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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Ⅰ ‘롯데 사태’ 그후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정운찬 前 총리 긴급진단

  • 정운찬 | 前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isg115@daum.net

‘단절사회’ 분노가 롯데로 폭발 동반성장으로 쇄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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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롯데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주식의 99%를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보유했는데, 호텔롯데의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되는 비율은 매년 10% 안팎에 불과하다. 부가가치 대비 배당 비중은 1~2%에 그친다. 외국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이 들어와야 일자리가 생기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불매운동’ 주장은 정당성을 결여했다. 만약 롯데가 소상공인, 노동자, 생산자, 소비자 등과 함께 상생하는 경영 전략을 취하지 않고 그들을 배척하고 이익을 나누지 않는 탐욕적 경영을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것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롯데 불매운동을 벌여야 정당성을 가질 것이다.

여전한 면세점 특혜 시비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로 롯데에 면세점 재허가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문제는 원칙에 입각해 접근하는 것이 옳다. 면세점 허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재허가를 하지 않는 것이고, 허가 기준에 맞다면 재허가를 내주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는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 이후 면세사업 시장 육성을 시도했고, 1988 서울올림픽 직후 25개 업체가 면세사업을 개시했다. 그런데 지금은 롯데와 신라만 남았다. 이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면세사업의 성격에 기인한 바가 크다. 면세점은 매장 제품을 선(先)매입 및 직(直)매입해야 해서 사업자는 재고 위험을 부담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량 매입으로 구입 단가를 낮춰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자본력이 튼튼하지 않은 기업의 면세 사업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비단 자본력만이 롯데나 신라의 성공요인은 아니다. 한류 열풍으로 대규모 중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기에 특수를 누린 측면도 크다. 또한 롯데와 신라가 9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많은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매우 낮은 마진 구조를 이용해 중소기업이 버텨낼 수 없는 가격 경쟁을 일삼고, 여행사 수수료를 조정해 중국 여행객 수요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최근 관세법이 개정돼 대기업 면세점은 종전처럼 재승인받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개정 후 현재까지의 실태를 보면 현장에서 이 개정안을 원칙에 맞게 적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올해 롯데는 서귀포 면세점을 제주시로 옮겼음에도 새로 승인을 받았는데, 이는 장소 이동이 어렵다는 면세점 특허의 기존 관념을 유명무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화면세점에는 신라면세점 지분 19.9%가 섞여 있음에도 관세청은 올해 말 만료되는 동화면세점의 일반면세점특허를 중소 · 중견면세점의 제한특허로 바꿔 면세점 특허를 5년 연장해주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면세점 특허는 대기업 위주로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는 정부가 ‘조세권한’을 포기하면서까지 대기업, 즉 롯데를 포함해 신라, 한화, 신세계에 면세점 특허를 부여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 이러한 특혜 시비는 특허수수료가 매우 낮은 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정부는 기존에 수천만 원에 불과한 특허수수료를 인상해 30억 원가량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이는 롯데 4조 원, 신라 2조 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비교하면 여전히 턱도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특허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면세점 특허를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처럼 가격경쟁방식으로 입찰에 부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소 · 중견 면세점들은 아직 시장에 진입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대기업 면세점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가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논의하기를 바라는 사안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다. 현재 삼성, 현대 · 기아차, SK, LG 등 4대 재벌의 1년 매출이 GDP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에는 물론 대기업 간에도 실적 편차가 극심하다.

재벌은 공공성을 생각하라

경제력 집중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10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00조 원 이상으로 넘쳐나는데도 투자할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고용의 87.5%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투자할 곳은 많은데 자금이 없다고 한다. 경제구조가 불균형이고 비정상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노동 개혁은 ‘비정상인 재벌체제의 정상화’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재벌체제의 정상화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기업 노조도 반성할 게 많다. 일자리 세습을 요구하는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에 눈감거나, 오히려 자기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경영 행태에 동조하는 것도 옳지 않다.

경제력 집중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재벌 대기업이 자사의 경제력을 이용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 질서가 아니라, 재벌에만 유리한 시장 질서를 만들고 고착시키는 것이다. 이는 비정상이고,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다.

재벌에게 ‘공공성을 생각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재벌은 기업을 개인 것으로 생각하는 천민 자본가 의식을 버려야 한다. 오늘의 재벌 성장사를 살펴보면 롯데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재벌이 국가와 국민의 지원과 도움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2세, 3세로 넘어가면서 이것을 잊어가는 듯하다. ‘땅콩 회항’은 이런 잘못된 의식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언론은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왕자의 난’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면서 롯데 사태를 흥미 위주로 보도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언론이라면 롯데 사태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상황으로 바꿀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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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 前 국무총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isg1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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