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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통령 ‘유승민 찍어내기’는 잘못”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정 苦言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대통령 ‘유승민 찍어내기’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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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기 목소리 내온 사람”

▼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지 않나.

“그렇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정치하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대상은 조국과 국민이다. 그 다음에는 당의 이익이다. 그 다음에 자기 개인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정치를 한다는 말에는 나라나 당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함의가 담겼다. 대통령 시각에서 보면, 자신이 비서실장, 비례대표도 시켜주고,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가게 해주고 선거 때 자주 가서 도와주고 했는데, 원내대표가 된 후 보인 언행이 자신의 뜻과 상반되니 섭섭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 자기정치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 의장께서는 유 전 대표가 자기정치를 했다고 보나.

“부정적인 의미의 자기정치를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내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낸 사람이다. 비서실장 하면서도 모시는 분의 생각이 자기 뜻과 맞지 않으면 건의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매우 좋은 후배로 지켜봐왔다. 아마도 재선된 후 자유시장경제의 문제점과 경제민주화 등 경제정책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한 듯싶다. 보수에서 중도로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그건 정치인 유승민이 사고의 스펙트럼을 넓힌 거지 자기정치를 한 건 아니라고 본다.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직후) 곧바로 사과한 걸 보면 박 대통령에게 반발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대통령 뜻과 상반되는)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발언 때문에 그렇게 볼 소지도 있다. 그런데 그건 경제학자로서의 시각이니 같이 의논하다보면 좋은 정책을 도출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가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숙이면서 ‘칭찬 들을 줄 알았는데 꿀밤 맞았다’고 말한 걸 보면 악의나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나는 이해한다.”

언젠가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통화하고 싶어도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꼽은 사례이지 않았나 싶다. 이에 대해 묻자 정 의장은 “행사장에서 만날 때마다 대화하고 전화도 더러 한다”고 했다.

▼ 주요 현안이나 쟁점이 있을 때도 대화하나.

“그건 아니다. 주변에 자문에 응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나한테까지 그럴 건 없지 않겠나.”

▼ 사람들은 대통령의 대표적 약점으로 소통 부족을 꼽는다.

“대통령께서 소통의 폭을 넓히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소통이란,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일리가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태도다. 자주 만나고 듣는다고 소통은 아니다. 아무리 많이 만나고 잘 들어도 자기 고집만 부린다면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미흡한 구석이 있다.”

“나 같으면 무조건 만났을 것”

▼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민주적 리더십과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그걸 모를 리 있겠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원을 18년간 했는데. 그 나름 노력하는 걸로 안다. 임기 절반이 지났으니 뭔가 변화를 주려 할 것이고, 난 거기에 기대를 건다.”

그는 “대통령이 잘한 점과 잘못한 점 하나씩 꼽아달라”는 질문에 “입법부 의장으로 답하기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 답하길 원한다”고 하자 마지못한 듯 에둘러 답변했다.

“대통령이 정말 잘해야 한다. 대통령이 성공하는 건 나라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지금 여러 가지 개혁을 얘기하는데, 대통령이 당사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청와대에도 불러 의견을 들으면 좋겠다. 그런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도 그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좀 더 능동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 ‘통일 대박’에 대해 구호만 요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의장께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정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젊은이들 상대로 여론조사를 하면 통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 통일 대박은 ‘대박’이라는 유행어를 빌려 통일이 우리나라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걸 강조한 표현이다.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본다. 드레스덴 선언도 좋았다. 그런데 북이 안 받아줬다.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사전에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 직전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세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나. 그때 대통령과 그들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 나 같으면 무조건 만났을 거다. 만나서 그들의 얘기도 듣고 우리의 진의도 전달하고 식사도 대접하면서 민족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 게 아쉬웠다. 그렇게 서로 다가서야 드레스덴 선언도 빛을 볼 수 있다.”

▼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점을 죽 찍으면 선이 되고 선을 죽 이으면 면이 된다. 남북이 다양한 경로로 교류하면 통일의 기반이 형성된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나라가 될 거다. 남북 지도자와 국민이 이런 생각을 가슴에 품도록 정치인들이 노력해야 한다.”

▼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나.

“지난 제헌절에 최고인민회의 측에 남북 국회수장 회의를 제안했다. 아직 공식 답변이 없는데 더 기다려보다 한 번 더 얘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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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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