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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일상화, 무감각화 미래를 저당 잡히다

‘대출의 늪’ 빠져드는 청년세대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빚의 일상화, 무감각화 미래를 저당 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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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은행은 채권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돌연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강씨는 자동차 구입과 자녀 출산 계획을 뒤로 미뤄야 했다.

“은행은 애초에 채무자의 소득 수준이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고, 채무자들이 돈을 무리하게 빌릴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해 날 때 우산 빌려주고 비가 온다 싶으면 곧바로 빼앗는 은행의 태도를 보면서 채무자의 윤리는 있고 채권자의 윤리는 없는 것인지 씁쓸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대출 권유도 문제다. ‘우량고객’ ‘우대금리’ 같은 단어로 포장된 대출광고가 그렇다. 평범해 보이는 이 마케팅에는 치명적인 유혹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고객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달콤한 말로 아직 사회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들의 마음을 흔든다.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고,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일반금리를 적용받게 되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여겨 대출을 받게 유도한다.

강씨는 “결혼한 청년들은 사교육비와 노후자금 등 개인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언젠가 사용할지 모를 빚을 염두에 두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일상 곳곳에 도사린 대출 권유는 혜택만 강조할 뿐 위험성은 좀체 알리지 않는다. 서동성 희망체크론 팀장은 “은행은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며 특별히 마이너스 통장까지 발급해주겠다고 하니 고객 처지에선 대단한 혜택을 누리는 것 같지만 실제론 빚만 늘어날 뿐”이라고 설명한다.



빚의 일상화는 청년들을 빚의 수렁으로 내몬다. 강씨는 “내가 빚에 노출된 것은 최근이 아니다”며 “어릴 때부터 접한 빚이 대출과 할부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저축이 아닌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고, 당장 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빚을 내 소비하고, 빚을 내기 위해 일하는 왜곡된 소비심리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강씨는 할부와 대출이 없는 생활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를 ‘렌털’하고, 매주 대형마트에서 10만~20여만 원을 3개월 무이자 할부로 결제하며, 100만 원을 호가하는 휴대전화를 2년 약정으로 구입한다. 언제부턴가 빚이 일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이가 태어나면 빚의 위험성을 어릴 때부터 틈만 나면 일러줄 생각이다. 자식만큼은 자신과 달리 빚으로부터 자유롭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빚의 일상화, 무감각화

이는 강씨만의 바람이 아니다. 노동정책과 금융정책에서 소외된 청년을 위해 활동하는 소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도꼬마리 청년 빚 이슈’는 빚의 위험성을 환기시키고 청년 부채의 대안을 연구한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청년(만 15~39세)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언제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담보는 없고, 이자는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런 모임이 정부 차원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이들은 “우리마저 움직임이지 않으면 부채를 가진 청년이 구제를 요청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강씨는 “빚을 졌다는 이유로 미래를 꿈꿀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이 답답하고 무섭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현실을 인정하는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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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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