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Interview

“장관, 의원, 대변인보다 엄마가 더 어렵네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장관, 의원, 대변인보다 엄마가 더 어렵네요”

3/3
“장관, 의원, 대변인보다 엄마가 더 어렵네요”
▼ 그래서요?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호칭을 사용하면 누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겠냐고 문제 제기를 했죠. 여성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없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다행히 의원들이 이런 문제 제기에 흔쾌히 공감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받아줬습니다.”

▼ 불합리한 건 바로 문제 제기하는 스타일이군요.

“어떤 사안에 대해 불쾌감만 표명하면 일이 해결되지 않죠. 방안을 강구해야죠. 당사자에게 정중한 태도로 이해를 구하고요. 제가 기획조정국에 있을 때만 해도 숙직은 남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여자 후배들에게 ‘할 일을 해야 권리도 요구할 수 있다. 우리도 당직 서자’고 제안해 모두 동의했습니다. 평소에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원하는 시기에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제약은 없었나요.



“제가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04년은 한나라당 대표가 여성(당시 박근혜 대표)이었어요.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 양성평등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무렵 여성 국회의원이 늘고 여성 보좌진이 많이 생겼고, 남녀대변인 제도도 만들어졌죠.”

▼ 20년간 여성정책 수립의 근거법이던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돼 7월 1일 시행됐는데요, 법 개정도 이런 양성평등 추세를 반영한 결과물이군요. 정책 포커스가 바뀐다는 의미도 있고요.

“그래요. 과거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여성의 발전에 중점을 뒀다면, 양성평등기본법은 정책 수혜자를 여성과 남성으로 확장하고, 남녀가 동등하게 권리를 누리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오히려 남성이 혜택을 받는, 양성평등 관점을 반영한 정책도 많아요.”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중화장실 변기 비율을 남녀 1:1에서 1:1.5로 확대한 것도 그래요. 보통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는 여자화장실 줄이 길어요. 남편이나 아이들도 볼일 보고 차에서 엄마를 기다리죠. 남녀 모두에게 피해를 줬어요. 화재보험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보험금이 3배(보험금액 한도는 남성 1000만원, 여성 3200만원) 더 많아요. 화재를 당하면 피부 재건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성형수술은 여성이 주로 한다는 편견이 작용한 거죠. 남녀 모두 3200만 원으로 한도를 정할 겁니다. 성 차이로 차별을 받는다면 양성평등에 맞지 않다는 게 여가부의 시각입니다. 시행령이 곧 개정될 겁니다. 이런 사안을 분석하고 바로 잡는 것이 양성평등기본법이고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 요즘 일본 아베 정부의 우경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분노하는데요, 3월 한국대표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기조연설자로 나서 위안부 문제를 처음 언급했죠?

“덕분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제59차 CSW회의 참여기간 중 총 7회에 걸쳐 국제기구 수반 및 주요국 장관 등과 양자면담을 했어요.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전 유엔인권위 특별보고관, 호주 여성부 장관, 유엔여성기구 총재, 제5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의장, 베트남 노동사회부 장관, 인도네시아 여권신장아동보호 장관이 참여했어요.”

▼ 일본의 반응은 어땠나요.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 비극적인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일본 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은 ‘최선을 다했다’는 방침을 고수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우리의 발언이 부담됐는지 당일 발표를 취소하고 다음 날 한국 발언에 대한 반론을 준비해왔어요. 특기할 점은 그날 참석한 국가 대부분이 여성부 장관 혹은 가족부 장관이 왔는데, 일본만 외교관이 왔더라고요. 그런데 그 외교관이 과거 자위대에 복무한 사람이었습니다. 일본은 스피커(발표자)부터 미스매치(부조화)였던 겁니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가부가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걸 추진해요. 만약 위안부 문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일본이 부인하든 안 하든 역사적 사실로 기록될 거예요. 여가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겁니다. 알리는 것도 중요해요. 7월 24일에는 민간외교사절단 ‘반크’와 함께 청소년 지원자 250명의 발대식을 가졌어요.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시 성폭력 근절 홍보활동을 해요.”

▼ 많은 일을 했는데, 여가부 장관으로서 자부하는 정책은 뭔가요.

“육아휴직을 12개월 모두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중간에 복직하면 남은 기간을 못 쓰죠. 그래서 당장 남은 기간을 사용하지 못해도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 세 번까지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또 과거엔 육아휴직과 단축근무 기간이 12개월로 같아 단축 근무자가 손해를 봤는데, 지금은 단축근무할 경우 24개월 쓸 수 있도록 했어요. 회사가 대체인력을 고용하면 매월 60만 원(중소기업), 30만 원(대기업) 지원하고요.”

▼ 7월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온두라스 대통령 부인의 안내와 환영행사를 주관하는 등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했는데요.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

“질 바이든 여사나 아나 가르시아 데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영부인 모두 대한민국 여성과 가족, 청소년 정책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온 데 대해서도 흥미로워했고요. 한국의 여성인권 신장,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양자회담 형식으로 한국의 사례와 정책을 소개했어요. 질 바이든 여사는 경청하더군요. 나중에 자료까지 챙겨달라고 부탁도 하고.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었어요.”

▼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도 신경 쓰이겠어요.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죠. 국회의원 겸임 장관이라고 해서 한쪽 일만 열심히 하고, 한쪽 일은 게을리 할 수 없어요. 제가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직원들과 지역구 주민들이 더 잘 알 거예요.”

신동아 2015년 9월호

3/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장관, 의원, 대변인보다 엄마가 더 어렵네요”

댓글 창 닫기

2020/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