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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국정원 도·감청&해킹 전쟁

“대북·해외활동도 ‘정권 안보’ 연계 국내 파트-경찰 수사기능 통합해야”

국정원 前 고위간부의 ‘국정원 정치공작’ 비판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대북·해외활동도 ‘정권 안보’ 연계 국내 파트-경찰 수사기능 통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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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집행 메커니즘’

국정원은 권위주의 정권은 물론이고 김대중 정부 때도 불법 감청을 자행해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이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RCA를 구입한 35개국 97개 정보기관 중 국정원에서만 불법 감청 및 해킹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런 전력과 국민의 낮은 신뢰 탓이다.

▼ 대법원은 대선 개입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상고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 환송했다.

“사법부의 결정은 실체적 진실을 고려하지만, 법률적으로 인정 가능한 증거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법부의 최종 결정과는 다른 차원에서 댓글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댓글 사건의 본질은 앞서 지적한 국정원의 구조적 문제와 관련됐다. 정권안보기관적(的) 전통과 체질, 철저한 상명하복적 문화는 대통령과 원장이 어떤 주문을 강력하게 하면, 예컨대 ‘종북세력을 척결하라’고 권력자가 명령하면 100% 수행을 넘어 120%를 집행하는 메커니즘이 작동된다.

원세훈 전 원장이 대선 개입 차원에서 댓글과 관련한 지시를 했을 소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 ‘종북세력을 척결하라’는 지시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판단한다. 그렇더라도 정보기관 요원들이 댓글 공작이나 하고, 북한과 관련해 소설 같은 이야기를 흘리는 언론 플레이 공작이나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탈북자 출신 공무원 유우성 씨가 실제로 간첩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치자. 국정원이 간첩 증거를 조작했다.

“남재준 원장 시절 국정원은 간첩과 종북세력 색출, 북한 붕괴공작을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정원의 안보 및 공작 활동은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 등 변화된 시대적 조건과 북한과 중국의 전략을 정확히 인식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우성 사건은 간첩 행위 의혹이 있더라도 그것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법률을 고려하지 않고 중국 당국이 비협조할 경우 심각한 역풍을 맞는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변화된 시대 환경에 맞게 좀 더 똑똑한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 정보당국에서 일한 어느 인사는 “과거에는 사생활을 포함해 전방위로 모든 것을 감청했는데, 현재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고위 장성과 관료가 잇따라 비리에 연루되는 것은 정보기관이 제 임무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더라.

“세계는 사이버 전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 전산시스템이 중국 측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해킹돼 공무원 2000만 명의 신상정보가 유출됐다.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해킹 공격도 수시로 발생한다. 북한의 해킹 대상은 대부분 국익 및 안보와 깊이 관련된 곳이다. 국가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이버 전쟁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게 절실하다.

또한 국가안보 업무를 행하는 인력에 대한 상시 감찰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다수 국민도 정권 안보가 아닌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 수집과 관련한 필요악은 이해하고 수용할 것이다. 다만 독재 국가나 권위주의 국가와는 달리 민주국가에서는 사이버 전쟁 또한 법에 의거해 수행해야 한다. 사이버 전쟁 시대에 부응하는 법률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인다.”

“北 사이버전 역량 위협적”

통신비밀보호법은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하지만 통신사에 감청 설비를 설치할 법적 근거가 없다. 감청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서다. △휴대전화에 대한 합법적 감청 △오·남용에 대한 철저한 감독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로 가는 게 순리겠으나 그러려면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 국정원은 정보기관과 관련한 정치적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북한을 방패막이로 삼는다. 북한의 해킹부대와 도·감청 능력은 어느 정도인가.

“2001년, 2002년 남북통신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북한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힌 게 통신 네트워크에 감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정보기술(IT) 분야를 육성하면서 해커부대 양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평양을 함께 방문한 IT 전문가는 ‘북한 인력의 기초수학 실력이 매우 탄탄하다. 한국보다 알고리즘 개발 등에 장점이 있다. 북한 특성상 해커들이 집단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파괴력이 대단히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이나 중국은 국가기관이 수행하는 감청, 해킹 등에 법률적 제약이 거의 없다.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보다 사이버 전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진 것이다. 국가 안보와 개인의 자유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균형 있게 실현하려면 훨씬 스마트한 전략과 대응이 요구된다.”

▼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영관급 해군장교가 중국에 포섭돼 군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최근 군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형법상 간첩 행위의 대상을 ‘적국’으로만 한정해놓아 북한이 아닌 중국 등 제3국에 국가기밀을 누출한 경우 간첩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을 상대로 공작을 벌이는 국가는 북한뿐이 아니다.

“부끄러운 일이다. 국방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와 관련된 군사 기밀이 유출된 사실을 감추려 했다. 구속된 해군장교에게 간첩죄를 적용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었다.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 행위 관련 규정이 개정될 필요가 있으나 국가 안보의 핵심인 국방부와 국방부 수장이 군사 기밀을 중국 측에 팔아먹은 명백한 간첩 행위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인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북한과 종북세력에는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대면서 외세에 기밀을 팔아먹은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지 못한다면 국가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한국 정보기관은 북한을 상대하는 것을 넘어 중국, 일본 정보기관과 경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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