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에는 이 밖에도 여러 형태의 초선 의원 모임이 존재한다. 하지만 눈에 띄는 활동은 없다. 한 초선 모임의 멤버인 새누리당 C 의원은 “단순히 술 마시고 밥 먹는 사교모임 수준이 대부분이다. 18대의 ‘민본 21’ 같은 개혁적이고 할 말 하는 모임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초선 의원의 존재감이 없는 것도 그런 구심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결론적으로,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걸쳐 이어져온 ‘남·원·정&미래연대’ 개혁소장파 전통은 19대 초선에 이르러 완전히 소멸했다고 보는 게 옳은 해석일 것 같다.

‘문재인 키즈’의 생존법?

새누리당 초선 의원 대부분은 금배지를 달 때부터 계파색이 덧씌워졌다. 공천을 받으면서 특정 계파 수장이나 중진의 지원을 받은 까닭일 수 있다고 한다. 이 중엔 의원이 된 뒤 계파를 바꾼 초선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D 초선 의원은 의원회관 주변에서 ‘처세의 달인’으로 불린다. D 의원은 18대 때 친이계 중진의 도움을 받아 금배지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절치부심 끝에 19대 총선에선 친박계 모 핵심 의원의 지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D 의원은 초반엔 당연히 친박계로 분류됐다. 그러다 19대 국회 중반 무렵 그는 비박계로 말을 갈아탄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핵심 당직자에게 딱 붙어 그가 있는 자리에는 어디든 달려갔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유승민 파동을 거치면서 친박계가 다시 힘을 얻자 도로 친박 핵심 의원에게 줄을 댄다는 얘기가 들린다.

‘박근혜 키즈’ 중 상당수는 17대 국회 ‘탄돌이’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많다. 2004년 17대 총선 때 기성 정치에 식상한 민심을 등에 업고 여야를 합쳐 무려 188명(62.9%)이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탄돌이’는 이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열풍을 타고 수월하게 국회의원이 된 초선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초선은 108명으로 전체 소속 의원 152명의 71%를 차지했다.

이들은 진보-운동권 성향이 대부분이었다. 초반엔 활발한 토론 문화를 선보이며 정치판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운동권 특유의 독선과 분열이라는 생태적 한계를 드러냈다. 나중엔 열린우리당 중진들이 이들 초선 108명을 ‘108번뇌’라고 불렀다. 그 다음 18대 총선에서 이들 108명 중 무려 73명이 낙선했다.

박근혜 키즈는 너무 존재감이 없는 편이고 탄돌이는 너무 튀는 편인데 이런 성향은 둘 다 유권자에게 ‘비호감’일 수 있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 초선들도 당 내 친노-비노 계파전쟁 과정에서 갈팡질팡한다. 이들 역시 새누리당 초선들처럼 존재감이 별로 없다. 비례대표 초선들이 주축인 ‘문재인 키즈’는 계파 논리를 충실히 따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야당 초선들은 ‘정치’가 아닌 ‘불미러스운 사고’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야당에서 눈에 띄는 초선은 국회 입성이 처음인 문재인, 안철수 의원 정도”라고 비꼬듯 말했다. 2000~2001년 새천년민주당(새정연 전신) 정풍운동 때 ‘천 ·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소장개혁파가 맹활약을 펼치던 장면은 이제 ‘전설’이다.

비례대표 초선인 김현 의원은 ‘대리 기사 폭행 논란’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장하나 의원은 2013년 말 ‘대선 불복’을 선언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다. 페이스북에 “대통령, 당신은 국가의 원수(怨讐)”라는 글을 올렸다. 여러 차례 막말로 구설에 오른 김광진 의원은 지난해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느닷없이 ‘문재인 대통령론’을

꺼내 실소를 자아냈다. 그는 군 장성 인사 편중 문제를 따지던 중 “문재인 의원께서 대통령이 되셔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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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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