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한민국號 70돌 신동아-미래硏 연중기획/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

‘산업화 거인’ 존중하고 ‘민주화 청년’ 기억해야

‘국제시장 그후’ 구상하는 영화감독 윤제균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산업화 거인’ 존중하고 ‘민주화 청년’ 기억해야

3/5
‘좋은 뉴스’ 채널

윤 감독이 웃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사회가 경직된 데는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의 책임도 있어요. 언론도 역지사지를 한 번 더 하고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추상적인 생각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언론매체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거창한 언론이 아니라 작은 신문이든, 작은 케이블방송이든, 작은 인터넷 매체든 ‘좋은 뉴스’만 보도하는 겁니다. 하루 종일 그 채널만 틀어놓으면 기분이 그냥 좋아지고,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고, 때로는 울컥해지고 그러는 곳이요.

언론은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컷의 예술’이거든요. 똑같은 컷을 저와 신인감독이 같은 배우, 같은 스태프로 찍는다고 가정해봐요. 차이가 날 것 같아요, 안 날 거 같아요?”

▼ 당연히 차이가 나겠죠.



“그런데 차이가 굉장히 작아요. 언뜻 보면 내가 찍었는지, 신인이 찍었는지 잘 모릅니다. 어떤 컷은 신인이 더 잘 찍을 수도 있고요. 영화 한 편을 완성하려면 2000~3000컷이 필요한데, 한 컷에서 0.1% 차이가 난다고 하면 열 컷이면 1%죠, 100컷이면 10%고요. 1000컷이 모이면 100%, 2000컷이 모이면 200% 다른 영화가 나오는 겁니다.

언론에서 일하는 분이 많잖아요. 한 사람이 쓴 기사 하나는 전체 언론을 보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겁니다. 그런데 별 볼일 없는 기사라도 그것을 읽은 사람이 10명이든 100명이든 있잖아요. 그게 쌓이면 여론이 되고 세상이 바뀌는 겁니다. 기사 하나하나 쓰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언론도 역지사지해 다른 이의 장점을 주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이 실제로는 갈등을 다룬 뉴스보다 좋은 소식, 울컥하고, 감동적인 보도를 더 좋아하거든요.”

▼ 윤 감독과의 대담은 ‘신동아’와 미래전략연구원의 광복 70돌 연중기획 ‘국가미래전략을 묻는다’의 아홉 번째 순서인데요. 앞서 여덟 분도 바람직한 국가의 미래와 관련해 윤 감독과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이 대화와 소통, 역지사지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거겠죠.”

▼ 세계화, 정보화가 이뤄지면서 시대가 격변합니다. 젊은 세대는 산업화 역군이던 할아버지 세대, 민주화에 헌신한 아버지 세대와는 또 다른 환경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젊은 세대가 꿈과 도전정신을 갖게끔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딱 하나 아닐까 싶어요. 기회의 균등.”

‘산업화 거인’ 존중하고 ‘민주화 청년’ 기억해야
우리 몸속 ‘문화의 피’

▼ 박탈감을 느끼는 젊은이가 많은 것 같아요. ‘한국이 싫어서’ ‘헬 코리아’ 같은 담론도 나옵니다.

“기회의 균등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어요. 교육 문제가 특히 그렇고요. 우리 세대만 해도 학교 공부 열심히 하면 그만이었거든요. 어릴 때 학원 다녀본 적이 없어요. 과외는 불법이었고. 차라리 그때가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요새는 혼자 공부해서는 좋은 대학을 못 간다고 합니다. 자녀 2명 사교육비가 월 100만 원 넘는 게 현실입니다. 서민 처지로 역지사지해봅시다. 말도 안 되는 기회의 불균등인 겁니다. 더구나 철학을 가지고 이뤄져야 할 교육마저 돈벌이 수단이 돼버렸어요.”

▼ 지난 7월 아시아-태평양 프로듀서 네트워크(Asia Pacific Producers Network) 어워드에서 ‘아시아를 빛낸 영화인’으로 선정됐습니다. 영화의 역사는 근대화를 주도해온 서구 세계, 특히 20세기 문명을 선도한 미국이 주도했습니다. 21세기에도 미국 영화의 주도적 역할은 지속되겠지만, 좀 더 다양한 흐름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한국 영화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요.

“세계에서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 넘는 나라는 한국, 인도 두 나라밖에 없는 것으로 알아요. 저는 굉장히 낙관적이에요. 희망적이고요. 스크린쿼터가 폐지됐는데도 자국 영화가 죽지 않은 나라가 우리와 인도밖에 없어요. 영화는 사람이 만드는 거잖아요. 영화인의 힘을 믿어요. 우수한 인재가 영화산업으로 유입되고 있어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됐는데, 그후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영화산업에 들어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준이 높아져 고무적입니다.

인구 5000만 명의 한국 영화 시장이 1억3000만 명의 일본 시장보다 큽니다. 영화는 아시아에서 한국의 수준이 가장 높고요. 영화뿐이 아니에요. 뮤지컬, 대중음악도 원조인 미국, 유럽에는 못 미치지만, 그 외의 나라에서는 우리가 최고예요.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즐기는 사람이 많은 덕분입니다.”

그는 “예전부터 우리 민족이 음주가무에 능했다고 하잖아요. 문화 방면으로 매우 뛰어난 민족인 것 같아요”라면서 웃었다.

3/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산업화 거인’ 존중하고 ‘민주화 청년’ 기억해야

댓글 창 닫기

2023/0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