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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왔어?” “나 돌아갈래” ‘분단의 사생아’ 끌어안으라!

탈북 청년박사가 본 ‘통일대박’ 민낯

  • 주승현 | 민주평통 자문위원·북한이탈주민·정치학 박사 joosy3050@naver.com

“너 왜 왔어?” “나 돌아갈래” ‘분단의 사생아’ 끌어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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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나 돌아갈래”… 脫南入北

목숨을 걸고 찾아온 한국 사회를 등지고 떠나는 탈북자가 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탈남(脫南)했거나 떠났다가 되돌아온 사람이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국 사회가 통일의 모델로 벤치마킹하려는 독일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까지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온 탈출자는 350만 명에 달한다. 이중 3국행을 택한 이는 극소수인데, 우리는 3만 명도 안 되는 탈북자중 상당수가 제3국행을 선택한다. 심지어 북한으로 돌아간 탈남입북(脫南入北)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북한이 ‘조국’이라면서 돌려보내달라고 공공연하게 송환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람들은 20~60대의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다. 가족을 모두 데리고 ‘재입북’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북한으로 간 ‘재입북’자 중 여러 명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것을 꼼꼼하게 관찰하면서 나는 몇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다. 북한 체제에 유리하게끔 설계된 강요된 기자회견이겠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격앙한 부분이 있었다. 한국은 냉정하고 차별이 심한 데다 실업과 이분법, 배타성이 만연한 사회, 다시 말해 ‘인간 생지옥’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이 같은 말을 하며 그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회견의 모든 내용이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연출은 아니라고 느꼈다. 탈북자인 나도 그들의 모습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평양에서 침을 튀기며 ‘남조선’을 욕하던 탈북자 중 일부가 또다시 재탈북해 서울로 온 것이다.



여덟 묵직한 괴로움

요즘 다시 바람이 분다. ‘탈남’하는 탈북자들이 한때는 동유럽으로, 한때는 서구권으로 가더니 최근에는 다시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들로 발길을 돌린다. 개중에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국제 미아로 떠도는 이도 적지 않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 와서 대학을 마치고 가정을 이룬 절친한 친구는 요즘 별말 없이 짐을 싸고 있다. 최근에는 K대를 졸업하고 반듯한 직장에서 근무하던 같은 고향 출신의 형이 두 딸을 데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행여 북한으로 간 게 아닐까 그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이 수군거리지만 나는 안다. 어디로 갔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란 사실을. 하지만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적막함과 쓸쓸함은 이곳에 남은 사람들이 지고 가야 할 묵직한 괴로움이다.

아홉 “북한 주민 마음 얻어야”

2014년 통일대박론에 이어 올해에도 정부를 비롯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통일 논의가 계속된다. 올해는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통일을 떠들지만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거나 실질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통일을 얘기하면서도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는지도 당최 알 수 없다.

‘한국 사회가 건강해야 통일된 나라도 건강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그들은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한 고향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통일 후 자신이 받을 대우와 삶의 질을 가늠할 것이다.

한국에서 사는 탈북자의 현실은 암담하다. 정부의 정착 지원과 사회의 포용력, 탈북자의 적응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2만8000명의 탈북자도 품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2400만 북한 주민과의 통일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통일의 마중물로, 통일대박의 시금석으로, 남북공동체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리는 탈북자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겪는 일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통일은 책임지는 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열 분단이 낳은 또 한 명의 ‘조난자’

메르스 확산으로 사회가 어수선할 때 휴전선을 통해 북한군이 귀순했다는 속보가 떴다. 뭔가 불길했다. 아니나 다를까 하루가 가기도 전에 북한군 귀순자에 대한 냄비 같은 뉴스가 언론 매체를 뒤덮더니 ‘호출귀순’ ‘노크귀순’ 때처럼 ‘대기귀순’ ‘숙박귀순’ ‘1박2일 귀순’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언론은 정부와 국방부를 압박했다. 먼저 휴전선을 넘어온 나로서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했다.

귀순 이튿날 ‘함흥에서 200km 걸어서 귀순한 병사’라는 제목과 함께 친절하게도 귀순동기와 소속부대, 보직과 고향, 키와 몸무게, 경로와 귀순 시 제스처까지 낱낱이 공개됐다.

탈북자의 신변 및 정보 보호를 최우선해야 할 국방부와 언론이 책무를 버리고 또다시 힘없는 탈북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비윤리적 행태를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보여준 것이다. 자유를 찾아왔지만 평생 고통과 죄책감 속에서 살아야 할 어린 귀순자는 현재진행형인 한반도 분단이 낳은 또 한 명의 조난자이자 사생아다.

● 주승현 최연소 탈북인 박사다. 34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원 및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있다.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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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현 | 민주평통 자문위원·북한이탈주민·정치학 박사 joosy30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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